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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호 Aug 04. 2016

하늘이 울어야

하늘이 울어야
                      박 호


아무리 천둥 쳐도
마른하늘엔 비가 내리지 않고
아무리 크게 소리쳐도
목마른 갈증은 해소되지 않는다

어린 소나무에 기대서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느티나무 고목 위로
하늘의 도도한 울음이
구름바다를 휘저어
여우비로 하늘을 적시고
쪼그라진 잎새들을 씻어 주면
기어코 목 놓아 울어 버리는 나무
빗물은 옅은 땅으로 스미고
나무의 눈물은 더 깊은 곳,
갈증의 샘으로 흘러서
해갈을 꿈꾸는
빗발처럼 그치지 않으리

울고 싶어도

홀로 소리쳐 울수도 없는 나무는

하늘이 울어야,
하늘이 울어야 나무도 운다.


2015 <바람꽃은 산마루에 핀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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