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R May 08. 2023

나에게 '니모' 란 무엇인가

영화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

사랑하는 이와 가정을 이루고 곧 아빠가 될 꿈에 부풀어 있던 말린. 큰 물고기의 습격으로 인해 아내와 나머지 아이들을 잃게 되고, 그의 곁엔 단 하나의 아이 '니모' 만 남게 된다. 사실 아이들의 이름을 말린 2세 및 코랄 2세로 불렀으면 좋겠다는 말린이었고 니모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코랄의 바람이었다. 아내와 아이들을 잃은 갑작스러운 상실은 말린에게 트라우마를 안겨 주었고 이는 곧 니모에 대한 과잉보호로 이어진다. 성장하며 아빠의 집착에 숨이 막힌 니모는 아빠와 갈등을 빚게 되고,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먼 곳으로 멀어지게 된다. 이에 말린은 니모를 찾아 나서고 그 여정 속에서 여러 군상의 바다 생물들을 만나게 된다.



끊임없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도리는 아들을 찾아 거대한 대양을 건너야만 하는 말린의 마음과도 같다. 알고 보면 좋은 친구들이라는 상어들은 말린이 마주한 큰 바다라는 거대 위협의 상징과도 같다. 먼 여정을 떠나 직접 만나야만 긴 수명의 진실을 알 수 있었던 거북이들은 말린이 위험과 두려움을 무릅쓰고 거대한 대양으로 나왔을 때 비로소 얻게 되는 깨달음이자 보물과도 같다. 그들을 만난 후 니모를 찾게 되는 말린은 이제 더 이상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긴 여정을 지나 거대한 대양을 건너 재회하게 된 니모는 실제로 말린의 분신과도 같은 잃고 싶지 않았던 아들, 자신이 모르는 사이 어느새 성장한 또 다른 자아, 동시에 부모로서 떠나보내야 할 또 다른 독립체이다.



"아빠가 있잖니. 아빠가 지켜줄게." 로 시작한 영화는 결말 무렵엔 "안녕, 아빠. 이따가 봐요." 라는 말에 "다녀와." 라는 말로 맺는 모습을 보여준다. 거북이가 150살까지 사는 걸 아느냐고 아들 앞에서 자랑스레 자신의 모험담을 펼치는 말린의 모습은 볼 때마다 눈물꼭지가 고장이 나게끔 만든다. THE END 로 마무리된 영화지만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임을 이야기하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십 대 때도 재밌게 봤고 이십 대 힘들 때도 큰 위로가 된 작품이었는데 최근 다시 봐도 울림이 있다. 부성에 관한 이야기로 많이들 인용나, 그보다는 성장물임을 더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 내 안의 말린은 과연 세상이라는 거대한 바다를 맞설 용기가 있는가, 나에게 '니모' 란 무엇인가, 니모를 찾기 위해 발휘한 그 큰 용기 끝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 21세기에 모두를 위한 클래식이 있다면 바로 이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INSTAGRAM @hppvlt

https://www.instagram.com/hppvlt/

매거진의 이전글 삶은 완결 나지 않는, 완결 날 수 없는 해방의 연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