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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호 Aug 01. 2016

마음에 있으면

마음에 있으면

                      박 호



마음에 있으면

보인다

억새가 왜 흔들리는지


햇물 잦아진 호숫가 자투리

속절없이 버려둔 습지에서

텅 빈 가슴 햇볕에 그을리며

허기진 배를 맹물로 채우고

은빛 너울 버둥대며

손치고 떠난 가을바람 따라

허우적허우적 흔들리며

묵언으로 견디어 낸 곤비한 세월

가을빛 사위는 하늘을 향해

영혼이 깃든 노회한 몸짓으로

마지막 생명을 불태우며

떠나보내는 석별의 춤사위


보인다

시간이 머물다 떠나간 자리에서

흔들며, 흔들며 서 있는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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