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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 May 17. 2023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지워진 존재들의 또렷한 목소리

단편 <2023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가족이란 이름으로 '너를 위한다' 는 미명 하에 은연중에 자행되는 관계적 폭력에 관해 이야기한다. 언니 문희의 말을 들을 바에야 관종이 되겠다는 근희는 문희를 <꼰대> 로 정의 내린다. 꼰대란 짧은 단어 속에 그간 문희가 근희를 향해 뱉어 온 무시, 차별, 권위주의적 태도가 다 담겨 있는 듯하다. 솔직히 말해서 근희의 태도와 생각이 온전히 이해 가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 및 관용의 부재가 상대에게 얼마나 억압으로 여겨질 수 있는가를 가족, 그것도 자매라는 관계 내에서 보여줬다는 점에서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역사 속 지워진 존재로 근 백 년을 살아온, 하루하루를 "요카타" 라는 말로 자신을 지탱해 온 주인공 서연화라는 인물 속에는 '귀찮아서' 사망신고가 되지 않고 '귀찮아서' 자기만의 호적도 만들어지지 못한 채 언니의 기록으로 살아야 했던 두 인물의 삶이 혼재되어 있다. 근 백 년의 삶을 살아오고도 앞날을 알지 못하겠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어린 시절 즐겨 보았던 <나니아 연대기> 와 <닥터 후> 처럼 문을 열면 원하는 어디로든 나를 데려다주는 자개장. 자개장을 통해서라면 어디로든 훌쩍 떠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문을 열고 난 뒤의 마음은 사랑하는 이들의 곁으로 돌아가도록 만든다.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는 길을 걷고도 그 길을 거슬러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이들의 얼굴을 마주하기 위한 귀로歸路 에 서게끔 만든다.





먹고살아야 하나 식이장애를 앓고 있는 주인공은 꿈속에서 연필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연필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니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지만, 꽤 유쾌하다. 할머니는 엄마를, 엄마는 딸을, 각자가 식이장애를 겪고 있으면서도 서로가 서로의 뭐라도 먹어야 하는 상황을 걱정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불호입니다. 재밌게 보신 분은 뒤로 가주세요.


. 개인적으로 대상작인 <모래고모> 와 <제 꿈 꾸세요> 에서 받은 신선함만 한 게 없었다. 서두의 두 작품이 꽤 마음에 들어서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책 읽고 좋으면 줄거리 요약 빡세게 하거나 감상 구구절절 쓰거나 발췌라도 하는데 그럴 게 없었다. 흠. 다들 자기 연민이 왜 이렇게들 강할까. 아니, 뭐 자기 연민 강한 것까진 괜찮은데 그렇다고 주제의식이 강한지도 모르겠고 줄곧 감정과 주관적 인상만 드러내고 있으니 읽는 입장에서 좀 많이 피곤하다. 정말 많이 피곤하다. 퇴근하고 시간 내서 읽는 건데 솔직히 허허···. 일반인들의 에세이가 아니라 문학이지 않나 ㅠ 그렇다고 감정 묘사가 박해영 작가님 드라마처럼 다채롭고 깊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뻔하고 나른나른 감기약 먹고 몽롱한 그 기분이 계속되는 정도.


그리고 주인공들 설정을 다 동일하게 설정하고 짠 건지 뭔지 '수도권 거주 + 중산층/서민 + 여성 + 퀴어' 의 공식이 그려진다. 퀴어 얘기, 엄마 얘기 안 하는 작품이 드물더라고. 다들 작가로서의 자의식보다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이 백만 배는 더 커 보여서 이게 한국문학 트렌드인데 내가 이해 못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럴 리가) 근데 또 그 자의식이란 게 트위터 기반인가? 싶은 것도 있고. 읽다가 여기서 이 얘기가 왜 나올까? 이렇게 끝난다고? 싶은 것도 있고; 계속 '이래도 청춘의 고민이 아냐?!! 이래도?! 이래도?!!' 하는 작품들도 보여서 아 예 청춘 인정해 드립니다···. 고뇌 인정해 드립니다···. 하면서 읽었다 ㅠ


솔직히 전체적으로 글 쓰는 사람 스스로도 정리가 안 되어서 평론이 정리해 준 것 같은데 싶기도 하고 ㅠ 더구나 계속 상황이랑 현상 묘사는 하는데 그렇다고 그 묘사가 생생하지도 않아서 머릿속으로 되게 피상적으로 그려짐 ㅠㅠ 그리고 그냥 그게 다라 이 글을 읽고 어떤 사유를 얻어가야 하는 거지 싶고 ㅠ 그나마 미괄식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 따다다다 쏘아붙이니 아 그렇군 하는 거다. 지인들 중에 소설 좋아하는 사람들 더러 있어서 읽고 좋았던 거 추천 종종 하는데 이건 추천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네 작품을 함께 읽은 감상이라고 한다면,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지워진 존재들의 다정하고 또렷한 목소리> 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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