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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 Oct 25. 2023

시린 겨울을 지나, 그리고 봄

책 <그리고 봄>, 조선희 저


읽는 내내 내가 지금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이 맞나 싶었다. 그만큼 2023년 지금 현실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이야기인 조선희 작가의 <그리고, 봄>.


유신 때 고문을 받은 적 있는 교수 아버지, 진보 언론인 어머니, 같은 진보 성향이나 주류 정당을 지지하는 부모와 달리 소수 정당을 지지하며 결혼 문제로 부모와 이따금 갈등을 빚는 딸, 정알못이라 2번을 찍은 건 아닌지 부모의 우려를 사는 아들.


1인칭 관점으로 각자의 입장과 시각을 보여주며 서술되는 작품은 어머니, 딸, 아들, 아버지, 다시 어머니의 순으로 전개된다. 언론인인 어머니가 자신과는 지지 정당이 다른 같은 진보주의자인 딸의 속내를 듣고, 지지 정당도 다른 아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이 모든 정치적 불화가 시작된 근원을 온몸으로 겪어낸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순서 같았달까.


개인적으로는 딸인 하민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는데 하민의 연인은 여성이자 무슬림이다. 작중 무슬림은 히잡을 쓰는 것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슬림인데 동성연애 등이 가능하다니 등의 질문과도 같은 서술이 오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점에서 나 또한 말로는 진보를 지지한다고 하나 혹 현실의 타자를 겨냥하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지를 반추해 보게 되는 장면이라 흥미로웠다.


네 사람이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도 끊임없는 소통과 대화의 노력을 통해 결국 그래도 '봄' 을 맞이한다는 점이 인상적인 작품. 지금, 여기의 현실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품이기에 현 시대를 둘러싼 갈등과 억눌렸던 답답함을 느껴왔던 사람이라면 재밌게 읽으리란 생각이 든다.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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