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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 Oct 27. 2023

운명의 꼭두각시처럼 바스러질지라도

책 <운명의 꼭두각시>, 윌리엄 트레버 저


제국주의 시대, 아일랜드의 투쟁의 역사. 그 속에서 운명의 꼭두각시처럼 바스러져 가는 개인들. 그러나 버티고 견뎌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면면이 곧 삶이란 걸 증명해 내는 작품.


작품은 정치적 투쟁, 스파이, 구교와 신교의 갈등, 젠더에 이르기까지 시대적 아픔을 빌미로 개인을 억압하는 사회를 인물들이 겪는 상황 등을 통해 보여준다.


비극에 비극이 이어지는 작품이라 호불호가 갈릴지도. 그러나 부모 세대로부터 이어진 아일랜드인과 영국인의 사랑이 주인공들의 세대까지 이어지는 게 인상적이었고, 두 세대를 거쳐 주인공들의 딸인 이멜다에 이르러서야 그 화합이 이루어져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묘한 감정을 자아낸다.


편지와 일반 서술을 오가고, 회상을 통해 개인의 삶을 반추하는 서술 방식은 읽는 이로 하여금 당대를 살아낸 주인공들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자아낸다. 아마 1인칭 서술이 아니었다면 객관성이라는 잣대로 두 사람의 사랑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특히 남자 주인공이 아일랜드인이고 여자 주인공이 영국인인데 (부모 세대조차도) 성별이 바뀌었다면, 새로운 해석들이 무성했을 것 같다.


아일랜드인인 윌리엄 트레버는 조국의 무엇을 염원하며, 어떤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썼을까? 일견 평생 화해하지 못할 것처럼 보일지라도 구부러진 평행선은 오점이 아닌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낳을 기회가 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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