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이 세상에 들어오고 사람이 되는가?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받아들여진 것인가, 이 세상에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사람이 된 것인가?" <사람, 장소, 환대> 는 '사람' 이라는 개념에 관한 저자만의 정의와 더불어 한 인간이 공동체에서 사람으로서 연기하고 수행하기 위해 얻어야만 하는 성원권과 성원권을 얻기 위한 인정투쟁, 성원권을 유지하는 것과 그에 대응되는 모욕의 의미, 그리고 '사람' 이라는 개념의 외연은 인간에게만 국한되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과 사람은 같지 않다. '사람' 이란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하는 한 사회의 성원권을 기저로 하는 어떤 자격이기 때문이다. 사회란 개별 개인 앞에 상호주관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이며, 한 사회 내에서 사람으로 인정받느냐 아니냐에 따라 어떤 이들은 사회 속에서 가시화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비가시화되기도 함을 지적한다. 저자는 태아, 노예, 군인, 사형수, 여성, 외국인 등의 예를 통해 억압과 배제의 역사가 어떻게 한 개인을 사람으로 현상하지 못하는 비가시화의 원리를 작동시키는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양한 상황 속 '조건부 환대' 를 따지는 것의 모순을 지적하며, 한 인간이 성원권을 획득하고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의 존재 자체로 <무조건적인 환대> 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사실 '사람, 장소, 환대' 의 개념에 대해 알고 싶어 읽었다기보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고 이야기하는 근대의 정신에도 불구하고 왜 "어떤 인간은 더 평등하다" 여겨지며, 또 다른 어떤 이들은 낙인을 지고 살아가야만 하는지가 궁금해서 펼쳤던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외부로부터 피할 수 없는 낙인이 찍혔으나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욕망을 분출하는 캐릭터들에 이끌리는 편인데, 그런 인물들을 볼 때마다 어렴풋하게 마음이 쓰이던 것이 책을 읽고 개념적·이론적 토대가 다져진 것 같아 유익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람' 의 외연을 인간에게만 국한시킬 것인가라는 논의였다. 언어가 인간이 정의 내리기 나름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건대 도덕적 공동체는 인간에게만 국한시키는 것이 맞는가라는 건 언제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민해 봄직한 사안이지 않을까.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쉽지 않았지만, 어쨌든 일독해서 뿌듯하다. 조금 더 내공을 쌓아 재독 할 것을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