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 독서 생활의 목표는 아카이빙을 목적으로 한 기록이었다. 그간 보고 읽은 건 꽤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텍스트를 접하고 기록하지 않은 채 흘려보내니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을 여러 해 동안 했었다. 그래서 올초 천천히 읽고 오래 머물며 생각한 바를 기록해야겠단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그건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었다. 사유 깊이의 한계를 느꼈고 생각한 걸 언어로 표현해 내는 데 있어 한계를 느꼈다. 분명 내가 책을 읽으며 느낀 바는 여기서 끝이 아닌데 더 끌고 나갈 힘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생각을 표현할 언어적 도구를 구하기 위해 나름대로 강구했던 구체적 계획은 (1) 한병철 교수님 저서들 읽기 (2) 정희진 선생님 저서들 읽기 (3) 이진경 교수님 저서들 읽기 (4) 고전 탐독이었다. (1) 과 (4) 는 나름대로 꾸준히 읽어 왔으나 나머지는 차일피일 미루다 하반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정희진처럼 읽기>. 페미니즘의 도전을 비롯 여러 여성주의 도서 및 칼럼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정희진이라는 이름. 그런 정희진 선생님은 어떤 책을 어떤 시각으로 읽는지 궁금했다. 강의를 듣듯 각 잡고 공부하며 읽을 요량으로 이 책을 선택했고 예상대로 전자책임에도 불구하고 책은 형광펜칠 범벅이 되고 말았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얼마나 깊게 사유해버릇 해야 이 정도 깊이의 독후감을 다량으로 써낼 수 있는 걸까? 속칭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통섭적 시각으로 경계 밖에서 제도의 중심을 향해 겨누는 글들은 독서는 저항과 불복종의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네가 읽는 것이 너를 말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사유의 도구가 될 법한 수많은 명언들은 한 번에 소화시키기는 힘들 듯하다. 물론 이후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를 읽을 생각이지만. 개인적으로 사회과학 서적들을 읽는 빈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ㅡ
INSTAGRAM @hppvlt
https://www.instagram.com/hppv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