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에서 살아남는 법
공시를 그만 둔 첫 직장에서 왕따가 되다
공무원 시험을 그만두고 우여곡절 끝에 작은 스타트업에 취업했다. 당시 대표님은 브런치에 올라온 내 인터뷰를 보고 흥미를 느끼셨고, 아르바이트로 지원서를 제출했던 곳에서 ‘작가’라는 포지션으로 나를 채용했다. 공무원 시험에서의 실패는 나를 깊은 우울로 몰아넣었지만, 그 속에서도 작은 희망이 움텄다. 내가 직접 만든 콘텐츠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첫 출근날, 회사는 자율출근제를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스타트업다운 느낌이었다. 안내를 맡은 매니저는 9시에 출근해도, 10시에 출근해도 괜찮다고 했지만, 나는 첫 출근이라는 설렘에 아침 9시에 도착했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회사 앞에서 40분이나 기다린 끝에 문이 열렸고, 마침내 내 첫 직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회사 안은 어수선했다. 어쩐지 팀이 막 꾸려지는 초기 단계 같았다. 나는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어수선한 책들 한가운데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대표님과 매니저는 10시가 넘어서야 출근했다. 그런데 내 책상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개발팀을 불러다 함께 책상을 조립하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어딘가 민망했다. 첫 회사의 첫날 풍경이 이렇게 혼란스러울 줄은 몰랐다. 역시 첫사랑과 첫 회사는 실패한다더니, 나도 피할 길은 없었나 보다.
그 회사는 커다란 비전을 가진 대표가 이끄는 곳이었지만, 콘텐츠 팀의 방향성은 전혀 정립되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콘텐츠 작가’로 채용되었지만, 대표님은 다짜고짜 나에게 2억 원 규모의 공모전을 기획하라고 지시했다. 그날부터 나는 H 매니저와 함께 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했다. 자체 플랫폼에 유입할 콘텐츠를 구상하고, 홍보 영상을 기획하고,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던져보며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나는 영상 제작의 기본조차 알지 못했고, 결과물은 항상 미흡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표님은 새로운 제작 PD를 채용했다. 남자 신입이었다. 그는 템플릿으로 만든 간단한 영상들을 제작했지만, 대표님은 그를 칭찬했다. 나는 그 칭찬 뒤에 숨겨진 비교의 시선을 느꼈다. 나보다 뛰어난 동료가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 작아지게 만들었다. 언제부턴가 회사 분위기 속에서 나는 보이지 않는 벽에 갇힌 듯했다. 팀원들은 나를 점점 멀리하기 시작했다. 함께 밥은 먹었지만, 누구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매일 홀로 울며 출근했다.
나는 이렇게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인가?”
“왜 나는 모든 것에 실패하는 걸까?”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하며 느꼈던 그 나날의 감정들은 어딘가 아프고도 쓰라렸다. 그때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드디어 내 앞가림을 하며, 회사에 다니게 되었는데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는 매일 출근길에 작가들이 무엇을 하는지, 사수가 없는 작가들을 도와주는 서비스가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역시, 비전공자에 인맥도 없는 내가 뭘 할 수 있는게 보이지가 않았다.
그때 나는 법륜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힐링을 하고, 스스로 회사에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봤다. 그때 스님이 다람쥐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법문을 들었었다. 스님이 다람쥐는 큰 돌덩이가 있으면 지나가든지, 넘어가든지, 다른데로 간다면서 인간만 '왜 여기에 이 돌이 있는거야'라는 말을 한다는 거였다. 나는 대표가 나를 왕따 시키는 것들이 힘들다고 회사를 그만둘 수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갑자기 탁! 놓아졌다.
그래서 회사 수습 기간 3개월만 채우고, 내가 배울게 없으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법문을 통해 나는 매일 아침마다 웃으면서 인사도 해보고,
나름 공부도 해보고, 못하면 못하는대로 그 안에서 적응을 해보기로 용기를 냈었다.
물론 그게 생각보다 쉽진 않았지만 말이다.
https://youtu.be/Za3HVAm9YII?si=KaKm-NGzprHyr6z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