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za Jul 18. 2023

때(時)를 안다는 것은?

자신만의 시간으로 모두 걷고 있을 뿐

때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때는 ‘시간의 어떤 순간이나 부분’이라고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삶의 갈림길에서 저마나 선택을 하게 된다. 우리는 그런 선택의 순간에 정답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상담을 하거나 고민을 해서 결론을 내린다. 내가 선택한 답이 그때는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아닐 때도 있고, 그 반대의 결론일 때도 있다. 과연 정확한 때라는 것은 있을까?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기로 한 지 1달이 지났다. 나는 공부에 대한 열망은 컸지만, 좀처럼 쉽게 공부를 하지는 못했다. 나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해가 되지 않을 때면 희망과 절망을 반복하며 공부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공부를 하면서 힘든 건 롤러코스터를 타는 감정들을 이겨내며 하루하루를 버텨내야한다는 것이 힘들게만 느껴졌다.


그럴 때,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었다. 나는 집에 있는 엄마에게 ‘공부하는 게 너무 어렵다’며 툴툴거렸다. 그러나 엄마에게 돌아온 대답은 ‘공부를 얼마나 했다고 힘들어하냐. 남들만큼 해보지도 않고.. 그럴 거면 포기해’라며 나를 핀잔줬다. 엄마에게 그런 말을 들을 때면, 결국 인생은 혼자 사는 거라며 악으로 깡으로 버텨보자며 투지를 불태웠다.


당시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을 때, 학원 게시판을 보게 됐다. 공무원 학원 게시판은 보통 학생들이 스터디를 구하거나 중고 책을 파는 오프라인 커뮤니티 역할 하는 곳이었다. 나는 심심할 때면 그 곳에 가서 어떤 정보들이 있나 가끔 기웃거렸다. 그 중에 한 포스트잇이 눈에 들어왔다. “공부를 한 지 1주일 밖에 안 된 사람입니다. 공무원 시험이 저와 맞지 않는 것 같아 포기합니다. 책은 거의 새 책이지만 그만 두는 입장에서 싸게 책을 팔겠습니다. 연락주세요.”라는 글을 보게 됐다.


나와 공부가 맞지 않는 것은 비슷하게 느꼈지만 정반대로 행동한 사람을 보게 됐다. 나와 비슷하게 공부를 시작한 사람이 그만둔다고 하니 뭔가 마음이 이상했다. 나는 과락을 받고도 이 학원에서 공부를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누군가는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처음에는 그 포스트잇을 보면서 ‘공부를 얼마나 했다고, 벌써 그만두다니. 끈기가 없는 사람이네’라며 나도 엄마처럼 그 사람을 속으로 비아냥거렸었다. 그러나 그 포스트잇이 공부를 할 때면 계속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뭔가 어떤 느낌인지 그 당시에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나중에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알게 됐다.


사실 그 사람이 부러웠던 것 같다.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명확하게 아는 것 같이 느껴졌다. 남이 봤을 때는 짧은 시간일지라도 어쩌면 누가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 사람은 ‘내가 공부를 해보니, 이 정도면 그만둘 때’라고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일단 공부를 1년 만 해보겠다.’라고 한 것처럼 말이다.   


물론 포기한 그 사람이 맞았는지, 계속 공부를 해나가는 내가 맞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선택한 때가 맞다 믿고, 자신의 때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선택한 결과를 최고의 결과로 만들겠다고 스스로를 믿으며 걸어가는 것이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과락의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