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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 Mar 14. 2023

능력주의 신화

책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저


나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고 능력주의에 기대어 살고 있긴 하지만, 이미 이 사회가 능력주의에 너무나 많은 신화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추첨제를 통해 기회를 꿈꿔볼 수조차 없었던 사람들에게 인위적으로나마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는 게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수자성을 띠고 있는 건 아니나, 그럼에도 나는 자본이 넘쳐나는 상류층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낮은 자리에 존재하는 이들에게 기회가 공정하게 돌아간다면 분명 나한테도 돌아올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누군가의 정치적 구호였던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 는 사실 한 사회가 이상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라 생각한다. 물론 평등, 공정, 정의의 기준과 지표를 어떻게 정할지는 사회 구성원 전체가 함께 고려해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확히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산주의의 기반이 되는 맑시즘에서 첫 번째 단계가 "능력에 따라 일하고, 일한 만큼 가져간다" 이고, 두 번째 단계가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가져간다" 였던 거로 기억한다. 첫 번째 단계와 관련해서는 내가 이미 <공정하다는 착각> 이 비판하는 그런 사회에서 살고 있지 않나 ··· 라는 게 개인적 의견이고, 두 번째 단계는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하리라 여긴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고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에 자의로 필요의 한계를 결정하기 힘들고, 타의로 필요의 한계를 결정하면 그건 인권의 문제에 위배된다고 생각하기에. 더구나 구소련을 위시한 과거에 존재했던 그런 사회들 다 몰락하지 않았나. 나는 현실에 살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전제로서 인정하고 수정해 나가는 사회에서 살고 싶지만, 글쎄, 자본주의 사회에서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머릿속 구조 틀의 한계를 깰 수 없는 걸지도 모른다. 아마, 더 현실적이고 이론적이고 설득력 있는 말들이 있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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