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처럼 읽기에 이어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를 읽는 중인데 개인적으로는 시리즈 중 가장 유익한 것 같다. 새로운 언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내 존재와 위치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고, 나를 둘러싼 맥락이 정치적임을 늘 염두에 두기. 두고두고 필사하면서 곱씹어 볼 어구들이 많아서 좋았다.
발췌
[...] 보이지 않는 것은 없는 것이다. 어느 사회에나 ‘이미 배제된(foreclosure)’ 영역이 있다. 해방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질문하는 행위로부터 시작된다.
[...]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읽기나 생각하기라기보다는 ‘쓰기’라고 답할 것이다. 공부는 내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인데,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은 쓰는 과정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 보편적인(uni/versal) 사고방식은 사회적 약자에게도 적용되는 보편성의 윤리로 작동할 때도 있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기준을 각기 다른 상황에 무차별하게 적용하는 보편의 폭력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 저절로 생긴 말은 없다. 말은 권력관계의 산물이다. 사회적 약자는 언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다. [...] 권력화된 무지는 사회적 약자의 고통이 드러나지 못하게 한다.
[...] 인간은 자기가 사는 사회의 언어로 사고하기 때문에 언어의 그물망(인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시 말해 통섭은 지식 생산의 전제다. 우리가 해야 할 작업은 통섭을 지향하려는 노력이라기보다는 통섭의 경로를 추적하는 일이다.
[...] 위치는 ‘지도’(사회)를 전제한다. 자신의 위치를 알려면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어떤 사회인지 알아야 한다. 앎은 구조 속에서 자기 자리를 인지하고 타인과 관계를 설정하면서부터 시작된다.
[...]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보편적인 지식은 없다. 융합은 우리가 그때그때 ‘선택한’ 위치에서 기존의 지식을 재조직화하는 공부법이다. 창의적일 수밖에 없다.
[...]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보편적인 지식은 없다. 융합은 우리가 그때그때 ‘선택한’ 위치에서 기존의 지식을 재조직화하는 공부법이다. 창의적일 수밖에 없다. [...] ‘지금 여기’에서 내게 필요한 공부를 하다 보면 다음에는 어떤 공부가 필요할지 깨닫게 된다.
[...] 검색은 정보를 얻는 방법이 아니다. 이미 내 머릿속에 입력된(발견된) 정보를 더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 검색은 입력창(入力窓)에 아는 것을 넣는 행위다. 모르는 것은 입력할 수 없다. 다른 경험이 없다면 모르는 것은 영원히 모르게 된다.
[...]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다. 아는 만큼‘만’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아는 방법’과 ‘모르는 방법’ 자체에 관해 고민해야 한다.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정보를 아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쓰는 능력이다.
[...] 공부를 잘하는 첫 번째 방법은 기존 지식이 형성된 전제(前提)를 질문하는 것이다. [...] 무엇이 둘을 다르게 혹은 같게 보이도록 만드는가.
[...] 인간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만 정의될 수 있는 존재다. 그러므로 나의 위치에서 생각한다는 건 성별, 계급, 인종, 지역 등이 교차하며 발생하는 사회적 모순 속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가를 아는 것이다. 만물은 결국 ‘나’라는 렌즈를 통해 인식되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를 모르는 앎은 무의미하거나 대개는 사회악이다. 자신이 한 말의 의미를 모르는 인간이 여론을 주도하거나 지도자가 될 때 공동체는 위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