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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 May 19. 2023

금기, 인간다움

단편 <거미줄>·<두자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저


간다타는 생애 온갖 나쁜 짓을 다 저지르고 다녔으나 딱 한 번, 지나가는 거미를 밟지 않고 살려준 적이 있다. 이를 지켜본 부처님은 간다타에게 지옥 불구덩이에서 올라올 거미줄을 내려주신다. 거미줄을 타고 올라오는 이는 간다타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망령들이 거미줄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한다. 거미줄이 끊어져 자신 또한 살지 못할까 두려웠던 간다타는 망령들이 줄에서 떨어지게끔 한다. 그 과정에서 거미줄은 간다타마저 지옥 불구덩이 속으로 떨어뜨린다. 이야기가 굉장히 짧았는데 작은 거미의 생명을 살려주고도 순간의 이기심 때문에 영원한 불구덩이 속으로 빠지게 된 모습이 참 딱했다.



두자춘은 한 선인과의 기묘한 만남 덕에 부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부를 탕진하니 사라지는 냉정한 주위 인간들에게 환멸을 느낀다. 그는 차라리 선인의 제자가 되고자 한다. 이에 선인은 두자춘에게 금기를 제시한다. 금기는 그 어떤 악귀의 위협에도 "입을 열지 말라" 는 것이었다. 자신의 육신이 찢기는 고통에도 두자춘은 선인과의 약속에 따라 금기를 지킨다. 그러나 눈 앞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며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에 금기를 어기게 된다. 두자춘은 체념하며 자신이 선인이 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여기까지는 인간의 한계에 따른 금기를 다룬 여타 작품들과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오히려 선인은 만약 두자춘이 어머니를 외면했더라면 그를 벌 주었을 거라 이야기한다. 부의 헛된 속성도 선인이 되고자 하는 집착도 버린 두자춘은 <뭐가 되었든 인간답고 정직하게 살 작정입니다.> 라는 말과 함께 천수를 누리지 못할 지언정 부모의 죽음을 외면하지 않는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겠노라 맹세한다. 이에 감복한 선인은 다시금 두자춘에게 집과 재산을 내려준다.


개인적으로 두 작품을 "금기, 인간다움" 으로 요약해 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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