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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틀란 Jan 26. 2021

Ciao Bella Ciao

파르티잔이 부럽다

000의 야간비행.

오늘 비행의 도착지는 이탈리아 북부 도시,

밀라노의 로레타 광장입니다.     


** A/F 1A (코드) UP & DOWN     

** AF/1B (MILVA-BELLA CIAO) 로 오버랩 (2~30)     


남: 이 건방진 파르티잔 놈들. 쏴! 쏘라고, 여기 가슴을 쏴!     

여: (다급하게) 아니야, 아니에요! 무솔리니! 

(돌아보는 듯 잠시 쉬고) 이 사람을 쏘지 마! 안돼요! 안 돼!     

** A/F 1A (효과음-총소리)       


여: (신음소리)     

남: (비통하게) 안 돼! 클라라! 클라라!     

** A/F 1A (효과음-총소리)       


월요일밤마다 날아가는 역사의 현장, ‘야간비행’. 

오늘은 1차대전과 2차대전에 참전하면서 

청년 혁명가에서 잔인한 살인마이자 독재자로 변신했던 무솔리니와 

당시 이탈리아 이야기이다. 

무엇이 사람을 그토록 변하게 하는 것일까. 


파시즘의 창시자 무솔리니는 결국 

이탈리아 민병대 파르티잔의 손에 주검으로 변했다. 

21년 동안이나 이탈리아를 다스린 독재자 무솔리니는 싸늘한 시신이 됐다.

이탈리아 민병대, 파르티잔과 민중들은 

무솔리니와 클라라, 그리고 추종자 셋의 시신을 

이탈리아 밀라노의 로레타 광장에 있는 한 주유소에 거꾸로 매달았고 

시신이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아, 진짜! 오늘 여자 연기는 닭살이다. 

내가 제일 약한 ‘여자여자’한 연기다.

무솔리니를 사랑한 29살 연하의 클라라가 그를 위해 희생하는 순간이라니!

그러고 보니, 남자성우는 나보다 30살은 족히 어린 친구다. 

겨우 분위기타서 하긴 했는데, 하고 나니 어찌나 서먹한지 

내레이션을 겨우 이어갔다. 


이건 메소드 연기는 고사하고 완전 몰입도가 꽝이었다.     

진행자로서 목소리연기는 하고 나면 헛헛하다. 

일단은 자연스러운 나 자신의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니까 멋쩍고

설마 메소드 연기를 할 수도 없고.     

하긴, 만일 메소드 연기를 하면 무솔리니가 더 어울릴 것 같긴 하다.

<대부>의 말론 브란도처럼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고독과 외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방송현장에서 아무와도 이야기 하지 않을 수도 없고 로버트 드 니로는 시칠리아 말을 익히기 위해 시칠리아에 가서 살 수도 없지만  

지금 마음상태로 무솔리니가 잘 맞을 것 같기도 하다.

지독한 뉴스들을 자꾸 보니

독한 마음이 스며 들어 체화되거나 익숙해지는 것도 같다. 

아예 느끼지도 못하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 가운데>에서였다.

주인공 니나를 사랑하던 의사 슈타인은 인간이 공포를 사랑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한 일임을 

소년시절에 경험한다. 갑자기 병이 난 친구를 방문했는데 온 방안에 담배연기가 가득차 있었다. 

사실, 그건 담배연기가 아니라 가스등의 냄새였다. 표도 나지 않게 새 나오고 있었는데, 

고쳐야 한다고 말하니 친구는 괜찮다고, 자신은 이 유독성냄새와 가벼운 위험을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마치 마약처럼, 혹은 심연에서 오는 향기처럼 그 냄새를 사랑한다고도 했다.      


암튼 이탈리아도 정규군이 아니라 민병대, 파르티잔이 구했다.

우리 역사 속 지리산 빨치산들, 그 파르티잔에서 따온 말이다.      

서로의 마음을 뭉칠 이데올로기라도 있었던 그 시절이 차라리 그립다.     

지금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이해관계로 뭉치는 척 할 뿐이다.

뭉치는 것이 어떤 것인지조차 잊었다.      


이탈리아 민병대 파르티잔들이 

무솔리니의 시신을 앞에 두고 불렀다는 노래,

Ciao bella ciao, Swingle singers 곡이 듣기에 처연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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