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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까 Apr 17. 2021

당신의 스마트폰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완벽한 타인>, 방자까의 영화 리뷰

'삼시세끼 - 어촌편5'를 보면서 가족들과 "게스트로 나오는 이서진 배우와 유해진 배우가 친할까?"를 논한 적이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이 같이 나온 영화 있던데?"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죠. 그 영화가 바로 <완벽한 타인>이었습니다. 영화 오프닝 장면을 보면서 혹시 삼시세끼의 '참바다'와 '서지니'가 생각나 몰입에 방해되진 않을까 우려했는데요. 역시 배우는 배우였습니다. 영화 속에 더 이상 삼시세끼의 '참바다'와 '서지니'는 없더군요.


완벽한 타인
Intimate Strangers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짜임새 좋은 각본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입니다. 2시간의 러닝타임 내내 오직 집 한 채에서 (그것도 거의 거실에서) 모든 사건사고가 벌어지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빈틈없이 치고 들어오는 스토리와 연기 덕분이죠. 


<완벽한 타인>은 스토리의 밀도가 높은 영화입니다. 얼기설기 엉켜있는 배경과 스토리가 결말에 도달했을 때 은은한 여운을 주는 낮은 밀도의 영화가 있고, 긴장감, 박진감, 속도감으로 관객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는 높은 밀도의 영화가 있는데요. 경험상 후자의 영화는 시끄러운 BGM에 총소리가 난자한 블록버스터 영화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끄러운 BGM 없이, 서로 죽이지 않으며, 관객에게 긴장감을 줄 순 없는거야?" 이 영화는 그것을 해냅니다.


막대한 스케일, CG 효과, 영향력 있는 톱스타가 흥행 작품의 보증 수표일 순 있지만, 절대 '완성도 높은 영화'의 보증수표는 될 수 없습니다. 완성도 높은 영화의 보증수표는 역시 촘촘한 각본훌륭한 배우입니다. 거기에 참신한 소재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지요. 이 영화처럼요. 




이제 전 세계가 코로나 19가 발생하지 않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앞으로 우리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 스티브 잡스는 과연 위대하고도 위험한 이 작은 기계의 힘을 예측했을까요? 


스마트폰 안에는 한 사람의 모든 정보가 들어있습니다. 추잡하고 비밀스러운 사생활까지도 말이죠. 애써 검색 기록을 지우려 해봐도, 기록에 남지 않는 플랫폼을 사용하려 해봐도, 스마트폰은 이미 인간의 머리 위에 있습니다. 친한 친구와 통화한 시각, 애인과 싸울 때 나눈 문자, 속상한 마음을 적은 메모, 병원 방문 예약 알림, 몰래 구매한 물건의 결제 내역까지. 어쩌면 스마트폰은 디지털 시대의 신과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구질구질한 인간의 참모습을 모조리 알고 있는 ‘나보다 더 나같은’ 놈인 스마트폰을 공유하는 게임의 결말이 파국일 수 밖에요.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짚어나갈 필요는 없는 영화입니다. 스토리에 감탄하고, 연기에 놀라며, 그저 스며들듯 감상하면 됩니다. 대한민국 40대 중산층 부부들의 모임을 현실적으로 풀어낸 이야기라 시대착오적 대사들이 다소 거슬릴 수 있으나, 충분히 납득 가능한 수준입니다. 오히려 비꼬는 뉘앙스로 풀어낸 부분이 많습니다. 




7명의 배우가 모두 연기를 탁월하게 잘 해냈지만, 특히 이서진 배우의 연기가 강하게 남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이미지 때문인지, 사극을 잘 보지 않아서인지, 암튼 지금까지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이건 뭐... 역할이 곧 본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워서 놀랐습니다.


‘목소리’만 출연한 카메오들을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입니다. 조정석 배우, 라미란 배우, 진선규 배우, 김민교 배우 등이 목소리로 극을 빛내주었다고 하는데요. 어떤 부분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귀 기울여보시기를 바랍니다. 




나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존재는 가족도, 친구도, 부모도, 애인도 아닌 스마트폰, 그 놈 하나 뿐입니다. 섣불리 영화에 나오는 게임을 해볼 생각은 하지 마세요. 당신의 스마트폰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Summary

우리 게임 한 번 해볼까? 다들 핸드폰 올려봐. 
저녁 먹는 동안 오는 모든 걸 공유하는 거야 전화, 문자, 카톡, 이메일 할 것 없이 싹!

오랜만의 커플 모임에서 한 명이 게임을 제안한다. 바로 각자의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통화 내용부터 문자와 이메일까지 모두 공유하자고 한 것. 흔쾌히 게임을 시작하게 된 이들의 비밀이 핸드폰을 통해 들통나면서 처음 게임을 제안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상치 못한 결말로 흘러가는데….

상상한 모든 예측이 빗나간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이재규
출연: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윤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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