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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 Sep 28. 2023

일터의 죽음을 '당연한' 것으로 남겨두지 않기 위하여

책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신다은 저


"삶을 위해 일이 존재한다. 산재는 그 관계를 뒤집는다. 일을 하다 삶을 빼앗긴다." 한겨레출판에서 나온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는 故 이선호 씨와 故 김용균 씨를 비롯한 산업재해 희생자들의 죽음을 되돌아보고, 더 이상 구조에 의한 '일터의 죽음' 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가 무엇을 주시해야 하고 사회적 기억으로 합의해야 하는가를 일러주는 글이다.


책 전반의 얼개는 두 노동자의 죽음을 중심으로 (1) 어떻게 안전을 방치한 기업 구조가 노동자의 죽음을 조장하고 (2) 산재 사망사고의 유형은 어떠한지 (3) 산재 원인이 겉으로 드러나지 못하게 하는 사회 구조적 배경의 면면으로는 무엇이 있는지를 기업, 정부, 노조, 언론을 중심으로 살핀 후, (4) 마지막으로 노동자 입장에서 더 많은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자는 구조 속에서 일하면서도 정작 그 구조에 의해 죽음을 맞이할 때, 구조 밖 존재인 양 개인적 문책을 당한다. 죽음의 이유는 마땅히 "그 조직의 안전관리가 어느 부분에서 실패했는가" 를 조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현실 속 관행은 으레 그 죽음을 "누가 잘못했는가" 라는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킨다. 안전보다 생산을 우선시하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그가 처했던 위험과 그의 죽음은 구조 밖으로 외주화 당하고, 그 누구도 그의 죽음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책에 따르면, 산재 사건이 언론 보도를 타기 위해선 그의 죽음을 위해 구조에 맞서 싸워줄 동료와 언론을 비롯한 외부에 알릴 노조가 필요하다고 한다. 최근에 울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 지점에서 감정에 북받쳐 눈물이 터졌었다. 별이 된 이들의 죽음을 밝히는 과정에 답답하여 울분이 쌓인 까닭도 있지만, 나와 내 가족의 과거와 현재가 투영되는 것 같아서. 우리의 경험이 아니더라도, 책에 기록되지 못한 또 얼마나 많은 죽음과 아픔이 있을까 싶어서.


예방보다 사후 수습이 "더 싸게" 치기 때문에 돈을 주고 끝낸다는 마인드는 얼마나 저열한지. 그마저도 허망한 죽음을 개인만의 책임으로 돌리는 건 또 얼마나 무책임한지. "사고는 견고한 체계의 결과물이며, 산재는 누군가의 '실수' 가 아니다." 혹여 실수가 있었다 한들 인간은 기계가 아니지 않은가. 실수는 우리의 디폴드 값이며 설령 실수하더라도 피해에 대해 처벌받기보다, 그 실수를 예방하며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아니 실수했다는 이유로 <죽지 않도록> 책임지는 것이 국가와 기업이 아닌가. 책임지려는 용기를 보이기가 어려운 면피 사회이나 회피할수록 위험과 죽음의 외주화는 피할 수 없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책 제목인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의 두 명은 하루 평균 산재 사망자 수라고 한다. 읽기 쉬운 문체로 기자로서 보고 들은 걸 전달해 준 한겨레 신다은 기자에게, 더 이상 이 사회에 내 가족과 친구, 동료가 '당한' 죽음이 양산되지 않도록 지치지 않고 목소리 높이는 분들께 감사했다. 인류가 끝내 이룩해야 할 진보는 기술과 자본의 발달이 아닌, 안전이리라. 끊임없는 '왜' 라는 질문과 함께 그 목적을 향한 긴 여정("A long journey to safety")이 마침내 성취될 수 있길 바라며.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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