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수르의 몰락과 유다의 마지막 희망
2008년 안방을 점령했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아시나요?
오늘 언급하려는 사람은 주인공인 ‘강마에'(김명민) 입니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지휘자인 그는 엄청난 실력을 보유했음에도 한 오케스트라에 오래 있지 못하는 떠돌이 신세입니다. 이유는 다름아닌 그의 성격 때문인데, 지휘자 강마에의 ‘독설’을 견뎌낼 수 있는 단원들이 없기 때문이죠.
심지어 대통령 초청 콘서트에서 단원들의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자 지휘를 중단합니다. 그리고 웅성거리는 객석을 향해 이렇게 말하며 행사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관객 여러분, 그리고 대통령 내외분 졸리시죠? 당연합니다. 방금 들은 연주는 쓰레기입니다. 이거 뭐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네요. 비싼 돈 주고 표 사서 들어오셨죠? 당장 주최측 가서 환불 받으시고 그 돈으로 브람스 CD를 사서 들으세요. 저는 더이상 브람스를 이따위 연주로 더럽힐 수 없습니다. 집에 가서 샤워들 꼭 하시고 특히 귀의 때를 빡빡 밀어주시기 바랍니다."
이후 그가 석란시향 전임 지휘자로 초청받고 아마추어로 구성된 단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연습 중 첼로 연주자를 향해 날린 독설은 아직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연습도 안 해와, 음도 못 맞춰, 그런데 음대 나왔다는 자존심은 있어. 연주는 꼭 오케스트라에서 해야 해. 이거 어쩌나, 욕심도 많네? 아줌마같은 사람들을 세상에서 뭐라고 그러는 줄 알아요? 구제불능, 민폐, 걸림돌... 많은 이름들이 있는데 난 그 중에서도 이렇게 불러주고 싶어요. 똥.덩.어.리.”
강마에의 첫 모습에 질색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감춰진 따뜻함이 드러나고, 자신의 단원들을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지키고 보호하려는 행동을 보여주며 그는 점점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어갑니다.
"내 악장입니다. 여기 이 사람들. 내 오케스트라 악장이고, 내 단원들입니다. 함부로 무시하는 거, 나 못봐줍니다. 이 사람들을 무시할 권리는 오직 저한테만 있습니다. 내 껍니다! 시장이 아니라 대통령이 와도, 그거 월권 못합니다."
사실 강마에의 화법은 철저한 ‘현실주의’에 근거해 있습니다. 불필요하게 포장된 말, 따뜻하지만 그 속에 거짓이 있는 말은 그가 용납할 수 없는 것들이지요. 그의 어록 몇 개를 더 살펴볼까요?
“그래, 나 같은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이런 사람들도 있지. 실력도 없는 주제에 사람 좋은 거 하나 믿고 남한테 얹혀서 피 빨아먹는 인간들... 그런 사람들 겪다 보면 내가 그리워질거야”
“지휘자가 단원을 자르는 이유는 단 하나야.... 실력! 난 누구한테 좋은 사람이고 싶은 생각은 없어. 하지만 속이는 건 더 나쁜 짓이라고 생각해. 좋은 말 하면 당장은 위로가 되겠지. 그렇지만 결국 그 말이 그 사람을 더 망쳐.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거야. 너희들은 실력이 없어.”
오늘날은 그 어떤 때보다 ‘예의’와 ‘따스함’, ‘감정 이해’가 강조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강마에의 독설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도 있습니다. 진실을 왜곡시키는 따스함이야 말로 가장 비열하고 무서운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기분좋고 긍정적인 거짓말’에 취해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각성시키려 한 예언자가 있었습니다. 눈물의 선지자라 불리는 '예레미야'입니다.
다시 남왕국 유다의 역사를 간략히 복습해 봅시다. 북왕국과 아람 연합군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아하스 왕은 이사야 선지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국 앗수르에 손을 내밀게 됩니다. 그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앗수르는 북왕국과 아람을 멸망시켜버립니다. 그러나 잠시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자유를 팔아먹은 꼴이 되어버린 유다는 사실상 앗수르의 속국이 되고 맙니다.
아하스의 뒤를 이은 히스기야 왕은 민족주의 정책으로 독립을 쟁취하려 했으나 이를 응징했던 제국의 말발굽에 나라 전체가 폐허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극적인 개입으로 예루살렘만 무사했을 뿐입니다. 위태로운 나라의 상황 가운데 히스기야 왕도 죽음을 맞이하고 므낫세 왕이 즉위합니다.
예루살렘을 포위하다 뜨거운 맛을 본 산헤립은 결국 암살당하지만, 앗수르는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제국의 위용을 유지했습니다. 특히 B.C 670년경 감행한 애굽 침공이 성공을 거둠으로써 앗수르는 절정의 지배력을 차지하게 됩니다. 애굽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권력의 균형을 맞춰줄 수 있는 유일한 국가였는데, 그 애굽이 꺾여버린 것입니다. 이제 그 누구도 앗수르에 반란을 일으킬 수도, 그것을 도와줄 수도 없었습니다.
히스기야의 뒤를 이은 므낫세 왕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서아시아의 작은 국가가 앗수르의 지배를 벗어난다는 것은 자살 행위였습니다. 유다는 앗수르에 예속되었고 므낫세 치하에서 전례없는 우상숭배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그는 앗수르의 봉신으로서, 적극적으로 제국 종교를 도입하였습니다. 므낫세는 히스기야가 파괴하고 없애버린 모든 우상들을 다시 세웁니다. 그리고 북왕국의 가장 악한 왕을 연상시킬 정도로 하나님을 진노케 합니다.
므낫세는 그의 아버지 히스기야가 없앤 산당들을 다시 짓고 바알을 위해 제단들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스라엘의 아합 왕처럼 아세라 우상을 만들었으며 하늘의 온갖 별들을 예배하고 섬겼습니다.
므낫세는 여호와께서 "내가 예루살렘에 내 이름을 둘 것이다"라고 하셨던 여호와의 성전에 제단들을 쌓았습니다. 그는 여호와의 성전 안에 있는 두 뜰에 하늘의 별들을 섬기는 제단을 쌓았습니다.
그는 자기 아들까지도 제물로 바쳤습니다. 그는 요술을 부렸으며 표적과 꿈을 풀어 점을 치기도 했습니다. 그는 무당과 점쟁이를 불러 의논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여호와께서 악하다고 말씀하신 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여호와를 노하시게 만들었습니다. (열왕기하 21:3~6, 쉬운성경)
역대하는 므낫세 왕이 앗수르 군대에 사로잡혀 바벨론으로 끌려간 사건을 다룹니다(역대하 33장 참조). 그곳에서 그는 고통 가운데 회개하였고, 하나님의 자비로 다시 예루살렘에 돌아오게 됩니다. 이후 므낫세 왕은 우상숭배 정책을 중단했지만, 그가 통치한 55년의 유다는 더이상 하나님의 멸망 선고를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죄악으로 얼룩져버렸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느님, 나 야훼가 선언한다. 나 이제 듣는 자마다 가슴이 내려앉을 재앙을 예루살렘과 유다에 내리리라.
사마리아를 허물 때 쓰던 측량줄과 아합의 궁궐을 허물 때 쓰던 다림줄을 대고 예루살렘을 허물어버리리라. 사람이 접시를 뒤집어 닦듯이 예루살렘 안팎을 말끔히 씻어버리리라.
내가 남아 있는 나의 백성을 버려 원수들의 손에 넘겨주면 모든 원수들이 달려들어 모조리 털어갈 것이다. (열왕기하 21:12~14, 공동번역)
앗수르는 그 강력한 힘에도 불구하고 역사 속으로 신속하게 사라지게 됩니다. 붕괴는 내부에서부터 일어났습니다. 피지배 민족의 반란 진압을 위한 끊임없는 군대 차출로 민심이 흔들렸고, 결국 끔찍한 4년의 내란이 일어나버렸으며(사마쉬-숨-우킨의 반란), 그 결과 제국의 기초가 흔들리게 됩니다.
뒤이어 애굽을 비롯한 피통치 국가들이 반란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로마가 훗날 겪게될 것과 같이- 북방의 야만 민족으로부터 공격을 받습니다. 결국 야만족을 이용하여 야만족을 막는 정책이 한계에 다다르자 앗수르는 메대와 바벨론의 협공으로 무너져버립니다. B.C 612년, 메대와 바벨론은 최후의 공격을 감행했고 앗수르의 수도 니느웨는 함락되고 맙니다.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제국이 순식간에 멸망하고 만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하나님께서 나훔 선지자를 통해 미리 말씀하신 내용이었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너를 피해 가며 비웃으리라. '니느웨가 기어이 망했구나. 누가 가엾게 보아주랴. 위로해 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구나!' (나훔 3:7, 공동번역)
앗수르가 멸망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네. 유다가 해방을 얻은 것입니다. 제국의 위용에 벌벌떨던 팔레스타인 지역의 나라들은 잠시나마 자유를 얻게 됩니다. 서아시아를 휘어잡을 나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한편 유다에서는 므낫세가 죽고, 그의 아들 아몬이 즉위하였지만 아버지의 못된 면만 배워 또다시 배교를 시도합니다. 그 가운데 왕궁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아몬의 통치는 2년으로 종결됩니다. 그리고 므낫세의 또 다른 아들인, 소년 '요시야'가 8살의 나이로 왕위에 오릅니다. 앗수르가 멸망하고 유다가 독립을 쟁취한 시기는 그가 성인이 될 즈음이었습니다.
저자는 요시야 왕의 개혁에 대해 "이스라엘 역사에 있어서 가장 획기적이고 중요한 사건"이라고 서술합니다. 그는 어둠과 멸망으로 치달아가고 있는 유다를 마지막으로 유턴시켜보려 했습니다. 그의 개혁은 열왕기하 22~23장에 나타나는데, 선대 왕 히스기야가 시행했던 것을 뛰어넘는 수준이었습니다. 간단히 요약해 보겠습니다.
모든 이교는 철저히 소탕되었습니다. 성경이 그의 개혁을 묘사하며 사용하는 단어들을 살펴볼까요? "태우다", "재로 만들다", "쫓아내다", "헐다", "부수다", "없애다", "베어버리다".... 이처럼 그는 유다 전역에 퍼져 있는 우상과 미신, 산당들을 박멸했습니다.
율법 중심의 개혁이 시행되었습니다. 요시야가 성전 수리를 지시한 후, 대제사장 힐기야가 그곳에서 율법책을 발견하게 됩니다(추정컨대 신명기 법전). 그 내용을 읽은 왕은, 율법이 선언하는 심판의 단호함과 민족의 죄악상을 실감하고 슬퍼 옷을 찢습니다. 그리고 백성들과 함께 율법을 철저히 지킬것을 서약합니다. 요시야 왕에 이르러 처음으로 유월절을 지키게 됩니다.
종교적 개혁의 범위는 옛 북왕국의 산당까지 이루어졌습니다. 요시야는 제국의 멸망으로 지배력이 약화된 북왕국 영토까지 정화했습니다. 이는 그가 사실상 사마리아의 영토까지 합병했음을 의미합니다.
요시야와 같은 왕은 전에도 없었고 그 뒤에도 없었습니다. 그는 마음과 정성과 힘을 다하여 여호와를 섬겼습니다. 그리고 모세의 가르침을 다 지켰습니다. (열왕기하 23:25, 쉬운성경)
이러한 개혁의 분위기 속에 백성들은 다시금 소망의 끈을 붙들게 됩니다. 만약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자신의 운명을 발견했다면, 아니 그들이 살아남고자 한다면 이방신들을 물리치고 오로지 여호와만을 섬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우리가 살펴보게 될 예레미야라는 선지자는 바로 아래와 같은 소망이 피어오르던 배경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앗수르라는 거인을 멸망시키시고,
이스라엘이 회개할 마지막 기회를 주시기 위해
이 자유의 순간을 허락하셨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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