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R Jun 09. 2023

팩트가 아닌 의견을 원하는 사회

책 <뉴스, 토크하다>, 엄기영 저


사회는 왜 팩트fact 가 아닌 의견opinion 을 요구하는가. <뉴스, 토크하다> 는 늘어가는 '토크 뉴스' 포맷이라는 현상 분석과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설명한 책이다. 본 책은 현상 분석 이후 크게 시청자 입장에서 토크 뉴스를 좋아하는 이유와 방송국 입장에서 토크 뉴스를 좋아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방송국 입장에서의 이유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 등에 비해 비용은 많이 들지 않으면서 시청률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궁금했던 부분은 시청자들의 입장이었는데 여태 막연하게만 생각해 오던 지점을 언어화해 주어서 명쾌했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한 <팩트> 를 원하지 않는다. 이는 평균의 함정처럼 팩트의 함정 또한 존재함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객관성이란 진실성, 관련성, 균형성, 중립성을 담보로 하나, 인간의 인지편향에 따라 혹은 이해관계에 따라 객관적 보도라는 건 신화myth 에 불과하며, 이에 따라 사람들은 어차피 편향된 정보를 접하게 될 거라면 내 입맛에 맞게 팩트를 여과한 <의견> 을 원하게 된다.


사람들은 '객관적' 이라는 뉴스 보도를 보고도 해소되지 않아 생겼던 의구심과 의아함을 긁어주는 이들을 찾게 된다. 자신의 이익을 반영하는 프로그램을 지지하니, 곧바로 정치에도 반영이 되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니 정치 효능감이 생긴다. 물론 이는 장점만 가지고 있진 않다. 정체성을 둘러싼 여러 이슈들이 복잡다단하게 얽히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뉴스만 찾게 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은 타자화시킨다. 동시에 그 과정 속에서 일종의 재미를 찾게 되고 양당 체제라는 환경 속에서 내 편이 아닌 이들은 밟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지지는 곧 경쟁이 될 것이다. 더불어 듣고 싶은 것만 듣게 하는 확증편향은 이러한 현상을 심화시킨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시청자의 입맛을 돋우기 위해서는 앵커와 패널의 <전문성> 이 담보되어야 한다. '사실' 만 전달하는 매개자로서는 특별한 전문 지식이 필요 없지만, 뜨거운 감자와 같은 정치 현안에 관해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내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창 영어를 공부할 때 자신의 이름을 딴 코미디언이나 앵커 쇼를 주야장천 본 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도 점차 그런 양상으로 변해간다는 분석이 흥미로웠다. 한편, 이는 표현의 자유를 그 어떤 권리보다 중시하는 미국이기에 개인이 어떤 정치적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행할 수 있는 게 아닌가라는 씁쓸함도 느꼈다.




INSTAGRAM @hppvlt

https://www.instagram.com/hppvlt/

매거진의 이전글 이토록 당연하지 않은 불행에 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