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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호 Sep 26. 2016

무거운 짐과 멍에 그리고 굴레

무거운 짐과 멍에 그리고 굴레

 

말이란 사람의 감정 변화만큼 다양하고 비슷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뜻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고 느낌만 살짝 달리 쓰이기도 해서 실제로 쉬우면서도 어려운 게 말하기인 것 같다. 멍에와 굴레란 말도 흔히 혼동하여 쓰인다. 성경에도 무거운 짐과 멍에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사람들은 자의든 타의든 모두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간다. 이때 짐이란 눈에 실제로 보이는 사물뿐이 아니고 책임, 고통, 슬픔, 걱정, 등 모든 정신적 부담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물론 멍에와 굴레 자체도 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멍에는 무거운 짐의 부담을 덜 느끼게 해주는 지렛대 역할도 해준다. 멍에는 영어로 yoke라 하여 마소가 수레나 쟁기를 끌 때 목에 걸쳐 짐의 하중도 줄여주고 혹시 굴러 떨어질 때 다치지 않도록 마소의 목을 보호해주는 안전장치 역할도 하며 작은 나룻배의 뱃전 창 막이 각목이나 나무마루 밑창 지지대에도 멍에란 말을 쓰는 걸 보면 멍에가 단순히 귀찮은 짐만은 아닌 것이 분명한 것 같다. 그래서 예수님도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볍다."라고 표현하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극복해야 될 많은 무거운 짐들에 비교하면 멍에는 아주 가벼운 것이거나 짐을 덜어 주는 것이란 얘기다. 또한 멍에는 일할 때만 쓰고 굴레는 평상시에 씌워 놓을 수도 있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문제는 멍에가 아니라 굴레가 아닌가 생각된다. 굴레란 통상 마소의 머리와 목에서 고삐까지 얽어매는 줄을 말한다. 그런데 어린아이들이 한복을 입을 때 머리에 쓰는 모자 비슷한 장신구를 굴레라고 이름 붙인 것도 재미있다. 굴레는 사람이 한번 짊어지면 어쩌면 평생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영어로 굴레는 bridle이라 하여 yoke와 구별한다.

         

굴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설이 아마 20세기 초기 세계 1차 대전이 발발한 직후 발표된 작가 서머싯 몸 (William Somerset Maugham )의 우리말 번역본 `인간의 굴레`를 떠올리게 된다. 영어 명은 Of Human Bondage라 했다. 영어로 bondage 란 구속 혹은 속박이란 뜻인데 좀 더 문학적 표현을 빌려서 굴레라고 번역한 것 같다. 그 당시 유럽은 허무주의의 메아리가 채 가시기 이전 세계대전 직전 정치적으로도 불안하고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황폐했던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러한 시기에 작가 자신도 10세 이전에 양부모를 여의고 아주 불행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이 작품은 그의 자전적 소설로 한 주인공이 청년기를 거처 30세가 되기까지 성장하면서 겪어야 하는 여러 가지 불행과 고통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태생적으로 불행한 환경에 처하여 짊어지고 가야 할 굴레나 속박을 벗어나 자유롭고 싶은 욕망과 자아실현의 의지는 결국 평범한 한 인간으로 돌아와 인간의 삶이란 의미가 없다 라는 결론에 도달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감을 얻었다.

        

지금은 오랜 세월이 흘렀고 세상도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1960년대는 참으로 앞이 보이지 않던 암울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 소설이 그 당시 젊은 사람들 사이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짐과 멍에 그리고 굴레를 고민하며 살아간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그냥 그렇게 살다가 이미 세상을 떠나갔다.


허허/박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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