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 구성원이 무기력함을 느낄 때, 그 양상을 구분해볼 수 있는 개념이 보어 아웃(Bore-out)과 브라운 아웃(Brown-out)이다. 보어 아웃은 자기 일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반복적이라고 여기거나, 성장 가능성을 체감하지 못해 의욕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반면 브라운 아웃은 한때 열정적으로 업무에 몰두했으나, 장기적인 업무 압박이나 단조로운 반복 업무로 인해 서서히 몰입도가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보어 아웃에 빠진 사람은 눈에 띄는 탈진보다는 “의미를 잃은 채” 시간을 보내며, 업무 외적 활동으로 무기력을 달래려는 경향이 있다. 브라운 아웃의 경우 팀 활동이나 목표 설정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본인은 물론 주변 동료에게도 서서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결과적으로 개인의 경력 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조직 차원에서도 생산성과 창의성을 저해한다.
국내 직장인의 상당수는 이처럼 번아웃(Burn-out)과는 또 다른 양상의 무기력 상태를 겪고 있다. 2~4년 차 실무자들은 ‘직무 적합성’과 ‘미래 성장 가능성’ 문제를 동시에 고민하게 되는데, 이를 방치하면 더 심각한 이탈 조짐으로 번질 수 있다. 특히 보어 아웃으로 인한 무기력은 잡코리아(2020) 조사에서 대리급 응답자의 약 45%가 경험했다고 보고되는 등 조직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계에서는 보어 아웃을 단순히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조직이 적절한 보상과 의미 있는 과제를 부여하지 못한 결과로 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EM 리옹 경영대학원(EM Lyon) 연구팀(Harju, Hakanen & Schaufeli, 2016,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은 “업무 동기와 의미 부여”가 부족하면 지루함과 무기력이 교차 증폭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방치 시 회사 전체의 성장 동력을 잃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
2~4년 차 실무자는 아직 경력의 방향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시기다. 지금 맡고 있는 일이 자기 적성에 맞는지, 그리고 이 직무에서 어떤 전문성을 쌓아가고 싶은지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계속해서 지루함을 느끼거나, 발전 가능성을 찾지 못해 보어 아웃이 의심된다면 인사담당자나 팀 리더와 솔직히 의견을 나누는 것이 좋다.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은 과업의 범위를 조정하거나, 같은 업무라도 새로운 방식과 시각을 시도해보는 실천적 접근이다. 작은 프로젝트라도 자율적으로 기획·실행할 수 있도록 상사에게 제안한다면, 보어 아웃·브라운 아웃 상태를 빠르게 벗어날 기회를 만들 수 있다(Harvard Business Review, 2018).
업무 성과나 역량 발전을 주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피드백 체계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혹시나 심리적 부담이 쌓인다면 회사에서 제공하는 전문가 상담 프로그램이나, 일-생활 균형을 위한 유연 근무 제도를 적극 활용해보도록 한다. 자신을 돌보는 과정이야말로 향후 커리어를 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핵심 기반이 된다.
보어 아웃과 브라운 아웃 모두 “업무에 대한 의미 상실”이 근본 원인이라는 점에서, 이를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해선 조직과 개인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2~4년 차 실무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맡은 일과 장기적인 비전을 연결하는 데 힘써야 하며,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원하는 교육이나 프로젝트 기회를 조직에 요청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한편 조직(또는 HR 담당자)은 개개인의 업무 특성을 고려한 과업 재설계와 주기적인 피드백 과정을 마련해, 구성원이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토대를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양방향 소통과 제도적 지원이 충분히 뒷받침될 때, 보어 아웃과 브라운 아웃을 건강하게 극복하고 모두가 성장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참고 자료
Harju, L. K., Hakanen, J. J., & Schaufeli, W. B. (2016). An employee who was bored may become an employee who is burned out: The dynamic interplay of job boredom and job burnout.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37(8), 1161–1178.
Harvard Business Review. (2018). When Boredom at Work Isn’t a Bad Thing.
잡코리아(2020). 직장인 보어 아웃 경험 조사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