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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 Sep 03. 2023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갈 때

책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정희진 저


생각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내가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 카메라 렌즈의 시각에서 어떤 것이 가시화되고 어떤 것이 비가시화되는지 조금 더 예민하게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췌

[...]  선택부터가 일종의 입장이다. 어떤 영화도 다음과 같은 물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떻게 볼 것인가? 어디로부터 볼 것인가? 무엇이 나의 관찰력을 제한하는가? 무엇을 위해 볼 것인가? 누구와 함께 볼 것인가?(이 질문은 텍스트가 소구하는 그룹, 커뮤니티, 지향성을 의미한다) 누가 하나 이상의 다양한 관점을 갖게 되는가? 누가 특정한 안경을 끼고 있는가? 그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가? 누가 이 모든 장(場)을 해석하는가? 이 모든 물음은 보는 것만의 문제인가? (이 글에서 ‘본다’는 다른 감각을 포함한 모든 경험을 의미하지만) 시력 외에 다른 몸의 감각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


[...] ‘모르는 사실’과 ‘없는 사실’은 다르다. 모르는 사실은 없다. 비가시화된 현실이 있을 뿐이다. 세상은 비밀로 가득하다. 지와 무지의 경계는 권력이 정한다. 권력이 있는 모든 곳에는 비밀을 둘러싼 정치가 있다. 비밀, 고통, 권력이 삼각형을 이룬다. 비밀로 인해 이익을 보는 자, 억압을 당하는 자, 손해를 보는 자, 고문을 당하는 자… …. 비밀(언어, 사실, 정보, 역사… …)은 권력관계의 정점이다.


[...]  지식은 어딘가에 있어서 찾아내는 대상이 아니라 특정한 시각이 없다면 드러나지 않는 사실이다. 시각이 지식을 드러나게 하므로 지식은 발명(making)되는 것이다. 그래서 객관적인 지식이란 존재할 수 없다. 시각이 앎을 결정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는 우리가 끼고 있는 렌즈의 색깔에 달려 있다.


[...]  하나의 질서만 유일한 진리가 되는 보편성(uni/versal)의 폭력


[...]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폭발을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무엇을 몰랐던가, 무엇을 숨겼는가를 아는 실마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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