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호 Jan 10. 2017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들)의 비극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들)의 비극


최근 정치권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와 관련하여 선거 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 혹은 17세로 낮추는 문제가 일부 정치인들의 단순한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거론되고 있는 듯하다. 선거에서의 유불리에 연연하여  현재 학문 연마를 위한 기초를 다져야 할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을 조기에  이전투구의 정치 아사리판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 자칫 잘못되면 경박한 정치판의 선동에 의하여 미래의 주인공인 젊은이들의 문제가 비루한 비극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구체제 부르봉 왕조를 무너뜨린 시민 혁명은 1789년에 일어났으니 그로부터 130년 후 1929년에 장 콕토(Jean Cocteau 1889 ~ 1963)는 당시 젊은이들의 심리소설 앙팡 테리블(Les enfants terribles)을 출간했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젊은이들의 비뚤어진 의식구조를 대변한 작품으로 미성숙한 젊음의 파괴적인 본능과 절제되지 않는 욕구 분출이 어떻게 파멸되어 가는지 보여준다. 그 후 다시 거의 100년이 지난 지금 젊은이들 의식의 외적 표출 양상이나 원인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겠지만 앙팡 테리블은 사라지지 않고 항상 부조리한 사회의 허점을 주시하고 있다. 무서운 아이들의 의식은 미래가 불안하면 증폭되고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로 부상한다.  문제는 이러한 앙팡 테리블의 표출은 건전하지 못하고 어두운 사회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결국은 모두 비극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는 사실이다.

         

특히 기성세대의 부패나 사회 부조리에 대하여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편 이들은 수십 년 전의 과거사에는 별로 관심이 적은 반면 최근 몇 년 동안의 사회문제와 앞으로 닥칠 미래의 변화에  보다 지대한 관심을 기울인다. 또한 군중심리(mass psychology) 상태에 쉽게 노출되고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에 매몰되어 개별적 이성적 사고가 어려워지며 의사결정이 단순하다. 따라서 미래의 주인공들인 그들이 당장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것보다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이해하고 스스로 건전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제도나 사회 시스템을 통하여 철저하게 사전 준비하고 필요한 능력을 갖추게 하는 일이 청소년 개인이나 국가 백년대계를 위하여 보다 더 바람직스러운 급선무가 아닐까.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떼는 그들의 리더를 선택하는데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어두운 밤에만 빛나는 촛불을 그렇게 오랫동안 기억하지 않는다.


허허(虛墟)/박 호


매거진의 이전글 일몰 - 퇴장하는 무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