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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 개선, 왜 결과가 없는가?

지향점·경영진·지속성의 관점에서 본 혁신 전략

by 김승석

1. 조직문화 혁신이 어려운 근본 이유

많은 기업이 정기적인 조직문화 진단이나 이벤트성 활동을 진행하면서도, 실제로는 “왜 우리 조직문화는 바뀌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품는다. 이는 조직문화가 단순한 슬로건이나 일회성 프로젝트로는 절대 변화하지 않는 고유한 경영 자산이기 때문이다. Harvard Business Review에 따르면, 조직문화는 “구성원의 공동 신념과 행동 패턴이 오랜 기간 내재화된 결과”이므로, 명확한 방향 설정과 장기적 실행이 없으면 개선이 어려운 구조다.

특히 국내 기업에서는 경쟁사 벤치마킹이나 일회성 캠페인에 의존하는 사례가 흔하다. “우리 조직도 ○○사처럼 ‘자율 문화’를 정착시키자”와 같은 접근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경영 철학과 구성원 니즈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의 옷’을 그대로 가져와 입히려고 하면, 구성원들은 이를 “보여주기식”으로 치부하며 냉소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결국 우리 조직이 지향하는 구체적 가치(Top-down)와 현장 구성원이 실제 필요로 하는 요구(Bottom-up)가 통합적으로 고려되지 않으면, 조직문화 혁신은 공허한 구호로 그치기 쉽다.

조직문화의 본질은 구성원 개개인의 일하는 방식, 의사결정 태도, 리더십 스타일 등에 깊숙이 뿌리내려 있다. Edgar Schein은 이를 ‘조직의 기본 가정(Basic Assumptions)’으로 개념화했는데, 이러한 가정은 내부인이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형성한 것이므로, 최고경영진의 결단과 장기적인 로드맵 없이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곳에서 조직문화 개선을 HR 부서 담당자만의 업무로 보는 경향이 있기에,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 없이 실무자 차원의 활동이 반복되다가 흐지부지되는 것이다.



2. 실무자가 주목해야 할 핵심 포인트

우리 조직이 지향하는 ‘고유한 가치’ 재점검 매년 진단 결과에 따라 새로운 캠페인이나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전에, 회사가 추구하는 장기적 가치와 경영 철학을 재확인해야 한다. 예컨대 ‘Day 1 Mentality’를 강조해온 아마존은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이 핵심 가치에 일관되게 연결함으로써, 구성원들에게 혼선을 주지 않는다. 2~4년 차 실무자라면, 해당 가치가 실제 업무 현장에서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고, 현장 의견을 경영진이나 HR 부서에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장기 로드맵과 일관된 메시지 조직문화는 단기 이벤트로 획득할 수 있는 결과물이 아니다. 예컨대 3개월짜리 ‘사내 소통 프로젝트’나 일회성 워크숍만으로는 구성원들의 태도와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어렵다. 오히려 매년 새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보다는, 2~3년에 걸친 변화 로드맵을 설정하고, 소통 채널(타운홀 미팅, CEO 레터,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목표와 진행 상황을 꾸준히 공유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경영진·관리자의 솔선수범 실무자 입장에서도 조직문화 혁신의 성공 여부는 결국 경영진이 직접 참여하고 모범을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리더들이 “혁신과 참여”를 강조하면서 정작 본인은 기존의 권위적 태도를 유지한다면, 구성원들은 쉽게 냉소적이 된다. 따라서 실무자는 자신이 속한 팀이나 부서 차원에서 관리자에게 건설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고,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작은 시도들을 제안해볼 수 있다(McKinsey Quarterly, 2021).



3. 지속가능한 조직문화를 위해 필요한 것

조직문화는 기업의 단기 성과만이 아니라 장기 생존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쟁력의 핵심 축”이다. 결국 성공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3대 요소가 충족돼야 한다.

분명한 지향점: 회사의 경영철학과 구성원 니즈를 통합하여, “우리만의 문화는 무엇을 지향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구체적 답변을 만들어내야 한다.


장기적 실행과 일관성: 연례 이벤트가 아닌, 2~3년 이상의 로드맵과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구성원들이 변화 의지를 체감하도록 해야 한다.


경영진의 참여와 솔선: 조직문화는 리더의 의사결정과 태도가 가장 먼저 변화될 때 비로소 파급 효과를 낸다. 경영진이 문화 개선의 ‘주체’라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결국 “왜 변화가 없는가?”라는 질문 뒤에는 “변화의 핵심 요소를 놓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답이 숨어 있다. 시간을 들여 전사적인 공감대와 장기 계획을 세우고, 경영진이 몸소 행동으로 보여줄 때, 조직문화 혁신은 비로소 공허한 구호를 넘어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참고 자료

Harvard Business Review (2020). Culture Is Not About Surface-Level Programs: It’s About Core Beliefs.

McKinsey Quarterly (2021). The Role of Leaders in Driving Culture Transformation.

Edgar Schein (2016). Organizational Culture and Leadership (5th ed.). San Francisco: Jossey-B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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