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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라떼 Apr 17. 2019

4. 파기된 언약과 새 언약 (3)

여호야김, 시드기야 그리고 예레미야

※ 표지그림 : 「예레미야」, Michelangelo


 요시야 왕의 개혁은 어둠으로 추락하는 유다에 마지막 희망을 주었습니다. 비록 그 개혁이 근본적인 백성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해도, 요시야는 하나님의 통치에 부합하는 왕이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애굽과의 므깃도 전투에서 허무하게 죽고 맙니다. 유다의 독립은 15년을 채우지 못한 채 마감되었고 다시 애굽을 주인으로 섬기게 됩니다. 요시야의 뒤를 이은 여호야김은 아버지와 너무 다른, 악한 왕이었습니다.


 




여호야김의 실정(政)


 여호야김은 경솔한 성격의 소유자였고, 왕으로서는 부적합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왕이 되었을 때, 애굽은 유다에 무거운 조공을 부담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여호야김의 첫 정책은 새롭고 화려한 궁전을 건축하는 것이었습니다. 국고는 탕진되었고 백성들은 강제노역에 동원되었습니다.

 여호야김과 예레미야 사이에 화평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선지자는 혹독하게 여호야김을 비난합니다. 화려한 백향목 궁궐을 짓는다고 네가 위대해 지겠냐고, 네 아버지 요시야 왕을 기억하고 배우라고 말입니다.


 네 집에 백향목이 많다고 해서 네가 위대한 왕이 되겠느냐? 네 아버지는 먹고 마시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는 옳고 바르게 살았기 때문에 하는 일마다 잘 되었다.
 그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의 사정을 들어 주었다. 그래서 하는 일마다 잘 되었다. 하나님을 안다는 것은 바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나 여호와의 말이다. (예레미야 22:15~16, 쉬운성경)


 여호야김 치하에서 개혁은 그 최후의 흔적마저 사라져버렸습니다. 왕은 하나님의 행하시는 일에 관심이 없었고 인격적으로도 미성숙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백성들의 마음들도 하나님으로부터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개혁에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회개하고 개혁에 동참했는데 복을 안 주시네."


 백성들은 인내하지 못했고, 다시 이방 신들을 섬겼습니다. 뇌물을 먹은 선지자들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걱정하지 마라. 예루살렘과 성전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 사람들을 미혹했습니다. 예레미야는 이토록 부패한 국가와 완전한 결별을 선언합니다. 그들이 순종하지 않았기에 이제 더 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우리는 지금 이미 애굽의 속국이 되어 재앙을 겪고 있잖아."

 아닙니다! 재앙은 북방에서 내려올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더 무서운 원수인 바벨론을 움직이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유다는 곧 쑥대밭이 될 것입니다.


 야훼의 말이다. 북녘 땅 한 끝에서 한 강대국이 일어나 쳐들어온다. 활과 창을 움켜잡은 잔인무도한 자들이 설레는 바다같이 고함지르며 말타고 달려온다. 수도 시온아, 너를 쳐부수려고 일제히 무장하고 나섰다. (예레미야 6:22~23, 공동번역)


  "아니, 이곳은 여호와의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인데? 앗수르의 대군도 결국 포위를 풀 수 밖에 없었던 신성한 곳인데? 어떤 적도 하나님이 지키시는 이곳을 점령할 수는 없어." 

 이에 대해 예레미야는 "절대 아니다"라고 답합니다. 예레미야는 이에 대해 이미 요시야 왕 때 설교한 바 있습니다.


"예전 사사시대의 실로를 기억해 보라. 법궤가 있었던 그곳을 하나님은 쑥대밭이 되도록 내버려두셨다. 너희가 죄악 가운데 있는 한, 지금 이 성전은 너희에게 아무런 보장도 될 수 없다." (예레미야 7장 참조)


 예레미야는 이러한 발언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습니다. 신성모독을 범했다는 것이지요. 제사장과 방백들, 폭도들이 그를 수시로 죽이려 했습니다. 요시야 시절 함께 개혁에 동참했던 일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예레미야는 일찍 생을 마감했을 것입니다. 그때부터 예레미야의 삶은 핍박의 역사였습니다. 조롱거리가 되거나 추방당하는 것은 보통이었고, 심지어 고향사람들마저 그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몄습니다. (예레미야 11:18~23 참조) 예루살렘이 깨진 옹기그릇과 같이 회복 불가능하게 파멸되리라는 예언을 한 후에는, 사로잡혀 밤새도록 착고에 채워졌습니다. 얼마동안 그는 성전 출입조차 금지당했습니다.


옹기그릇을 깨뜨리며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언하는 예레미야, James Tissot



최후의 기회


 B.C 600년 경, 바벨론은 엄청난 제국으로 성장하여 팔레스타인에 손을 뻗칩니다. 바벨론의 왕 느부갓네살은 그 지역의 패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애굽과 피할 수 없는 결전을 펼치게 됩니다. 이것이 갈그미스 전투(B.C 605)이고, 이 전투로 애굽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느부갓네살이 부친상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바벨론은 황급히 군대를 본국으로 돌리게 되고 서아시아 지역은 잠시의 공백 상태를 맞이합니다.


 애굽은 꺾여버렸고 바벨론은 언제 다시 내려올지 모르는 상황... 누구의 편이 되어야 하는가? 어떤 선택이 살 길인가? 여호야김 왕과 방백들은 극도의 혼란 속으로 빠져듭니다.


 그 해 예레미야 선지자는 왕에게 마지막 경고를 가하는데 총력을 집중합니다. 어쩌면 이 극한 상황이, 왕으로 하여금 회개의 자리로 나오게 할 수 있다는 하나님의 말씀 때문입니다.


내가 온갖 재앙을 내리기로 하였다는 말을 듣고, 유다 가문이 그 못된 생활 태도를 고칠지 아느냐? 고치기만 한다면 나는 그 악한 죄를 용서하여 주리라 (예레미야 36:3, 공동번역)  


 선지자는 자신의 메시지를 친구인 서기관 바룩에게 대필하도록 했고 바룩은 그것을 대중들 앞에서 낭독합니다. 방백들은 그 예언의 말씀에 놀랐고 깊이 감명을 받았습니다.

 "왕께서도 이 말씀을 들으셔야 한다."

 방백들은 바룩의 두루마리를 여후디에게 전달하여 왕 앞에서 읽게 합니다. 그러나 삼편, 사편을 낭독했을 때 여호야김은 오만한 태도로 두루마리를 빼앗아 칼로 베어 화롯불에 던져 태워버립니다. 이 일로 예레미야는 국가를 멸망으로부터 구할 의욕을 완전히 상실합니다.

  

예언의 두루마리를 태워버리는 여호야김 왕


 


유다의 마지막 왕 시드기야


 여호야김은 결국 바벨론에 반역했고 예루살렘은 포위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 여호야김은 편리하게도 세상을 떠나버립니다) 그의 아들 여호야긴은 항복했으며, 바벨론은 시드기야를 지배자로 세운 후 여호야긴을 포함한 왕족, 관리, 핵심국민들을 바벨론으로 강제 이송시킵니다. (2차 포로)


 시드기야 왕은 불안해하기만 한 채 아무 것도 하지 못했으며, 낙관적인 선지자들은 여호와께서 바벨론의 멍에를 곧 꺾으시고 포로들을 돌아오게 할 것이라고(그것도 2년 안에!) 예언하며 왕과 백성들을 부추켰습니다. 시드기야는 그들의 말에도 귀기울였다가, 예레미야를 몰래 불러 하나님의 말씀을 묻습니다. 그러나 예레미야의 말을 들은 그는 고민만 하다가 끝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합니다.


 시드기야 왕이 사람을 보내어 예언자 예레미야를 여호와의 성전 셋째 문으로 데려왔습니다. 왕이 예레미야에게 말했습니다. "물어 볼 것이 있으니 아무것도 감추지 말고 정직하게 말해 주시오."
...
 그 말을 듣고 예레미야가 시드기야에게 말했습니다. "만군의 하나님이신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바빌로니아 왕의 신하들에게 항복해야 한다. 그러면 네 목숨을 건질 수 있겠고 예루살렘은 불에 타지 않을 것이며 너와 네 집이 살아남을 것이다.'"
...
 시드기야 왕이 예레미야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바빌로니아 군대에게 항복한 유다 사람들이 두렵소.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나를 그들에게 넘겨 주면 그들이 나를 학대할 것이오." (예레미야 38:14~19, 쉬운성경)


 유진 피터슨이 예레미야에 관해 쓴 책 「주와 함께 달려가리이다」(IVP)에서 시드기야에 관해 서술한 평은 주목할 만 합니다.

“시드기야는 예레미야의 생애 전체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사람 중 하나였음이 틀림없다.
요시야는 그의 친한 친구였다.
여호야김은 그의 지독한 적이었다.
그런데 이 왕은 형체가 없었다. 선한 일이든 나쁜 일이든 상관없이 그는 도무지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예레미야는 국가의 명운은 확실하게 끝났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한결같이 최악의 재난을 예언하였고, 히스기야 시절의 기적이 다시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백성들을 향해 "기적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지금 유다가 아닌 바벨론의 편에 서 계시기 때문입니다(예레미야 21:3~5). 이제 백성들이 살 길은 단 하나, 느부갓네살의 멍에를 메고 하나님의 징계를 달게 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바벨론에 항복하라는 예레미야의 메시지는 백성들에게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일로 그는 지하감옥에 던져졌고, 죽음 직전에 한 노예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집니다.  


 반바벨론 동맹은 다시 시도되었고, 바벨론은 예루살렘을 재 포위했습니다. 애굽의 원병은 참패했으며 결국 예루살렘의 운명도 마감되었습니다. 시드기야는 도망을 쳤고, 결국 잡혀 심문을 당하고 아들들이 눈 앞에서 죽임당하는 것을 본 후, 눈이 뽑힌 채 포로로 끌려갔습니다. 유다가 끝까지 믿고 자랑하던 성읍과 성전은 파괴되었으며, 백성들도 포로가 되어 바벨론으로 끌려갑니다. 이것이 바벨론 3차 포로입니다. 유다는 완전히 멸망한 것입니다.


 예레미야는 유다의 멸망까지 시종일관 심판을 선포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소망의 관점에서 본다면 예레미야가 한 일은 도대체 무엇일까 의아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 그는 하나님 나라의 소망에 엄청난 기여를 하였습니다! 예레미야의 메시지는 나라를 잃어버린 유다 백성들의 마음 속에 남아, "끝났지만 결코 끝나지 않았다"는 희망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는 어떤 소망을 선포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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