이스라엘의 분열, 그리고 추락
* 표지그림 : 우상에게 제물을 바치는 여로보암, Claes Corneliszoon Moeyaert
2장의 시작은 영화 한 편을 소개해 드리는 것으로 글을 풀어보겠습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화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을 보셨나요? 조금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지만 워낙 유명한 영화이기에 많은 분들이 보셨을 줄 알고 일부 스토리만 요약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보스턴 빈민가 일용직 청년 윌(맷 데이먼)은 MIT 대학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램보 교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복도 칠판에 걸어놓은 난해한 수학 증명을 순식간에 풀어버립니다.
수학 뿐 아니라 법학, 역사학 등 모든 분야에 천재적 재능이 있는 그를 알아본 램보 교수는 그를 제자로 키우기로 결심합니다. 램보 교수는 마침 폭행 사고로 유치장에 갇혀 있던 윌을 보석으로 풀어주는 조건으로 자신의 수학 증명 연구를 도와달라는 약속을 제시하지요.
단, 보석 조건으로 윌은 정기적인 심리치료와 함께 결과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램보 교수는 자신의 친구이자 심리학 교수인 숀(로빈 윌리엄스)에게 그를 맡깁니다.
그러나 윌은 늘 마음을 닫은채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떠나게 하는 반항적 성격을 갖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을 키우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히려 그 재능으로 잘난 대학생들에게 모욕 주기를 즐겨할 뿐이었지요.
숀이 만난 윌은 램보 교수가 부탁한 것 이상으로 힘든 청년이었습니다. 윌은 그와 대화를 시도하려는 숀에게, 사별(死別)했던 아픈 과거를 일부러 자극하여 마음을 상하게 하는 등 가시돋친 행동을 보입니다. 숀은 최선을 다해보지만 윌을 제어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숀은 윌과 상담의 시간을 갖다가 결국 포기하게 됩니다.
숀은 램보 교수에게 한숨을 내쉬며 말합니다.
“그 애는 남이 자신을 떠날까봐 두려워서, 남을 먼저 자기한테서 떠나가게 만들고 있어.”
실제로 윌은 결국 숀도, 램보 교수도, 자신이 진정 사랑하고 있는 연인 스카일라까지 상처를 준 후 떠나보내 버립니다.
어떻게든 윌의 천재적 재능을 끌어내려 하던 것에 집중했던 램보 교수가 놓친 것이 있습니다. 자신의 재능을 개발하고 사용하기에는 윌의 내면이 너무나 많이 망가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에 양부로부터 당한 학대가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했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떠나버릴까봐 자신이 먼저 그를 피하고 상처를 주는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것이었지요.
현대를 사는 우리들도 종종 ‘외적인 성취’에 집중한 나머지 내면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우리가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에 오르고 승승장구할 때 내면에 대한 망각이 더욱 심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이제부터 우리가 보게 되는 B.C 8세기의 이스라엘의 상황도 그렇습니다. 그들은 겉으로 기세등등했지만 내면은 병들어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보도록 합시다.
우리가 성경에서 본 대로 솔로몬은 말년에 노골적으로 이방 신들을 섬기게 됩니다. 열왕기상 11장은 솔로몬의 배교와 범죄에 대해 자세히 서술합니다.
솔로몬이 늙어감에 따라, 그의 아내들은 그의 마음을 돌려 다른 우상들을 섬기게 했습니다. 솔로몬은 그의 아버지 다윗처럼 여호와를 참되게 섬기지 못했습니다. 솔로몬은 시돈 백성의 여신 아스다롯을 섬겼습니다. 그리고 암몬 사람들이 섬기는 역겨운 신인 밀곰에게 예배했습니다. 이처럼 솔로몬은 여호와께서 보시기에 악한 일을 저질렀습니다. 솔로몬은 그의 아버지 다윗처럼 여호와를 참되게 섬기지 않았습니다. (열왕기상 11:4~6, 쉬운성경)
그리고 솔로몬이 죽자, 아들 르호보암이 왕이 됩니다. 이에 북쪽 백성들이 여로보암이라는 사람을 앞세워 왕과의 대면을 요청합니다. 요지는 이것이었습니다.
"당신의 아버지 솔로몬은 우리를 너무나 힘들게 했습니다. 강제노역을 비롯한 압제를 이제 중단해 주십시오. 그러면 우리는 앞으로도 당신을 섬길 것입니다."
르호보암은 사흘의 말미를 달라고 하고 신하들에게 의견을 묻습니다. 연로한 원로들은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백성들의 마음을 얻으라고 진언하지만 젊은 신하들이 반대합니다. 안타깝게도 르호보암은 자신과 함께 자란 젊은 신하들의 말을 따릅니다. 백성들이 모이자 르호보암은 아래와 같이 으름장을 놓습니다.
"내 아버지는 너희에게 힘든 일을 시켰지만, 나는 너희에게 훨씬 더 힘든 일을 시키겠다. 내 아버지는 너희를 가죽 채찍으로 쳤지만, 나는 너희를 가시 돋친 채찍으로 치겠다." (열왕기상 12:14, 쉬운성경)
이 터무니 없는 대답으로 유다 지파와 베냐민 지파 일부를 제외한 이스라엘 모든 백성들은 르호보암으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립니다. 강제노역 감독관인 아도니람을 때려죽인 백성들은 여로보암을 자신들의 왕으로 삼게 됩니다. 깜짝 놀란 르호보암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군대를 모으지만 이스라엘의 대부분이 등을 돌린 상황에서 얼마 되지 않는 병력으로 그들을 진압하려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시도였습니다. 선지자 스마야의 경고로 다행히 르호보암은 전쟁을 단념하고 돌아갑니다.
이후부터 이스라엘은 북이스라엘과 남유다로 나뉘어 각각의 작은 왕국이 되어버립니다. 약해진 두 왕국은 자기들끼리 싸웠을 뿐만 아니라, 애굽과 다메섹 등의 나라로부터도 공격을 받습니다. 이스라엘은 점점 황폐함으로 나가가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하필 이때부터 앗수르와 바벨론이라는 제국이 출현하기 시작합니다)
자, 이제 북왕국을 잠시 주목해보겠습니다. 북왕국의 반역은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둘 이상의 선지자(아히야, 스마야)로부터 후원을 받았습니다. 북이스라엘의 건립은 솔로몬의 모순된 정치에 환멸을 느낀 이들이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외치며 일어난 혁명이었던 것이지요. 확실히 솔로몬은 이스라엘의 전통과는 너무나 상이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추정컨대 그들은 이스라엘의 옛 질서로 어느정도 돌아가기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카리스마적인 인물이 다시 세워지고, 왕은 존재하되 세습 왕조는 없는, 즉 그 권위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말이지요.
하지만 정작 나라가 세워지자 북이스라엘은 너무나 허무한 방향으로 몰락하고 맙니다. 그들이 기대를 걸었던 여로보암 왕은 백성들의 바람을 무시하고 아들 나답에게 세습을 합니다. 그러자 바아사라는 사람이 그를 살해하고 왕이 됩니다. 바아사도 자신의 아들 엘라에게 세습을 합니다. 왕위를 받은 엘라는 시므리에게 죽임을 당하고 시므리는 왕이 된 지 7일 후 반란을 일으킨 오므리 앞에서 자살합니다. 한 마디로 콩가루 나라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초대 왕 여로보암이 자신이 고안한 국가 제사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생각해 봅시다. 백성들은 르호보암이 미워서 자신을 따라왔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열 두 지파가 늘 한 공동체로 살아왔기에 그들은 언제든 돌아갈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될 가장 큰 가능성은 역시 지파동맹을 상징하는 솔로몬의 성전이었습니다. 솔로몬의 성전이 어디에 있지요? 남 유다인 예루살렘에 있습니다. 절기가 다가올 때마다 백성들의 마음은 '우리가 이래서는 안 되는데', '제사는 드리러 가야하는 거 아닌가?' 라며 요동칠 게 뻔했습니다. 그래서 여로보암은 종교적으로도 백성들을 유다와 영원히 분리시킬 방법을 고안합니다. 북이스라엘의 벧엘과 단에 솔로몬의 성전과 대적할만한 산당을 세우고 금송아지 모형을 꾸며놓은 것입니다.
여로보암 왕은 신하들과 의논한 끝에 금송아지 두 개를 만들고 백성에게 말했습니다.
"예루살렘으로 가서 예배드리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이스라엘아, 너희를 이집트에서 인도해 내신 너희의 신이 여기에 계시다." (열왕기상 12:28, 쉬운성경)
금송아지가 어떤 의도로 제작되었건 -예루살렘 성전의 그룹처럼 보이지 않는 여호와의 발등상- 그것은 백성들의 마음을 우상으로 이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로 인해 여로보암은 "이스라엘을 죄악으로 이끈"사람으로 후손들의 마음 속에 새겨지게 됩니다. (열왕기서 기자는 북왕국의 왕이 세워질 때마다 여로보암의 죄를 그대로 따라갔다는 언급을 합니다)
솔로몬이 잘못 이끈 '하나님의 나라'를 다시 세워보고자 했던 북이스라엘은 시작부터 허무하게 몰락의 걸음을 딛게 된 것이지요.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북이스라엘은 오므리에 이어 아합이라는 인물이 왕위에 오릅니다. 한 번 쯤은 들어보셨지요? 이 왕은 이스라엘 역대 최악의 왕으로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오므리의 아들 아합은 여호와께서 보시기에 악한 일을 많이 했습니다. 아합은 전에 있던 다른 왕들보다 더 악했습니다. 아합은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이 지은 죄를 그대로 따라 했을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죄도 지었습니다.
아합은 시돈 사람의 왕 엣바알의 딸 이세벨과 결혼했습니다. 아합은 바알 신을 섬기고 예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합은 사마리아에 바알의 신전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 바알을 섬기는 제단을 쌓았습니다.
아합은 아세라 우상도 만들어 섬겼습니다. 아합은 전에 있던 다른 어떤 왕보다도 더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노하게 했습니다. (열왕기상 16:30~33, 쉬운성경)
아합은 통치 22년 동안 북이스라엘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그 이전 왕들도 악했지만, 아합은 그들의 죄악조차 가벼운 것으로 무시하는듯 더욱 큰 악행으로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아합은 시돈 왕의 공주 이세벨(그녀는 바알의 선교사였습니다!)을 왕비로 삼아 국가적으로 바알을 예배하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세라 상을 만들었으며, 여호와께서 금지 하신 여리고 성 건축도 강행했습니다. 이세벨은 이에 대항하는 이들을 죽음으로 위헙하는 정책도 불사합니다. 그녀는 무력으로 국가를 외국의 이방종교에 귀속시키려는 대담한 시도를 했습니다. 이 박해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여호와의 선지자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아합의 죄악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사건은 나봇의 포도원을 탐내어 빼앗은 사건이었습니다. 나봇은 하나님의 율법을 지키기 위해 포도원 팔기를 거절했지만, 아합은 이세벨의 충동으로 그를 죽인 후 포도원을 차지해 버립니다.
여기서 가나안의 토착 신 바알에 대해 짚고 넘어갑시다. 아합 이전에도 이스라엘은 늘 바알 우상숭배의 유혹을 받아왔습니다. "농경사회에서 실제적인 소출을 주는 것은 바알이기 때문에 여호와도 섬겨야 하지만 바알도 섬겨야 한다"는 말들 때문이었습니다. 생업과 직결된 상황에 처한 백성들은 이 유혹에 많이 넘어가게 됩니다(오늘날 세속주의 우상과 참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아합은 음지에서 행해오던 바알 제사를 공식화 했습니다. 저자는 바알 신앙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서술합니다.
바알은 이스라엘을 이스라엘로 만드는 그 고유한 신앙을 파괴하였다. 인간들이 그들의 동물적 본성을 벗어나는 것을 전혀 물리치지 못하는 종교, 심지어는 그 동물적 본성을 양육시키는 종교가 여기 있었다... 또 그것은 공동체를 창출할 수 없고, 오히려 예배자의 이기적인 욕구들에 영합함으로써 진정한 공동체를 파괴하였다.
여호와와 바알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스라엘이 어떤 신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들은 전혀 다른 민족이 되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자신의 본성대로 바알을 따른다면 출애굽의 하나님은 그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엘리야가 갈멜산에서 절규한 것처럼, 머뭇거림 없이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여러분은 언제까지 바알과 여호와 두 사이에서 머뭇거리고 있으렵니까? 여호와와 바알을 함께 섬길 것이오? 여호와가 참하나님이시면 여호와를 따르고 바알이 참하나님이면 바알을 따르시오." (열왕기상 18:21, 쉬운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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