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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호 Jul 28. 2016

낮은 데로 자라는 꽃

낮은 데로 자라는 꽃


박 호


개울녘 비탈진 둔덕에

성자의 애잔한 웃음 지으며

아래로 자라는 접시꽃


허약한 줄기로 웃자라

바람에 겨워 흔들리며

지난 세월 달관한 듯

흐드러지게 꽃들을 피운다


꽃들을 피우면 피울수록

꽃줄기는

꽃의 무게만큼 낮아지고


낮은 데로,

가장 낮은 데로 임하여

길섶에서 맞는 이승의 마지막 노숙


마침내

온몸을 내려놓고 대지의 품에 안겨

한 떨기 성화聖花가 되었네.


2015 <바람꽃은 산마루에 핀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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