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희귀 질병으로 인해 남들과 다른 외관을 가지게 하는 장애를 가진 클로이 쿠퍼 존스. <이지 뷰티> 는 그녀의 사유이자 세상에 대한 기록이자 성장 에세이인데, 저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이유로 육체적 경험의 기회뿐만 아니라, 사랑, 섹스, 출산과 같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까지 통제하려 드는 사회를 경험한다. 특히 자신을 눈앞에 두고도 우생학적 논리를 들며 자신의 권리를, 존재 자체를 '부당한' 무언가로 낙인찍으려는 이들을 보며 분노와 무력감과 환멸이 뒤섞인다. 그녀는 세상이 그녀를 향해 내뱉는 '안돼' 혹은 은연 중의 네 존재 자체가 오점이라는 말에 반발을 하면서도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려 외피 속 중립의 방으로 끝없이 숨어든다.
중립의 방에서 그녀는 수많은 생각을 펼친다. 특히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를 규정하는 숱한 철학자들에 대한 생각,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예술품들을 떠올리고 마주하며, 현실 속 자신이 욕망하는 바와 저지당한 욕망을 생각하곤 한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그 저지당한 욕망 중 하나였다. 현대 의학의 권위와 다름없는 의사가 클로이에게 "절대 아이를 낳을 <수 없다>" 단언했었고, "그녀는 절대로 아이를 가져<서는 안 된다>" 는 말을 내비치는 이들이 있었고, <그녀조차> 임신테스트기를 확인하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임신이 '있을 수 없는 일' 이라 여겼었다. 그러나 클로이는 기적적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었고, 자신의 몸을 통해 사랑하는 아이를 세상에 내놓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제 그녀는 태어난 아이와 함께 세상에 스며들기 시작하고 다시금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고찰하게 된다.
신체적 장애와 그 신체를 둘러싼 일종의 사회 규범 및 시선의 정치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다. 사회는 끊임없이 개인을 두고 네가 누구고 네가 이 세상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규명해주려 한다. 그들이 정한 기준과 다르거나 변형이 되어 있으면 오류로 결점으로 낙인찍는다. 개인은 살아가며 그런 생각을 내재화하고, 그렇게 자리 잡은 생각은 쉽사리 깨기가 힘들다. 저자는 그런 생각에 상처받을 때마다 과거의 철학과 예술로 회피하곤 했으나, 사실 이런 회피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삶에 있어서의 아름다움은 자신의 밖에, 타인의 생각 속에, 그리고 타인과의 대화 속에 있음을 무수한 철학자들과의 대화 속에 은연중에 깨달았던 거기도 하기에. 저자는 자신의 삶과 대조되는 버나드 보전켓의 "Easy Beauty" 라는 말을 제목으로 택했다. 일견 아이러니해 보이는 이러한 선택은 역설적으로 "Difficult Beauty" 라 여겨지는 삶이 드러내는 존재감, 가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장애와 젠더를 둘러싼 저자의 경험을 소재로 한 아름다운 에세이다. 자신의 생각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시선을 파고 들어가 표현해 내는 언어도 놀랍다. 한 사람의 사유와 경험과 시선이 확장되어 가는 것을 목격하고 동행하고 싶은 이들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