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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za Jul 18. 2023

공무원 시험의 속성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이긴다

노량진 학원가, 학원 앞자리에 앉기 위해 새벽부터 밖에서 줄은 서고 있는 학생들. 푸석푸석한 얼굴로 길거리에 앉아 기다리는 시간에도 책을 보느라 여념이 없다.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강의를 듣는다. 마음에 여유가 없는 공시생들은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대한민국은 공시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쟁률은 30:1, 합격률은 1.8%. 경쟁률도 높고, 합격자보다 불합격자가 더 많은 시험이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을 하려면 적어도 반에서 1등을 정도 해야 공무원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때, 반에서 적어도 1등을 해본 적 없는 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니. 공시를 준비하는 것은 나에게 도전이었다. 비록 남들보다 공부를 못하지만 나의 노력으로 합격해보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나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한 준비가 필요했다. 공무원 시험 선발 과정은 시험 결과에 따라 등수를 매겨 선발 커트라인 안에 들어오는 사람은 공무원이 되는 방식이다. 일단 합격권에 들어가면 공무원이 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다. 나도 아주 명확한 채용 방식이 맘에 들어 공시를 준비하게 됐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 반대로 말하면 시험을 어중간하게 공부해서는 합격하기 어렵다는 말일수도 있었던 것이다. 선발 인원 안에 들어간다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나도 열심히 하면 그 등수에 들어갈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대부분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점수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는 건, 당락을 결정하는 건 한두 문제라는 소리였다. 아는 것은 틀리지 않고, 모르는 게 나왔을 때 문제 푸는 대처를 잘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만점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는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나에게 공부란? 남들과 비교했을 때, 너무 뒤처지지 않게만 노력해왔다. 중학교 때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갈 수 있는 만큼만 공부했고, 고등학교 때는 대학을 갈 수 있는 만큼만 공부를 했던 것 같다. 항상 어느 단계를 통과하기 위한 관례라는 생각했었다. 그러나 잘은 모르지만 공무원 시험에서 그렇게 생각해서는 합격하긴 어려워보였다. 

일단 합격한 사람들의 점수대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몇 점을 받아야 합격이 가능한지 알아봤다. 그랬더니 내가 원하는 지역의 성적이 꽤나 높아보였다. 그 점수를 보니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 그 다음 가장 낮은 지역을 확인하니 읍, 면으로 가야지만 해볼 만한 점수처럼 느껴졌다. 이 정도는 해볼 만한데?라고 생각을 했지만, 3개년 성적 평균을 확인해보니 낮은 지역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내가 남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해야 했다. 그래야 원하는 지역으로 가거나 다른 사람들의 점수에 영향을 받을까 전전긍긍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면 접수를 할 때, 어느 지역이 낮을까 예측하며 쓸 수밖에 없어보였다. 그렇다는 건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다른 사람들의 점수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합격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더 이상 어중간하게 공부하겠다는 마음으로는 공시판에서 살아남기 어려워보였다. 결국 1등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바꿔야 하는 것 같았다. 그 마음을 가져야지만 진정한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공부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공감을 하지 못했다. 나에게는 남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만 공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등을 하기 위해서는 남의 성적과 내 성적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맞춰야 할 문제를 실수하지 않고 맞히고, 떨어트리기 위한 지엽적인 문제를 반복된 공부를 통해 맞추는 노력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된다 생각했다.    

결국 떨어트릴 사람을 걸러내는 시험이 공무원 시험이라면 나는 이곳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 합격권의 중간이 되기보다 확실한 1등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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