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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진 Dec 19. 2021

HR출신은 CEO로 적합할까?

유니레버의 최고인사책임자(CHRO), 샤넬의 CEO로 선임되다.

최근 영국에서 한 사람의 인사이동 소식에 시끌시끌하다. 

유니레버(Unilever)의 최고인사책임자(CHRO)였던 리나 네어(Leena Nair)가 샤넬(Chanel)의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이다. 


이 소식은 세 가지 관점에서 흥미롭다.

첫째, 영국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유니레버에서 프랑스의 대표 기업인 샤넬로 이동한다는 것. 

둘째, 샤넬에서 최초의 인도출신 유색인종 여성이 CEO가 되었다는 것. 

마지막으로, HR출신의 CEO 선임이라는 점이다. 

참고로 리나 네어는 유니레버에서의 30년 커리어의 대부분을 HR에서 보냈다. 


이 글에서는 세 번째 포인트, HR 출신이 CEO로 선임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나눠보려 한다.


2021년 12월, 유니레버의 CHRO인 리나 네어(Leena Nair)가 샤넬 CEO로의 선임 소식을 직접 전한 링크드인 포스트 (*source: LinkedIn Post)




HR출신이 CEO로 선임되는 것의 의미


핵심을 먼저 말하면, HR 출신이 CEO로 선임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외국에서도 사례를 찾기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HR 커리어를 가진 사람이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 즉 CEO의 위치에 선임되는 리나 네어와 같은 사례가 주목받는 것이다. 국내의 한 기관(DataNews)의 분석에 의하면, 2020년 기준으로 국내 30대 그룹의 신임 CEO 중 1/4 (25%)는 CFO, 즉 재무 출신이었다. 그리고 30대 그룹 상장 계열사의 대표이사 252명의 이력을 보면 11.5%인 29명이 CFO 경력자였다고 한다. 반면 HR 출신은 국내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해외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9년에 포브스(Forbes)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포브스 선정 100대 기업의 CEO들이 그들의 커리어를 시작한 시점에 HR을 경험한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각각의 CEO가 어떤 직무로 초기 커리어를 시작했는지 살펴보면, 조직운영(Operation)이 25%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재무(Finance)로 22%, 세번째는 엔지니어링(Engineering)이 17%, 그 다음으로는 영업 및 마케팅(13%), 회계(11%), 법률(7%)이 뒤를 이었다. 왜 HR은 찾아보기 어려울까? 일단, 비즈니스 커리어의 첫 시작을 HR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일 수 있다. 혹은 HR 출신자들이 향후 CEO까지 가는 여정에서 다른 영역 출신자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설득력 있는 주장이 있다. 많은 경우 CEO들이 자신의 커리어 초기에 선택한 분야는 해당 기업의 지배적인 분야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리버티뮤츄얼보험(Liberty Mutual Insurance Groups), AIG와 같은 기업의 CEO는 모두 재무 분야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였다.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시스코(Cisco Systems), 3M, 코노코필립스(Conoco Philips), 하니웰(Honeywell)과 같은 기술산업 분야의 기업은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경력을 시작한 CEO들이 이끌고 있다.


그렇다고 HR 출신의 CEO가 기존에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비록 비즈니스 커리어의 시작점이 HR이 아니긴 하지만, CEO 선임 전에 HR임원, 즉 CHRO 출신이었던 경우는 종종 있다. 제록스(Xerox),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던킨도너츠(Dunkin' Donuts), 메트라이프(MetLife) 와 같은 회사에서는 CHRO를 CEO로 선임한 바 있다. 하지만, 엄연히 이야기하면 이들의 CEO 선임 직전 커리어가 HR임원이었다는 의미이지, 이들의 비즈니스 커리어 전반이 HR로 채워져 있던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서두에서 언급한, 지난 30년간 커리어를 HR에서 쌓아온 리나 레어의 사례가 더욱 회자되는 듯 하다. 




왜 HR출신이 CEO 후보자로 각광받는 사례가 생겨날까?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기존에 비즈니스에서 다른 분야에 비해 터부시되었던 HR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의 기업 평가는 재무 성과와 더불어 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에 주목해왔다. 고객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이것이 점차 확장되어 고객 외에 직원에까지 시야가 확장되고 있다. 사람들은 사회적 측면, 즉 직원, 고객, 지역사회에 기업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이를 관리하고 있는지를 함께 고려하기 시작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ESG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 그에 따른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환경 및 기후 이슈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이루기 위한 전략, 그리고 계속해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다양성과 포용 등의 이슈에도 HR은 빠짐없이 연관되어 있다. 


또한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HR 마인드가 부족한 경영자가 기업을 이끌 경우 비즈니스가 한 순간에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이 몇몇 사례를 통해 드러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우버(Uber)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였던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이 기업 내 성희롱 이슈에 대해 미온하게 대처하다가 훗날 일이 크게 불거져 결국 사임까지 하게 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때, 경영자로서 직원들을 자원(Resources)으로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해 HR 측면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음을 시인한 바 있다. 




C레벨 경영진 중 누가 CEO와 가장 흡사할까?


수년 전, 경영 컨설팅 펌, 콘페리(Korn Ferry) 소속으로 임원급 채용을 전문적으로 담당했던 엘리 필러(Ellie Filler)는 미시간대학의 데이브 울리치(Dave Ulrich) 교수와 함께 C레벨 경영진 사이에서의 CHRO 역할에 대하여 연구한 바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C레벨 경영진을 6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조사하였다: CEO(최고경영자), CFO(finance, 재무), COO(operation, 운영), CIO(information, 정보), CHRO(human resources, 인사), CMO(marketing, 마케팅). 


이들의 평균 연봉에 대한 조사 결과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CEO와 COO가 가장 높은 연봉을 수령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3순위였는데, CHRO가 약 $574,000 (한화로 약 6억 8천만원)의 평균 연봉을 수령하고 있었다. 그리고 심지어 이 수치는 6가지 타입의 C레벨 중 가장 낮은 수준의 평균 연봉을 수령하고 있었던 CMO보다 약 33%나 많은 수준이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6가지 카테고리의 C레벨 경영진을 대상으로 14가지 특성으로 구분하여 이들의 특징을 조사한 것에 대한 결과이다. [그림1]은 해당 결과를 이해하기 쉽도록 조금 각색한 것인데, 14가지 각각의 특성에 대하여 6가지 C레벨의 색상을 각기 다르게 하여 표현하였다. 놀라운 사실은 14가지 특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붉은색으로 표현된 CEO의 특성에 가장 밀접한 특성을 보인 것은 (*CEO와 현실적으로 거의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는 COO를 제외하고), 옅은 파란색으로 표현된 CHRO였다. 


[그림1] C-level 6가지 타입의 경영자에 대한 14가지 특성 분석 (*source: HBR, 2014)


14가지의 특성 분석 결과, COO가 CEO에 유사한 것은 이해하기 쉽다. COO의 역할 자체가 CEO의 것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CHRO의 특성이 CEO와 비슷한 것은 왜 일까? 조직에 필요한 인재를 적합한 포지션에 배치하는 것, 적합한 조직 구조화를 통해 비즈니스 성과를 일으키는 것, 조직 문화와 같은 조직의 본질적인 가치에 관심을 갖는 것과 같은 HR적 측면이 CEO로서 조직을 끌고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필요 역량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러한 연구 결과가 의미 있음은 실제로 기업들이 경영진 레벨에서 HR 관련 역량을 얼마나 중요시하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재차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 취리히 보험(Zurich Insurance), 네슬레(Nestlé), 필립 모리스(Philip Morris), 도이체 방크(Deutsche Bank)와 같은 회사들은 잠재적인 최고경영자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해당 후보자들에게 인사(HR) 직무를 의도적으로 경험하게끔 하려고 몇년간의 HR 역량개발 순환 배치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CHRO가 CEO로 가는 길목에서 명확히 증명해야 하는 한 가지는 HR이 전략적으로 비즈니스에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이것은 수치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여 HR 관련 의사결정이 비즈니스 그리고 재무적 성과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전략적 관점이 부재하면 HR은 계속해서 관행적이고 일상적인 문제 해결에 급급할 수 밖에 없다. 직원 관리, 채용, 급여, 복지, 규정 준수 등의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그것에 대응하느라 끌려 다니며 일하는 지금의 상황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지난 30년 경력의 대부분을 HR에서 보내온 리나 네어가 한 기업을 이끄는 수장으로 임명된 배경에는 그녀의 전 직장, 유니레버에 데이터 기반의 HR (aka. HR analytics(애널리틱스))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것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그녀는, 유니레버에서 기술을 접목한 HR 디지털화(Digitisation) 과정의 선봉에 있었고, 다양한 기술적 파트너사를 통해 유니레버가 전사적으로 데이터 기반의 HR 조직문화로 변모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앞으로 또 어떤 소식이 들려올까? HR 출신의 CEO가 점차 많아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더 이상 막연한 바람이 아니라 충분히 설득력 있는 기대감일 수 있다.   




* 주요 참고문헌

- Data News. (2020). “30대 그룹 상장사 신임 CEO, 4명 중 1명은 CFO 출신.”

- Forbes (2019). New Study On CEOs: Is Marketing, Finance, Operations, Or Engineering The Best Path To CEO?

- Harvard Business Review (2014). Why Chief Human Resources Officers Make Great C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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