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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 Dec 31. 2023

어차피와 차라리의 중간쯤 어딘가에서 계속되는

책 <자살카페>, 구광렬 저


구광렬 작가의 <자살카페> 는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고자 함께 모인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자살이란 무엇인가, 한 사람을 자살로 몰고 가게 만드는 제반 환경적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취업, 학업, 왕따, 상실, 보이스피싱, 성소수자 문제 등 주류 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성원권 투쟁에서 밀려난 이들에게 찍히는 패배자라는 낙인. 그 낙인이 초래하는 또 다른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


이야기는 살아생전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죽는 순간에서나마 함께 할 이들과 자신들만의 공동체인 '카페' 를 꾸리고 스스로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들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이들의 죽음을 과연 이들 개인의 문제만으로 치부할 수 있는지, 그들이 끊임없이 좌절감을 느끼게 만든 요인은 무엇인지 묻는다. 왜 그들의 삶은 "어차피와 차라리의 중간쯤" 어딘가에서 계속되는 무언가에 불과해질 뿐인지.


살고자 아등바등 몸부림치지만, 찾는 이 없는 유실물과 같은 삶. 어쩌면 이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가지 않도록 만드는 건 카메라 렌즈와 같은 서늘한 눈이 아닌 오늘 하루 어떠했는지 들여다보고 물어봐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니었을지 생각해 본다.


교유서가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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