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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뚱이 Nov 07. 2021

세계의 속담 살짝 비틀어 보기②

-좋은 약(良藥)은 입에 쓰다.


Good medicine tastes bitter(좋은 약(良藥)은 입에 쓰다).

연말이 다가온다. 이때가 되면 지구 상의 모든 리더와 팔로워들이 파르르 긴장을 한다. 바야흐로 평가의 시기가 온 것이다. 11월~12월이 되면 한 해 동안의 결과가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HR 관점에서 다양한 이슈가 만들어지는 숨 가쁜 한 판의 場이 선다고 할 수 있다.


기업에서 평가는 주로 일에 대한 업적 평가와 능력에 대한 역량 평가, 이렇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조직마다 다르겠지만 대개 개인-팀-본부-회사(계열사) 단위별 평가와 직급별 평가로 세분화한 뒤 가중치 부여 및 총평을 거쳐서 절대 평가/상대 평가 기준에 맞추어 최종 결과표가 산출이 된다. 물론 이때 성과급이나 다음 해 연봉 등급과 연계되어있기 때문에 회사 전체 인건비 재원을 고려하여 회사 차원의 가감 비율을 책정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HR 정책 책임자(CHRO)의 몫이다.


그런데 이런 평가의 시기가 끝나면 누구는 입이 틀어지고, 밤새 홧술을 마시기도 하며, 심지어는 다음날 사표를 던지고 문을 박차고 나가기까지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당근 뻔하다. '공정성'의 문제 때문이다. 


이러한 조직 공정성(Organizational Justice) 문제는 그간 학계에서 꽤 관심 있게 다루어져 왔다. 구성원 개인이 인지하는 공정성의 결과가 결국 그 개인이 조직에 대하여 향후 어떻게 태도 형성을 하고 행동까지 이어지게 되는지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Adams(1965)가 공평성 이론(Equity theory)을 발표한 이후, 주로 초기에는 분배 공정성(Distributive justice)에 연구가 많았는데, 이는 주로 보상이나 인사고과에 대한 구성원의 공정성 인식에 관련된 것이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분배 공정성은 결과나 내용에 대한 공정성이라 할 수 있다. "길동 대리야, 너 이번에 A 받았니?",  "아니, 난 B+야, 열심히 했는데 ㅜㅜ" 이따위 이야기들은 주로 분배 공정성에 관한 것들이다. 


이후 연구자들은 분배와 관련된 의사결정의 절차에 대해서도 강조를 하였는데, 이를 절차 공정성(Procedural justice)이라 한다. "길동 대리야, 이번에 우리 팀은 그냥 쫙 C란다" "아니 왜?" "글쎄 새로운 CEO가 와서 올해의 모든 직원 평가는 그냥 디폴트 C로 하라고 했다네?" "헐~ 미친 거 아냐?" 이런 대화가 오고 간다면 그것은 절차 공정성이 위배되어 팀원들이 분개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아가 1980년대에는 조직의 의사결정자가 팔로워들에 대하는 태도, 즉 Quality of treatment(처우의 질)도 역시 중요한 요인이라 하여, 이를 상호작용 공정성(Interactional justice)이라 명명하였다. 

"길동 대리야, 어디 갔었니?" , "응, 팀장님이 잠깐 회의실에 들어오라고 해서 갔더니, 히죽거리며 너는 이번에 내가 잘 봐줘서 A 줄게, 뭐 이런 이야기를 하잖니?" , "어? 그래? 왜 나한테는 말없이 개인 메일을 참조하라고 했지? 이상하네..."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면 팀장은 분명히 상호작용 공정성을 위배한 것이다.


참고로, 최근에는 정보의 공정성 문제도 연구되고 있는데 학자마다 다르지만 정보의 공정성은 상호작용 공정성의 한 요인으로 정리되고 있다.




그런데, 신이 아닌 이상 공정한 평가가 있을 수 있을까. 평가자가 아무리 배려를 한다고 해도 피평가자 중 누군가는 서운하다. 


그래서 보완 대책으로 나온 것이 "평가 피드백 세션"이다. 즉, 단순히 평가 결과만 공유할 것이 아니라 별도의 시간을 마련하여 평가 과정 전체에 대해서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미팅을 갖는 것이다. 


미팅에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1분기에서 홍길동 대리는 이런 점이 좋았네, 2분기 말에 이것은 좀 문제가 있었네... 하며. (이걸 근거 중심으로 진행하려면 평소 부하직원들을 계속 관찰하여 매일 Performance Log를 기록해야 한다) 어쨌든 이 세션에서 중요한 것은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의 어느 정도 수준의 '평가결과에 대한 합의'이다. 그래서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평가에는 '공정함'은 없다. 서로 간에 '납득'이 있을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피드백(feedback)'이라는 용어이다. 교과서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한쪽의 활동에 의한 영향을 다른 쪽이 받고, 그 결과에 대한 반응을 원래 쪽으로 돌려주어 새로운 활동에 반영시키는 순환적 활동'을 의미한다.(나무 위키 참조) 쉽게 말하자면, 결국 상대방에게 약이 되라고 하는 소리가 바로 피드백이다.


정말, 'Good medicine tastes bitter(좋은 약(良藥)은 입에 쓰다)'인가?

그런데,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이런 피드백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그것이 비록 약이 되는 소리라 해도 말이다) 


특히나 부정적 피드백을 피평가자의 면전에서 한다? 글쎄... 아마도 마음 약한 평가자는 빙빙 돌려서 말할 것이다. 또, 앞에서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예예' 할 수 있어도 돌아서서 원망감을 갖는 것이 대개의 피평가자의 마음일 것이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피평가자에게 이렇게 쓴 약을 먹이려면 한 가지 방법은 있다. 우선 피평가자의 신뢰를 얻으면 된다. 그런데, 쿠울리의 '2차 집단' 개념의 대표 격인 '회사'라는 조직에서 정말로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신뢰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말이 쉽지, 정말 어렵다. 그래서 별별 리더십 이론과 서적이 쏟아지는 것 아니겠는가? 


술을 먹여야 하나... 아냐 이건 꼰대 문화지, 예술품 관람을 같이 하러 가야 하나...쏘 홧?, 리더십 실천 이론에서 말한 것처럼 동호회를 같이 가입해서 탁구를 치자... 아이고 허리 아파라, 닝기리 내가 지금 뭐하냐? ㅜㅜ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에서 최근 강조하는 것에서 힌트 하나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One on One Meeting(원온원 미팅)이다. (원온원... 발음하려는데 입이 꼬인다) 


쉽게 말하자면, 약 30분~1시간 정도 free 한 장소에서 공식/비공식적 Adenda에 대하여 서로 프리 토킹 하는 것이다. 뭐,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해도 좋고, 최근 신경 쓰이는 일에 대해 이야기해도 좋다. 너무 틀에 박힌 이야기나 주제를 피하고 자연스럽고 부담이 없는 선에서 이야기를 이끌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주기적으로 만나는 것이다.(주마다, 또는 최소한 격주마다)


아래는 최근 hypercontext.com에서 조사한 원온원 미팅 주제들이다.(참고하라)

 

<hypercontext.com에서 인용>


이러한 미팅과 접촉은 결국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신뢰도를 한층 끌어올리는 도구가 된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우리나라 대다수 기업들은 1년에 한 두 번 정도 피드백 세션을 진행하는 형편이다. 아니, 절차상으로만 수행하게 되어있어서 이조차도 무시하는 리더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래서는 영원히 피평가자의 신뢰 획득도, 공정성 확보도 힘들 것이다. 




몸에 좋다고 쓴 약을 억지로 상대방에게 밀어 넣는 시대는 지나갔다. 바야흐로 꼰대를 싫어하는 MZ 세대들의 시대가 아닌가? 중요한 것은 당신, 리더가 아니라 팔로워들이다. 팔로워들이 먹고 토할 약이라면 차라리 먹이지 마라. 아니면,  자연스럽게 캡슐에 넣어 주던가 아니면 달콤한 당 코팅을 해서 먹여라. 그것이 원온원 미팅의 방식이던, 그들이 좋아하는 살롱 문화이건... 


다가오는 연말에는 인간존중의 정신으로 리더와 팔로워 모두들 뿌듯했으면 좋겠다. 미리 크리스마스!


-2021.11월 용모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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