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성공은 재능일까 노력일까?

주제의식과 메시지 뭐가 그리 중요한데.

by ho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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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회사에서는 볼링 토크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다. 출연한 프로 볼링 선수들의 근황과 그들의 볼링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이 콘텐츠의 주요 내용이었다. 작가인 나의 업무는 출연하는 볼링 프로 선수들을 사전에 인터뷰하고 어떤 이야기를 방송에 내보내면 좋을지 구성안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작가 시절. 선수들의 사전 인터뷰만 문제없이 진행하고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면 감독님에게 칭찬받았다. 그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손쉽게 구성안을 작성하는 감독님을 보며 구성안 작성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내가 직접 구성안을 담당해야 하는 시간이 왔고, 나는 감독님에게 혹독한 피드백을 받았다. ‘도대체 구성안이 무슨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사람에 대해서 기본적인 관심이 없어 보인다.’ ‘성과 만능주의에 찌든 게 아니냐.’ 사실 처음에는 피드백이 인신공격 같았고 이해가 되지 않아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나는 개인 면담을 요청했고 그제야 감독님이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 내가 인터뷰한 프로 선수는 10대에 청소년 국가대표에 발탁되어 여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전도유망한 선수였다. 그래서 나는 선수의 주목할 만한 성적 위주로 구성안을 작성했다. 혼자 작성한 첫 구성안이지만 다시 읽어봐도 나쁘지 않아 보였고 무척이나 뿌듯했다.


하지만 감독님의 시각은 달랐다. 성적 위주로 선수의 이야기를 풀어내면 그 선수의 성장 과정과 노력이 주목받지 못하고, 그렇게 되면 선수의 인간적인 매력이 잘 드러나지 않을뿐더러 우리 콘텐츠가 마치 성적 지상주의의 가치관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우리는 콘텐츠를 통해 노력하는 사람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성적보다는 과정과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주제 의식과 메시지를 전해야 하지 않겠냐며 감독님은 열변을 토했다.


결국 감독님이 구성안을 수정했고, 내가 보기에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훨씬 매끄럽고 휴머니즘이 담긴 훌륭한 구성안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나는 한편으로 조그마한 의문이 생겼다. 사실 내가 보기에 그 선수는 타고난 천재였다.


물론 노력과 과정이 있었겠지만 나이에 비해서 압도적인 성적을 낼 수 있는 이유는 탁월한 신체 조건과 재능의 역할이 큰 것도 맞았다. 감독님을 이해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정말 주제 의식과 메시지를 위해서 특정 부분을 강조하는 게 맞을까?

그만큼 주제 의식과 메시지는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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