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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진 Dec 19. 2021

HR 예산편성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ZBB(영기준예산편성)를 활용한 HR 예산편성




상당 수의 기업들이 이미 내년도 경영계획 및 예산편성을 끝냈을 것이다.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그리고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기업 전략의 핵심이라고 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편성한 예산은 기업/조직이 향후 어디에 힘을 쏟을 것인지를 방증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이슈는 기업들의 예산편성 및 계획 수립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급변하는 리스크가 만연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의 예산편성은 보수적이고 방어적으로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짙은 상황에서 각 기업에서는, 특히 HR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내년도 예산편성을 준비할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여러가지 예산편성 방법론 중 ZBB를 중심으로, 그리고 HR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AB InBev의 적용 사례와 함께 살펴보겠다.



다양한 예산편성 방법론, 그리고 ZBB의 특징


기업이 예산을 책정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전년도 예산을 기준으로 일정한 금액을 추가하거나 줄이는 방식의 증분 예산편성, 경상 및 자본 예산을 구분하여 운영하는 복식 예산편성, 각 사업의 성과에 단위원가를 고려하여 결정하는 성과주의 예산편성, 장단기 계획을 구분하여 편성하는 계획 예산편성, 그리고 전년도 예산은 완전히 무시하고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고려하여 새로운 우선순위에 따른 예산을 편성하는 영기준(zero-based) 예산편성 방법 등이 있다. 이중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전년도 예산에 일정 부분을 증감하여 반영하는 증분 예산편성 (점증주의 예산편성이라고도 한다)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에 대하여는 예산의 통제기능만을 중요시하고, 기존 예산에 대한 재검토가 부족하며, 경직적이고 유연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다.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ZBB (Zero-Based Budgeting, ‘영(0)’기준 예산편성 제도)는 예산편성 시 전년도 예산 자료에 기초하지 않고 새롭게 원점에서 예산을 검토하고 편성하는 방법이다.    


기존에 가장 많이 활용하던, 그리고 지금도 많은 기업과 조직에서 활용하고 있는 점진적 증분 예산편성 방법은 매년 새로운 관점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ZBB와 그 배경과 특징, 결과 등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다.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표1]의 첫번째 항목에서 볼 수 있다시피 예산 책정을 위한 기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증분 예산편성의 경우 전년도 예산을 기준으로 증감이 이뤄지는 반면, ZBB의 경우엔 모든 재정 항목에 대하여 새롭게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처음부터 조사하고 준비한다. 이런 관점의 차이로 인해 증분 예산편성은 과거의 기록 보다는 향후의 변화에 더욱 주목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분석 시간이 덜 걸리고 용이하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ZBB는 기존 활동에 대한 분석까지 수반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지만 낭비적 요소와 비용을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ZBB를 활용한 예산편성 사례 – AB InBev


AB InBev는 Anheuser-Busch InBev의 약자로 벨기에 루벤에 본사를 둔 다국적 음료 및 양조 회사이다. 초기에 라틴 아메리카 지역, 정확히는 브라질의 맥주회사로 시작한 AB InBev는 2004년에 세계 3위 업체인 벨기에의 Interbrew와 5위 업체인 브라질의 AmBev의 합병, 그리고 미국의 Anheuser-Busch를 인수하며 통합된 기업이다. 2016년엔 SAB Miller (Miller 맥주 제조업체)를 추가로 인수하여 세계 최대의 FMCG (fast-moving consumer goods, 일상소비재) 회사 중 하나가 되었다. 위의 사진에서 보다시피 대중들에게 익숙한 맥주 브랜드를 필두로, 전 세계적으로 약 500개 이상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으며 180,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AB InBev의 인사관리 핵심은 엄격한 능력주의와 공정한 성과기반 평가/보상 시스템을 유지하여 HR 파이프라인과 기업의 성과를 관리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상의 관점에서 기본급은 업계의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본인의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를 달성한 직원에 대해서는 업계 상위 5%에 달하는 매우 높은 수준의 보너스를 현금 혹은 주식으로 제공한다. 또한, 이를 공정하게 실행하기 위해 매 분기별 직원 인터뷰를 통해 KPI를 설정/조정/협의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AB InBev는 성과기반의 목표 달성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는 관점에서 ZBB를 통해 직원이 직접 목표를 관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즉, 전년도 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매년 예산의 기준을 “0(zero)”로 설정한다. 그리고 모든 업무와 프로젝트를 효율성과 중요성을 기준으로 분석한 후 우선순위를 선택한다. 이러한 방식은 우선순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청한 예산에 대하여 합리적인 정당성을 부여한다. 뿐만 아니라 AB InBev에서의 ZBB 방식 예산 편성은 조직 내 직원들로 하여금 개인의 목표 성과 달성을 위한 KPI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회사의 비용을 중시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였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노력은 기업의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지난 10년간 AB InBev의 연매출은 평균 약 13%가량 성장해오고 있다.   




ZBB를 활용한 HR에서의 예산편성


AB InBev의 사례와 같이 ZBB를 활용한 HR의 예산편성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AB InBev의 HR 예산편성 변화를 기존의 증분 예산편성 방법론과 비교하면 [그림1]과 같이 도식화할 수 있다. 기존에 활용하던 증분 예산편성 방법에서는 기존 예산에 물가 상승 및 조직의 향후 전략만을 반영하여 새로운 예산을 편성한다. 이를 ZBB 예산편성 방법으로 변환하여 적용하면, 가장 먼저 조직의 비즈니스 목표를 확인하고 이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HR 관련 활동과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정의한다. AB InBev의 사례에서는 기존에 있었던 코칭 및 멘토링 프로그램이 당시 기업 전략과의 일치도가 떨어져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고, 이에 따라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을 줄임으로써, 비용 절감과 동시에 수익의 증가를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기존 예산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ZBB 관점에서 HR 예산을 편성할 때, 몇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들이 있다. 


1. 첫째, 예산편성 과정에서 기존 예산을 보전하려 하기 보다는 조직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예산편성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HR 담당자는 조직의 전략에 상응하는 이니셔티브 우선순위를 정의하고 이를 기초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2. 둘째, ZBB를 예산절감을 위한 도구(tool)가 아닌 가치 극대화(value maximisation)를 위한 방법론임을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ZBB 과정에서 비용이 절감된다면, 이는 비용 절감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전략적 가치가 있는 이니셔티브에 예산(자원)을 더 할당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효율적인 지출방법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3. 셋째, 예산을 절감한 경우에도 향후 관리자가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 즉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예산편성 과정에서 가장 염려하는 것은 결국 해당 년도에 예산을 상실할 경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해당 예산의 확보 및 활용 권한을 상실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러한 보수적/방어적 태도를 예방하기 위해 ZBB 과정을 통해 편성된 예산에 대하여 향후 필요성이 있을 때, 예산을 추가적으로 신청하고 이에 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HR 예산편성 담당자가 기존 항목에 대한 피드백 없이 일단 예산을 부풀리고 보자는 식으로 행동하는 관행을 방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HR 관련 예산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일반적인 항목들도 많은데 이를 카테고리별로 분류하면 [표2]와 같다.



ZBB 예산편성 시스템은 기업의 한정된 자원을 최적으로 배분할 수 있도록 돕고 전사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문화를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편성했던 예산이 사용된 실제 비용과 이에 따른 효과성을 분석하는 과정에는 분명 시간이 더 걸리고,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편성에 있어서 기존 HR관련 활동에 대한 피드백과 고찰 없이 외부 변화와 향후 기업의 전략만을 고려하여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어쩌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에 당면하여 이후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지금과 같은 시기에, 전년도에 책정된 예산 항목과 배경을 내년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0(zero)” 기반으로 새롭게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조직에 진정으로 효과적인 HR 이니셔티브를 가려내는 옥석과 같은 전략일 수 있다. 




* 주요 참고문헌

- Wiles, J. (2020). 3 Ways for HR to Ease Zero-Based Budgeting Adoption. Smarter With Gartner.

- Pyhrr, P. (1973). Zero-base Budgeting: A Practical Management Tool for Evaluating Expenses

- Just Drinks (2018). Personal Interview with AB InBev CEO Carlos Br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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