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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뚱이 Dec 27. 2019

금연하면 귀머거리가 된다?

-조직 내 겉 소통, 속 소통

 2020년 1월1일, 매년 결심해 온 금연 각오를 이번에도 굳게 다지는 김 팀장...20년동안 실패해왔지만 어쩐지 이번에는 꼭 성공할 것 같다. 작년부터 아내와 지역 산악회 모임을 같이 다닌 이후 눈에 띄게 폐활량이 좋아진 것 같고, 더불어 담배도 끊어보고싶은 '진정한 내면의 요구'가 솓구쳤기 때문이다.


 금연 3개월 작전표까지 조신하게(?) 만들어 사무실 벽에 붙여놓은 김 팀장, 이번에는 과연 그의 결심대로 이루어질 것인가?  이후 3개월 동안 술자리와 당구장, 스트레스 압박 상황하에서도 꿋꿋하게 유혹을 견뎌내고 드디어 보건소에서 '금연인'으로 공개 검증까지 마쳤다.


 뭔가 성취한 것 같은 흡족한 마음으로 가득찬 김 팀장, 하지만 요 며칠사이 뭔가 찜찜하고 허전한 구석을 느낀다. 이제 담배 냄새도 구릿구릿하고 저절로 피하고 싶어졌지만 어쩐지 담배를 피워왔던 '그 장소'가 눈에 밟히는 것이다. 걸레로 대충 닦아낸 재떨이와 여기저기 널브러진 꽁초, 그 옆에 푸우~하고 구름과자를 만들어대던 동료와 부하직원들의 모습...이것은 그 익숙한 분위기에 따라오는 그리움인가?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이건 뭐지?

 

"담배, 그것이 그리운 것은 아닌데... 뭔가 허전한 게 남아있는데 그게 뭐지?"


 '담배를 끊으면 귀가 먹는다'라는 애연가의 속담이 있다. 그것은 신체적으로 정말 귀가 이상이 생겨 들을 수없다는 말이 아니라 담배를 같이 피우면서 주고받았던 다양한 정보를 이제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생각해보니 김 팀장도 하루에 최소 5번 이상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나눠 피우며 다른 팀의 정보나 직원들에게 퍼지고 있는 사내 가십거리 등을 귀동냥했었는데, 이제 더 이상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수 없게된 것이 맘 속 허전함의 진짜 이유였다.


  그렇다고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울 수도 없고...김 팀장, 어찌 해야하나?


 요즘 주 52시간 제도 도입으로 인하여 실제 근태관리가 예전보다 빡세졌다. 즉, 회사는 '법대로' 정시 퇴근을 약속하는 대신 담배 피우는 시간이나 휴식시간 등은 이전보다 관대하지 않다는 말이다. 심지어 화장실 가는 횟수도 제한하는 사업장도 있을 정도이니 사무실 분위기는 예전보다 훨씬 냉랭해졌을 뿐더러 여기에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까지 더해져 서로 눈치보는 분위기가 팽배해져있는 것도 일부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주 52시간제도, 직장내 괴롭힘 방지 등 노동자를 위한 일련의 조치들은 당연히 훌륭한 장점이 있지만, 반대급부로 리더와 팔로워간의 소통력을 일부 제한한 것도 사실이다. 즉, 짬을 내어 간식을 나눠먹으면서 부하들과 이 얘기 저 얘기하는 사적 소통은 불필요한 잡담 잔치가 아니라 사실 팔로워를 관찰하고 파악하는 중요한 event일 수있다는 것이다.


 기실, 보고나 회의 등의 공식 소통 채널에서 보여지는 부하들의 모습은 일종의 사회화의 결과로 나타나는 페르소나일 것이며, 진정한 그들의 욕구나 상태를 파악하기에는 매우 부족한 데이터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기존 꼰대들의 회식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은 어떤 이들에게는 리더의 지겨운 개인 플레이의 장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부하직원들의 진솔(?)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있는 절호의 communication 장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요즘 분위기에 안맞는 말을 써서 밀레니얼 세대들의 험담을 각오하고 쓴다)


 

우리네 회식도 무작정 술퍼 문화에서 많이 바뀌었다

 

 리더십의 대가 Bass & Avolio 등이 주장하는 변혁적 리더십에서  '개별적 배려(Individualized Consideration)'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팔로워들을 군중이나 무리로 대하지 말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으로 관심을 갖고 배려하라는 말인데, 소통의 관점에서 보면 '겉 소통'하지말고 '속 소통'하라는 말이다.


 그런데 속 소통하려면 속을 까놔야 하지않겠는가? 그 방법이 예전에는 진탕 술마시는 회식문화, 동아리 문화였다. 그러나 지금은 세대가 바뀌었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필자는 점심 시간과 짬짬이 10분 잡담시간을 활용하여 주로 속 소통을 시도한다. 점심은 간단하게 도시락 등을 먹고 팔로워들과 후식으로 차 한 잔 하면서 사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여기에서 절대로 소위 '공장 이야기(일 관련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최근 본 영화이야기, 책 이야기, 육아나 결혼 생활 이야기 등을 통하여 어떻게 생활을 하고있는지 파악하고 곤경에 처한 직원들이 있으면 별도로 메모해 둔다.

 

 그리고 근무시간 중 짬짬이 10분 잡담시간 등을 통해서 직원들의 긴장 완화와 즐거운 분위기를 유도한다. 마찬가지로 이 시간도 일 이야기를 하지않고 정말로 잡담만 한다. 이러한 시간들을 통해 담배를 같이 피우며 귀동냥한 정보들 보다 훨씬 더 직원들에 대한 가치있는 정보들을 들을 수있다.


 한편, 흔히 요즘 세대의 소통의 도구라고 이야기하는 SNS는 적어도 조직내에서는 결코 속 소통의 도구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SNS에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이가 과연 있을까? 카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가식적이고 공식적인 겉소통의 모습만 난무할 뿐이다.


 리더들이여...직원들과 직접 만나 하루 10분만이라도 그들의 私的 상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이야기해보라. 그리고 메모하라. 그것을 1년 동안 축적해놓는다면 담배 태우면서 얻는 정보보다 몇 십배 되는 양의 개인적 정보들을 얻을 것이다.


 이제 귀머거리 부작용 걱정할 것 없이 담배는 끊어도 좋다! 해피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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