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독일인의 전쟁 1939-1945>, 니콜라스 스타가르트 저
니콜라스 스타가르트의 <독일인의 전쟁 1939-1945> 는 2차 대전 시기를 살았던 독일인에 대한 기록, 2차 대전에 대한 독일인의 기억, 그리고 그로부터 알 수 있는 그 내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사실 수많은 편지와 회고와 기록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의 향연이나 마찬가지라 하나의 공통분모로 엮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가이드를 잘 잡아주시고 본편에서도 몰입감 있고 일관성 있게 문헌들이 수록되어 있어 두꺼울지언정 어렵지 않게 읽었던 것 같다.
19세기가 끝나고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세기말 전환기. 독일은 새로운 흐름 속에서 새로운 '질서' 에서 도태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당시 영국에서 전파된 산업자본주의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여러 문제를 낳았고, 특히 제국주의 열강들이 등장하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독일은 먼저 제국주의 선봉장에 섰던 국가들, 특히 영국에 대한 질투와 애증을 드러냄과 동시에 당대 생물학의 발전과 함께 팽배해졌던 우생학을 이용해 동유럽권을 비롯한 러시아에 대한 우월의식 및 지배의식을 고취시켰다. 그들은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연관시켜 자신들이 2차 대전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를 조건화시키고, 양차 대전에서 어떻게 공통적으로 자신들이 '피해자' 가 되었는지를 설파하는 논리를 펼친다.
그들은 "전쟁에 비판적이었으나 동시에 전쟁을 정당화" 했고,
그들은 "나치를 혐오하였으나 독일의 전쟁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 했다.
그 모든 이야기들은 당대를 지배하는 '정상성' 이 되어 홀로코스트라는 절대악을 정당화하는 기반이 된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피해자의 기억서사는 어느새 독일인의 기억서사로 둔갑하고, 독일인의 기억 속에 이미 독일인은 전쟁 피해자가 되어 있었다.
흔히들 독일이라 하면 반성하는 양심 국가로 알려져 있고 나 또한 그런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책을 읽고 그 모든 것이 독일인이 내보인 '자기기만' 의 가면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의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반제국주의적 행태를 보이면서도 동유럽권을 노예화하는 것, 그 과정에서 눈엣가시와도 다름없던 유대인을 '청소' 하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모습에 소름 끼쳤다. 몰랐던 것들이 많았기에 탄식하며 읽어나가는 순간들. 기록과 기억의 스펙트럼 속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반문하게 된다.
교유서가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