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R Nov 28. 2023

벽을 넘어서고자 맞잡은 손을 기억하며

책 <SF 보다 Vol. 2 벽>, 듀나 외 저


'SF 보다' 는 SF 라는 장르를 통해 여성을 둘러싼 억압적 삶의 규범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넘어설 수 없는 '벽' 을 고찰하며, 이 벽을 넘어서기 위한 "하이퍼 링크" 를 제시하는 작품이다. 단편 앤솔로지로 구성된 책이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모티프이자 주제로서의 벽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꽤나 의미심장한 작품이기도 하다.


읽는 내내 작품은 작품 밖 세상에 질문을 던진다. 벽이란 무엇인가. 그 벽은 누가 세운 것인가. 우리를 둘러싼 벽은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하는가. 우리는 벽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 우리는 벽을 긍정하는가, 외면하고 돌아서고자 하는가, 넘어서고자 하는가, 부수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나만을 위한 것인가, 공동체를 위한 것인가.


벽은 앞서 말한 이 사회가 제시하는 사회적 규범일 수도 있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나 그 자체로 이미 현존하고 있는 타자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벽을 부수면 벽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가. 미처 모르고 지나쳤던 과거가, 현실에 편재해 있는 현재가, 도저히 예상하지 못했던 과거와 현재로부터 이어지는 그 어떤 미래가 기다릴 수도 있다.


적사병, 사차원의 인간, 깡총 넘기, 틈과 리빌딩 등. 작품은 벽을 통해 인간의 조건을 묻는다. 벽은 인간의 조건이며, 벽이 곧 인간이다. 인간으로 살기 위해,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무수한 벽들. 벽은 우리로 하여금 고민하게 만들고, 질문하게 만든다. 나와 너를 이어주며 함께 공존하게 만들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상상력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벽을 넘어서고자 맞잡은 손,

잊지 않고 잊히지 않고자 함께 낸 목소리,

그 소리의 기억들이 지워지지 않을 기록으로 남길 바라며.


문학과지성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INSTAGRAM @hppvlt

https://instagram.com/hppvlt/

매거진의 이전글 사마르칸트, 세상 모든 도시 위의 도시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