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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 Dec 21. 2023

야만인과 문명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3년 12월호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가운데 하마수의 행보를 두고 "문명과 야만" 의 경계에 대한 질문이 대두되고 있다. 무엇이 야만이고 무엇이 문명인가. 그 경계를 설정하는 이는 누구이며, 경계는 어떻게 역사적으로 구성되어 왔는가. 이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2월호에서는 문명과 야만의 구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이며 역사적으로 구성된 것임을 지적하며, 세계 각국에서 발생 중인 정체성 투쟁으로 인한 극우화를 조명한다. 더불어 문명이 자행한 '문명화된' 학살 이면의 양면성과 잔혹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계속되는 와중에 각국의 부르주아들은 마치 동맹이라도 맺듯 비슷한 위치를 보인다는 점이다. 사회 내 지배자로서의 동일한 위치를 가지고, 선동적 미디어를 소유한 이들은 앞다투어 이스라엘을 옹호하며, 실제로 그 동맹의 정점에 이스라엘이 위치해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언급되는 여러 혼란 속에서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을 다룬 꼭지가 흥미로웠다. 나와 다른 이들을 야만으로 낙인찍고 그들을 짓밟고 학살의 정당성을 부여한 것은 과연 사유하지 않는 이들이 가진 절대악의 단면인가? 해당 꼭지를 쓴 저자는 외면과 보상으로 말미암은 평범한 사람들의 '깊은 사유' 가 전체주의적 악행의 원동력이었음을 지적하며, 아렌트가 주장한 악의 평범성 개념에 대한 보충을 제안한다. 2차 대전 당시 학살 피해의 당사자들이었던 유대인들은 이제 아이히만의 위치에서 가자 폭격의 장면을 '극장' 처럼 전유한다. 마치 현실의 고통이 아닌 극장의 재현인양 감상하면서.


현시대 뜨거운 감자와 같은 이슈를 통해 문명과 야만의 경계에 대한 허구를 논하는 글을 읽고 싶다면, 이번 호를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르몽드코리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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