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톨로지를 재독 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리즈 앱을 켰다가 독서와 글쓰기에 관련하여 다시금 쓴소리를 듣자는 생각에 재독 하게 된 유시민 작가님이 쓰신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읽을 때마다 다른 포인트가 눈에 들어오는데, 처음 읽을 때는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전략적 독서 목록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싶어서 읽었었고, 두 번째 읽을 때는 글을 쓸 때 문장을 다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싶어서 읽었었고, 오늘은 독서와 관련해서 읽게 됐다.
어쩌면 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읽고 얻은 교훈은 역시나 다독다작다상량多讀多作多商量 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독해, 요약, 사유 및 토론의 과정이 오랜 시간에 걸쳐 수반되어야 한다. 요약은 발췌부터 시작할 수가 있는데, 어떤 텍스트를 요약하려면 가장 중요한 정보를 담은 부분을 정확하게 가려내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확한 발췌 및 요약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높은 수준의 독해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책에 따르면, 독해는 어떤 텍스트가 담고 있는 정보를 파악하고 논리를 이해하며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그 정보와 논리와 감정을 특정한 맥락에서 분석하고 해석하고 비판하는 작업이다. 독해는 텍스트의 한계와 오류를 찾아내거나 텍스트를 다른 맥락에서 해석하는 작업을 포함한다. 독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같은 시간에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텍스트를 읽고 더 넓고 깊게 이해하며 때로는 남들과 다르게 텍스트를 해석한다. 독해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텍스트를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더 개성 있게 요약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요약하는 사람의 소망, 의지, 태도에 따라 같은 텍스트라도 다르게 요약된다고 짚어주신 점이었다. 그렇겠다. 살아온 배경과 읽어온 텍스트에 따라 세계관이 다를 테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달라질 테니까.
그러나 독해력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처음에는 텍스트를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어려운 글은 밑줄을 긋고 사전을 뒤지고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검색해 가면서 읽어야 한다. 독서량이 늘어 아는 게 많아지고 생각이 깊어져야 텍스트를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비판적·창의적으로 독해할 능력이 생긴다. 높은 수준의 독해력과 글쓰기 능력이 중요한 논문 쓰기 과정에서 또한 중요한 것은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문자로 정확하게 옮기는 능력이지, 외국어 능력 그 자체가 아니다. 어느 언어로 생각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외국어로 쓰는 글도 모국어를 제대로 하는 사람이 더 잘 쓸 수 있다.
책을 읽은 후 (1) 독해 (2) 요약 (3) 사유 및 토론이라는 지난한 과정에 관해 곱씹어봤다. 학교에 다닐 때는 억지로라도 세 단계를 모두 거칠 수 있었는데, 졸업한 지 여러 해가 지난 지금은 나 자신의 의지가 수반되지 않으면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하게 됐다. 그런 점에서 무언가를 읽고 요약하고 내 생각을 덧붙인 기록을 남기는 계정을 꾸준히 굴려야겠다는 생각은 잘한 결정인 것 같다. 보잘것없지만 어쨌거나 내 삶의 기록이란 생각도 들고. 완벽하진 않아도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면 또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글쓰기에 관해 관심은 있지만 아직 책을 읽어보지 않으신 분께는 꼭 추천을 드리고 싶은 책이다. 다른 무엇보다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담백하다. 글 좀 쓴다고 미사여구를 구구절절 늘어놓는 책이 아니다. 별개로 조병영 교수님의 <읽는 인간 : 리터러시를 경험하라> 와 함께 읽으면 시너지가 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