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티크M 2023년 6호
르몽드 코리아에서 발간된 <크리티크 M> 6호는 종교와 합체한 가부장적 남성중심사회가 인류사 속에서 어떻게 모든 유형의 여성들을 희생제물화시켜 왔는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우선, 흔히 '마녀' 를 사냥한다는 말에 따라 마녀사냥은 중세에 불어닥친 광풍이었을 것 같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중세가 아닌 인본주의 시대로 불리는 14세기 르네상스 시대 이후 마녀사냥이 심화되기 시작됐다는 점이 지적된다. 더불어, 흑사병으로 인한 사회 전반에 퍼진 죽음에 대한 공포와 교회 내부 부패 문제를 외부로 돌리고자 하는 움직임은 악마의 형상에 여성의 이미지를 덧씌우고자 했고, 이에 따라 인간 내부의 죄의식을 형성해 교회와 사회 규범의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든다.
자본주의 시대 또한 마녀사냥의 역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온 세상을 수치화·물질화하여 군림수단으로 만들고자 하는 근대의 흐름 속에서 지배 계급은 신대륙 개척을 비롯한 '새로운 질서' 를 수립하기 위해 (1) 사회 취약계층의 생존수단인 토지를 약탈하여 사유화하고 (2) 자연을 정복 대상으로 인식하여 신대륙 개척에 앞장서며 (3) 주류의 규범에 벗어난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마녀사냥하기 시작한다.
'마녀 감별법' 은 언제나 주류의 기준에 따른 것이었고, 마녀로 지목당하는 이들은 대개 교회와 정부를 비롯한 가부장적 남성중심사회의 규범에서 벗어나는 이들이었다. 독신, 부랑자를 비롯한 근대의학에 반反 하는 민간요법을 아는 여성들. 법률·의학·정치를 이루는 문자권력을 위협하는 읽고 쓰는 여성들은 온갖 종류의 지배에 목소리 높이는 '길들여질 수 없는' 존재의 상징이 되어 지배 계급의 박해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마녀사냥의 문제는 현대 사회와 무관한 전근대적 폭력의 양상에 불과한가? 아니, 오히려 타자의 기준을 더욱더 모호하고 다층적으로 세워, 나와 다른 이들을 배척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현실에 대한 불안과 불신은 무기력과 공포를 낳아 구조적 폭력에 동조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현실 속에서 사회적 낙인과 함께 <마녀> 가 된 이들은 이제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자기만의 방' 과 '목소리' 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들은 타자화라는 그물 속에서 희생된 '마녀 조상들' 을 기리고, 스스로를 <마녀> 라 명명하며 마녀라는 정체성을 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뿌리내릴 수단으로 삼는다. 세상을 둘러싼 온갖 불평등과의 지배관계를 겨냥하며 세상을 향해 "우리는 당신들이 미처 태워 죽이지 못한 마녀들의 손녀다. (WE ARE THE GRAND DAUGHTERS OF ALL THE WITCHES YOU WERE NEVER ABLE TO BURN.)" 라는 말을 외친다.
개인적으로 표제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신청했던 서평단이었다. '마녀들이 돌아왔다' 라니. 표제 자체로 한 사회에서 소외되고 핍박받던 이들이 부활할 수 있도록, 기꺼이 마녀가 되거나 마녀의 친구가 되겠노라 선언하는 용기 있는 자들의 목소리 같지 않나. '불온한' 존재로 낙인찍힌 수많은 <뱀> 들의 이야기를 여러 예술 작품 및 사회문화 현상과 곁들여 해석해볼 기회와 다름없는 지성지였다.
르몽드코리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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