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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까 May 08. 2021

해양 생태계 파괴,
어디까지 알고 있니?

<씨스피라시>, 방자까의 영화 리뷰

최근 해양 생태계 파괴의 숨겨진 이면을 폭로하며 ‘바다(Sea) 관한 음모(Conspiracy)’를 제기한 이 다큐멘터리가 화제입니다. 공개되자마자 넷플릭스 인기 다큐멘터리에 오르며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소 과격하고 일방적인 주장에 ‘왜곡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통해 다큐멘터리 장르도 문제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도대체 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세상에 어떤 화두를 던졌길래, 감히 문제적 작품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씨스피라시
Seaspiracy

<씨스피라시>는 해양 생태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바다가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해양 생태계를 보전해야 한다고 말하죠. 여기까지는 다른 환경 다큐멘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문제적 작품인 이유는 바다를 망가뜨린 주범으로 여태껏   번도 언급된 적이 없는 ‘어업 꼽았기 때문입니다.


많은 환경 단체는 해양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개인의 플라스틱 사용을 절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상에서 플라스틱 빨대나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하죠. 하지만 <씨스피라시>는 그보다 상업적 어업으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가 더 심각하다고 주장합니다.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인 상어는 상업적 어업의 부수 어획으로 어선에 딸려왔다가 죽은 채 바다로 돌아가고, 해양 쓰레기 섬의 절반을 이루는 플라스틱은 실은 어업 장비들이며, 상업적 어업으로 인해 다수의 물고기가 멸종 위기에 놓였다고 말하면서요. 따라서 바다를 보호하는 방법은 오직 물고기를 먹지 않는 것뿐이라고 단언합니다.


지금껏 제가 생각해왔던 ‘어업’의 이미지는 단 1%도 부정적인 적이 없었습니다. 어찌 보면 어업 역시 해양 동물을 도살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도, 가축을 도살하는 축산업에 비해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업 활동이 이토록 무자비하게 벌어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 또한 해본 적이 없습니다. 감시자가 없는 바다 한가운데는 무법지대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렇게 많은 동물을 짧은 시간에 죽이는 산업이 어업이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깨달았지요.


영화는 이처럼 상업적 어업의 문제점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짚어나갑니다. 1시간 30분 동안 <씨스피라시>가 이야기한 문제만 해도 이렇게나 많습니다.


상업적 어업의 희생양이 된 돌고래 학살
부수어획으로 인해 최초로 멸종 위기종이 된 상어
‘지속 가능한 어업’ 배지를 사는 참치캔 어선
어선에 의해 매년 25만 마리가 죽는 바다거북
물고기 남획으로 멸종 위협을 받는 산호초
바다를 망가뜨리는 저인망 어업
상업적 어업으로 최소한의 먹거리를 잃은 사람들
말린 생선을 가공해 먹이로 사용하는 어류 양식




하지만 <씨스피라시> 주장이 영화의 제목처럼 ‘음모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해양 오염을 해소하는 유일한 해답이라는 작품의 주장은 복잡한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라는 의견이지요. 또 영화에서 제시한 각종 데이터에 오류가 있으며, 영화의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환경단체의 인터뷰 등을 악의적으로 편집했다는 논란도 생겼죠. 하지만 감독은 본질을 왜곡하는 편집은 없었다고 말하며, 자신이 분명히 밝히고자 한 것은 어업이 해양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 그뿐이라고 되짚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가 사건의 본질을 호도한 것인지, 대중을 계몽한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습니다. 하지만 감독의 변론처럼 상업적 어업이 분명히 바다를 훼손하고 오염시키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는 지구를 ‘은하계를 여행 중인 우주선’이라고 표현합니다. 우리는 ‘우주선의 탑승객’이며, 우주선의 생명 유지 장치는 바로 ‘지구의 생명체’라고요. 저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우주선이 추락하지 않도록 막는 유일한 길은 우리가  우주선에서 하차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승객들의 수명은 날로 길어지고 있으니, 우주선이 추락하지 않으려면 승객인 우리가 우주선을 지켜야만 합니다.


우주선의 생명 유지 장치를 승객인 우리가 먹어치우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치 제 목숨을 먹어치우는 것 같네요. 저는 과연 앞으로 식탁 위에 올라온 물고기를 먹을 수 있을까요?


Summary

그가 사랑하는 바다가 죽어간다. 인간이 그 경이의 세계를 파괴한다. 그리하여 카메라를 들고 바다로 나간 감독. 그가 맞닥뜨린 것은 전 세계에 걸친 부패의 그물이었다. (출처: 넷플릭스)


Cast

감독: 알리 타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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