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캐노피에 매달린 말들>, 기선 외 저
주디스 버틀러는 "취약한 사람이란 곧 취약한 조건 속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이며, 취약한 조건에 처해 있으면서 그 취약한 조건에 저항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 그제야 그들을 둘러싼 이중성이 드러난다" 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한겨레 출판에서 발행된 <캐노피에 매달린 말들> 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 그 이후, 정부와 공기업의 계속되는 기만과 차별에 맞서 투쟁의 시공간을 이어간 톨게이트 노동자 12인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정규직화가 아닌 직접고용을 향한 투쟁. 한 사회가 의도적으로 비가시화하고 묵인하고 경멸하며 목소리를 빼앗았던 존재들, 결국 캐노피에 매달리게 만든 존재들. 캐노피에 올라서고서야 그들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자격을 갖추고, 그제야 세상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나이도 많으면서, 결혼도 했으면서, 장애도 있으면서, 학력도 별로면서, 편한 일을 하면서, ···. 연령·성별·장애·학력 "차이" 를 이유로 "표 끊는 아줌마들" 이 어찌 감히 정규직화를 바라느냐 조롱하는 시선들. 능력주의라는 일견 타당해 보이는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하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목소리들.
"지워지고 대체되어 마땅한 존재들" 이라는 압박 속에 <왜 싸우는가> 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뚜렷해진다. 정부와 기업의 자동화 시스템 구축은 무수한 대체 가능한 직업의 소멸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자동화라는 편리함으로 야기된 현장의 과잉착취는, 결코 대체 불가능한 존엄과 평등의 자격이 있는 구체적인 얼굴들이 존재함을 일러준다. 한 사회 속에 그 얼굴들의 존재를, 자리를, 웃음을 지켜주기 위해 필요한 연대가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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