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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 May 17. 2023

욕망, 그리고 욕망에 대한 욕망

단편 <마죽>,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저


한평생 마죽을 먹는 것만을 소망하며 온갖 멸시를 견뎌내 온 오위는 막상 마죽을 원 없이 먹게 된 상황이 되자 사력을 다해 거부한다. 그의 이런 모순된 언행불일치는 어디에서 기인된 것인가? 이는 주인공 오위가 가진 마죽 그 자체에 관한 소망과 열망인지, 마죽을 얻기 위한 과정 속 고난과 시련을 낭만화하고자 하는 자기 연민적 허황된 판타지인지를 구분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과연 그는 '마죽' 을 욕망했던 것일까, 마죽에 대한 '욕망' 을 욕망했던 것일까.


그러나 제아무리 허황되고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꿈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약점 삼아 <억지로> 마죽을 먹이려는 주변 인물들의 행동은 굉장히 폭력적이다. 특히나 도시히토의 경우, 측은지심에서 비롯된 연민의 감정에서 그에게 마죽을 실컷 먹게 해 줬다고 변명할지도 모르나, 그에 대한 오위의 위치는 들여우의 위치와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위선적으로만 여겨진다.


오위는 보잘것없어 보여도 스스로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사람을 그 누가 모자라고 덜떨어진 사람이라고 조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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