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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 Dec 17. 2023

깨어나고자 하는 이들의 살아있는 삶에 관하여

책 <들끓는 꿈의 바다>, 리처드 플래너건 저


죽어가는 어머니 곁에 세 남매가 모인다. 당사자인 어머니의 의사와 반하여 남매는 자신들의 욕심에 따라 어머니의 삶을 계속해서 연명시킨다. 가장 소중한 이의 절규에도 자신들의 욕심이 먼저인 세 남매.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끝없이 늘어나는 삶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자신의 손가락 하나와 무릎이 없어져가는 중에도 지금 당장의 삶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갸웃하고만 마는 이들. 그들은 어머니를 위해 모였다고 하나 사실상 자기 자신밖에 들여다보지 못한다. 그 모습은 작은 스마트폰 창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강조된다. 최악의 산불로 인해 외부의 온 세상이 들끓고 있는 와중에도 손바닥 크기의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해서 스크롤만 이어나갈 뿐이다.


첫 장에서의 '그녀의 손.' 그 손이 모든 것을 의미한다. 존엄한 삶과 죽음을 원하는 어머니의 삶을 한없이 이어나가게 만든 무자비한 손, 들끓는 불의 바닷속에서도 무심하게 자신의 스마트폰 세상만 유랑하는 손. 그 손을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화면 위에서 떼어내 지금 바로 곁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내뻗었다면 슬픔과 고통은 덜하지 않았을까.


창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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