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곽곽선생뎐>, 곽경훈 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정한 왕의 암행총관, 곽곽선생. 왕의 사냥개를 자처하며 전국 각지를 돌며 왕의 명을 받들어 왕의 이름으로 불온한 자들의 처벌을 대행한다.
조선과 비슷해 보이나 비슷하지 않은, 어느 가상의 공간을 다룬 이 작품은 현실의 역사 속에서 우리가 마주한/했을 법한 갈등과 아이러니를 그리며 전개되어 나간다. 세습되는 신분제와 농업을 근간으로 하는 사회. 그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의 열망을 하나로 묶어주는 종교. 평범한 이들이 높이는 각자의 목소리에서 타오르는 열망과 바람은 결코 순수하고 아름답지만은 않고, 때론 비정하게 때론 계략적으로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돌진한다.
작품은 결코 낙관적인 세계만을 그리지는 않는다. 왕의 사냥개는 무엇을 위해 칼을 휘두르는가. 왕의 사냥개를 자처하면서도 지배층과 그들의 우두머리에 서 있는 왕이 만들어낸 세계에 한껏 조소를 내비치는 곽곽선생. 어쩌면 그의 칼춤은 어지러운 세상을 정화시키고자 하는 그의 내밀한 욕망이 폭력성으로 발현된 것은 아닐까. 어떤 세상을 위한 칼춤인지, 그 칼춤이 옳은지 그른지는 읽는 자의 몫이 되리란 생각이 든다.
교유서가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ㅡ
INSTAGRAM @hppv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