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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까 Apr 17. 2021

무책임한 어른이라 미안해

<아무도 모른다>, 방자까의 영화 리뷰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이 가히 충격적입니다. 심지어 실제 사건은 영화보다도 더 끔찍합니다. 어릴 땐 '어떻게 현실이 영화보다 끔찍해, 영화가 이렇게 끔찍한데.' 싶었는데, 지금은 압니다. 현실은 항상 영화보다 더 끔찍하다는 것을요. 


아무도 모른다
Nobody Knows

<아무도 모른다>는 버려진 아이들의 하릴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겨울이 지나 봄이 되고, 또 여름이 되는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다양한 연출은 아이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집구석에 방치되었는지 간접적으로 드러냅니다. 


편의점에 갓 취직해 비닐봉지 마는 법도 모르던 직원은 어느새 다른 직장을 다니고 있고, 새롭게 들어온 직원은 다시금 비닐봉지 마는 법을 배우고 있죠. 엄마가 발라준 매니큐어는 다 닳아 사라졌고, 바닥에 쏟아버린 매니큐어는 굳어버린지 오래입니다. 가스가 끊어진다는 경고가 담긴 통지서는 스케치북이 되었고, 컵라면에 심어둔 식물은 금세 자랐다가 다시 시들어버렸으며, 깔끔했던 집안은 점점 일그러집니다.


2시간 20분 동안 우리는 속절 없이 흘러버리는 아이들의 시간과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봐야만 합니다. 그 과정에서 관객이 느끼는 감정이 어떤 종류든 간에 아이들이 느꼈을 것과 감히 비교할 수 없기에, 그저 숨죽이고 지켜볼 수 밖에 없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렇게 꾀죄죄한 아이들이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데 어떻게 아무도 관심이 없을 수 있지?'하는 생각이 듭니다. 매번 찾아가는 편의점 직원들도, 밀린 집세를 받으러 온 집주인도, 어째 하나같이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얼굴에 거뭇한 때가 쌓여가고, 덥수룩하게 머리가 자라나고, 옷은 헤지다 못해 찢어져 가는 데도, 왜 아무도 관심이 없는지 이해가 되지 않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현실이 그렇습니다. 실제 사건이 벌어졌던 1988년으로부터 약 30년, 영화가 개봉했던 2004년으로부터 약 20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가 있고, 남겨진 아이들이 있으며, 주변에 무관심한 어른들이 있습니다. 만약 제가 사는 이 건물에 그런 아이들이 있다면, 과연 저는 이를 알아차리고 도움의 손길을 건넬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해 저는 지금 이 건물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정확히 모르는데 말이에요. 


영화를 보는 동안 이 지점에 반복적으로 생각이 멈출 때마다 마치 제가 저 아이들을 궁지로 내몬 어른이 된 것마냥 부끄러움과 죄책감에 사로잡혔습니다. 과거의 어떤 순간에 방관자였을지 모른다는 해결되지 않을 응어리를 가슴 속에 담아둘 수 밖에요. 




최근 아동 학대로 사망한 아이들에 관한 뉴스가 자주 보입니다. 방임도 아동 학대 중에 하나라고 하죠. 방임에서 신체적 폭력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우리 주변의 아이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한 번쯤 눈 여겨봅시다. 아이를 폭력에 방치하는 무책임한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요. 


Summary

다시 돌아오겠다는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
지금은 잘 지내고 있나요?

크리스마스 전에는 돌아오겠다는 메모와 약간의 돈을 남긴 채 어디론가 떠나버린 엄마. 열두 살의 장남 아키라, 둘째 교코, 셋째 시게루, 그리고 막내인 유키까지. 네 명의 아이들은 엄마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아키라는 동생들을 돌보며 헤어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도 엄마는 나타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엄마가 빨리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네 명의 아이들은 감당하기 벅찬 시간들을 서로에게 의지하며 함께 보내기 시작하는데… (출처: 씨네21)


Cast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아키라 유야, 키타우라 아유, 유, 시미즈 모모코, 기무라 히에이, 한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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