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내리면, 길바닥에 일시적으로 웅덩이가 생깁니다. 어렸을 땐 그게 그렇게 재밌습니다. 웅덩이 장점은 깊지 않아 그리 위험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손이나 발로 얼마든지 '쿵쿵' 장난칠 수 있어서, 그 옛날 라떼 모험가 아이들에겐 그만한 놀이터가 없습니다. 그러다 웅덩이를 더 이상 놀이터로만 생각하지 않는 시점이 찾아옵니다. 놀던 아이 관점에서 보면, 안전하다고 믿었던 물웅덩이의 배신 때문입니다. 분명 여러 날 중 이런 날이 있었을 겁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많은 비로 여기저기 웅덩이가 생겼겠죠. 모험가 라떼 아이는 어김없이 신나게 그런 웅덩이를 찾아 첨벙. 그런데 하필 발을 내디딘 그 웅덩이가 많은 비로 질퍽한 진흙을 넘어, 이미 늪처럼 변한 거죠.
그 사실을 모른 채, 겁 없이 첨벙한 아이는 어찌 되었을까요?
예전엔 참 안전하고 재밌었던 웅덩이. 그래서 겁 없이 발을 담근 건데, 늪으로 변신해 모험가 아이의 발목을 잡았으니... 사실 따져 보면 웅덩이 잘못은 없는데, 굳이 화풀이를 하고 싶다면 많은 비를 내린 하늘을 탓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늘은 무사하고, 웅덩이는 모험가 이이의 미움을 덤터기 씁니다. 이런 경험이 어떤 아이에겐 앞으로 조심해야지 정도의 가벼운 교훈이 되는 별거 아닌 경험일 수 있으나 모험가 아이에겐 아니었나 봅니다. 뿅 하고, 순식간에 졸보 얌전이로 변신해 버립니다. 유독 그 웅덩이 앞에서 만요. 그 후에도 계속, 누가 봐도 얕은 세숫대야 웅덩이인데, 그 앞에서 얼음 쫄보가 되는 모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