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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진 Mar 17. 2022

War and HR (전쟁과 HR)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HR에 미치는 영향

*해당 글는 2022년 3월 16일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시점에 따라 전쟁 상황이 일부 바뀌었을 수 있습니다.

*본 원고는 국내 HR매거진 '월간인재경영' 2022년 4월호에 실릴 글입니다. 무단 전재 및 복제, 재배포가 불가하니 참고바랍니다. 




[그림1] 우크라이나는 동유럽에 위치한 나라로, 동쪽 및 남쪽 국경이 러시아와 맞닿아 있다.

우크라이나는 동유럽에 위치한 나라로, 동쪽 및 남쪽 국경이 러시아와 맞닿아 있다. 인구 약 4천5백만의 우크라이나는 유럽대륙에서 러시아에 이어 두번째로 큰 영토 면적을 가진 국가이다. 



들어가며 –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는 1939년에 터졌던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지역에서 발발한 가장 큰 전쟁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은 유럽국가들이 백신과 방역을 통한 노력으로 바이러스 확산 추세를 잦아들게 하는 것 같았는데, 예기치 못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계속해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게다가 현 시점(2022년 3월 16일)을 기준으로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의 군사적 도발이 시작되었을 때, 우크라이나에 비해 러시아 군사력이 압도적으로 강하다고 평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의 적극적인 방어와 서방세력의 지원 등 여러가지 이유로 양 국가간 전쟁 상황은 치열하다. 상당수 군사 전문가들은 결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전쟁을 끝내기 위한 양 측의 평화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 누구도 그 결론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러시아의 푸틴(Putin)이 일으킨 이번 전쟁의 정당성에 대하여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비난과 규탄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The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에 속한 국가들은 이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NATO는 1949년 2차세계대전 종전 직후 미국, 영국 등 유럽과 북미지역의 12개국이 러시아의 유럽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맺은 정치/군사동맹으로 현재는 가입국의 수가 늘어 총 30개국이 이에 속해 있다. NATO 동맹국 사이에는 어느 한 국가가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서로 지원하기로 약속되어 있다. 1991년에 소련(Soviet Union, 소비에트 연방)으로부터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현재 NATO에 가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하여 NATO에서 군사적으로 반격할 직접적 명분은 없다. 그럼에도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은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자 간접적인 방식, 즉 경제적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제 금융 결제망 스위프트(SWIFT, 국제은행간 통신협회)로부터 러시아 은행들을 차단하였다. 이는 곧 러시아의 경제적 고립을 의미하며, 실제로 현 시점에 러시아가 국가적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는 전문가들도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군사적 침공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제 3국이 해당 전쟁에 참여한다면 마찬가지로 적국으로 간주하고 군사적 행동을 가할 것이라는 위협을 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군사적 충돌이 확산되면 제 3차 세계대전으로 번져갈 수 있기 때문에, NATO 및 북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방어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한다면 그 다음은 NATO 국가들의 차례임을, 혹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들의 중립국들도 자유롭지 못할 것임을 알기에, 우크라이나에 대하여 군수물자 및 식량, 피난민 보호 등의 간접적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사상자와 피해는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다. 로이터 통신 자료에 따르면, 전쟁이 발발한 지 3주가 지난 시점(2022년 3월 16일)을 기준으로 군인과 민간인 포함 약 15,000명이 사망했고, 133조원($119B)에 가까운 재산피해가 발생했으며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독일 등 서쪽 국가로 피난한 난민 수가 3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하단의 [그림2]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접경 지역의 위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당 스크린샷은 전세계 여객기의 실시간 현위치를 검색할 수 있는 Plane finder를 통해 확인한 장면이다. 3월 16일을 기준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 인근의 지역, 즉 그림상의 붉은색으로 표시된 지역에는 아무런 여객기의 이동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평상시 같았으면 빼곡했을 지점인데 전쟁 지역 부분만 텅 비어 있다. 


[그림2] 전세계 비행기들의 실시간 현위치를 검색할 수 있는 Plane finder를 통해 확인한 항공상황 (*Source: Plane finder, 16 March 2022)

 

 

전쟁이 HR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우크라이나 전쟁이 HR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얼핏보면 전쟁과 HR은 멀리 동 떨어진 이야기 같다. 과연 그럴까? 전쟁과 HR의 연관성을 안나(Anna Uzunova)의 이야기로 풀어볼까 한다. 안나는 필자가 영국 유학 중, HR석사과정에서 함께 공부했던 동문이다. 그녀는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영국에 공부하러 왔었고, 졸업 후 영국 딜로이트(Deloitte UK)에 입사하여 HR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다음의 4가지 스크린샷은 며칠 전 링크드인(LinkedIn)에서 안나가 공개적으로 포스팅한 것을 캡쳐한 것이다. 각각을 자세한 내용을 함께 생각해보자.  


1. 좌측의 첫번째 포스트는 안나의 직장 동료 마리아(Maria)가 올린 것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러시아인입니다. (너무 미안해서) 할 말이 없습니다. 저는 푸틴(Putin)을 대통령으로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포함한 가족, 친구들도 그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과정에서 그에게 투표하지 않았습니다…(중략)”. 더불어 포스트에는 러시아인으로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보내는 경애/위로의 메시지가 함께 담겨 있다. 

2. 오른쪽의 두번째 포스트는 영국 딜로이트(Deloitte UK)에서 안나와 함께 일하는 한 우크라이나 출신 직원의 메시지이다. 그는 본국에 있는 가족/친구들이 염려되어 현재 영국을 벗어나 우크라이나에 있는 듯 하다. 내용을 보면 자신의 고향에서 벌어진 폭격을 직접 목격한 사진을 담으며 슬픔을 토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주변에 있는 러시아 출신 사람들을 무작정 매도하고 있지는 않고, 오히려 그들을 옹호하고 있다. 자신과 친분이 있는 러시아인들은 러시아에서 반전시위를 하다가 반정부세력으로 몰려 감옥에 붙잡혀 가고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사람들에게 우크라이나를 위한 재정기부(donation)를 호소하고 있다.


3. 세번째 스크린 샷, 위에서 좌측의 내용은 딜로이트(Deloitte)의 Global CEO 푸닛 렌젠(Punit Renjen)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메시지다. 그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우크라이나 침공 행위를 규탄하며, 이 두 국가에서 이뤄지는 딜로이트 비즈니스 전부를 철수한다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물론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을,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일하는 딜로이트 직원들 3,000명에 대한 보호 조치 필요성도 함께 언급하고 있다.

4. 마지막 네번째, 우측의 것은 우크라이나 출신의 영국 딜로이트(Deloitte UK) 소속 HR 컨설턴트, 안나(Anna)가 직접 작성한 링크드인 포스트이다. 짧은 한 문장이지만 그녀가 속한 회사에 대한 그녀의 심정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Proud to be Ukrainian, and proud to work for Deloitte (우크라이나인이 자랑스럽고, 딜로이트에서 일하는 게 자랑스럽다)”. 안나는 리차드(Richard, 딜로이트 유럽 및 영국 지부장)의 글에 동조하고 있는데, 리차드의 글을 보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침공을 규탄하는 한편, 회사 차원에서 230만유로의 재정적 지원과 피난처 제공, 안전 확보, 의약품 및 식료품 공급 등을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 4가지의 링크드인 포스트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발발한 상황에서 영국에 있는 한 기업 내에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이 동료로 함께 일하고 있다. 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같은 조직에 우크라이나 출신 사람들이, 또 러시아 출신의 사람들이 여러 명, 복수로 상주하고 있다. 물론 이들이 이번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죄 없는 민간인들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출신 직원들은 러시아 출신 직원들에 대하여 감정적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반대로 러시아 출신 직원들은 본인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출신 직원들에 대하여 죄의식과 함께, 보복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가족과 친지가 있는 직원들은 본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는 러시아에 대해 비즈니즈를 철수한다고 공식 발표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출신 직원들은 이를 반기며, 이런 정당하고 올바른 결정을 하는 회사에 소속되어 있음을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반면, 전쟁과 직접적인 연관성 없이 그저 러시아와 벨라루스라는 지역에서 일하고 있던 같은 조직 소속의 직원들은 하루 아침에 일자리가 불투명해졌다. 물론 향후 기업에서 무언가 보상이나 이동에 관한 조치가 있겠지만,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전쟁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비난하며 러시아에서의 비즈니스를 철수하거나 자금을 회수하는 기업은 비단 딜로이트 뿐만이 아니다. 예일대학교 CEO 리더십 연구소 Jeffrey Sonnenfeld 교수의 연구팀 조사 결과에 의하면, 3월 16일을 기준으로 비즈니스의 철수 혹은 유예를 발표한 기업은 400 곳이 넘는다. 해당 리스트에는 우리가 잘 아는 기업들도 대거 포함되어 있다. 맥도날드, 코카콜라, 하이네켄, 스타벅스, 에스티로더, H&M, 자라, 에어비앤비, BCG컨설팅, BP, EY, KPMG, 맥킨지, 넷플릭스, PwC, 우버 등 계속해서 그 수가 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HR은 무엇을 해야 하나


1.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행해야 할 때

이는 코로나 발생 초기 상황에서의 대처와 비슷하다. 직/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이 있는 직원이 있다면, 즉각적으로 회사에 (리더 또는 HR팀에) 알려줄 것을 전 직원에게 공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메시지 전달은 가급적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전달되는 메시지에는 관련된 직원에 대하여 정신 건강과 회복을 위해 회사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타 직원들 과의 관계에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갈등을 회사가 비공개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명확히 담겨야 한다.  


2. 국제적인 지원 문화를 조성해야 할 때

민감하고 긴급한 글로벌 이슈에 대하여 회사가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면서 직원들은 자신이 속한 회사에 대한 일종의 판단을 하게 된다. 평상시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는 리더가 실제로 어떠한 상황 속에서 행동하는 특정한 모습을 통해, 그 리더를 본심을 판단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재정적인 기부이든, 어떠한 형태이든 불합리하고 정당하지 못한 전쟁에 대하여 회사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며 전쟁 피해자와 난민에 대한 지원을 시행하는 것은 기업에 잠재적인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대외적으로 기업 평판을 높이는 것 뿐만 아니라 재직중인 직원과 더불어 향후 입사 지원할 수 있는 잠재적 직원들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의 기대를 가질 수 있다. 한 사례로, 에어비앤비(Airbnb)는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는 난민들에 대하여 최대 100,000명의 사람들에게 무료로 단기 숙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3. 직원들의 정신 건강 케어에 집중해야 할 때

가족이나 친구 등이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면? 내가 아는 누군가가 지금 피난 중이고, 연락도 두절되어 생사 확인이 불분명하다면? 이런 상황에서 업무가 손에 잡힐 리 없다. 직원 중 어느 누군가는 가족이 염려되어 본국으로 돌아가길 원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들에 대한 유연근무, 휴가, 전문 상담 등과 같은 서비스 제공이 필요한 때이다. 특히 관리자급 직원들은 정기적으로 팀원 중에 이러한 이슈가 있는 직원이 있는지 살펴야 하며, 이러한 대상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출신 직원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직원들도 모두 포함된다.


4. 직원간 갈등 확산 방지에 신경써야 할 때

글로벌 기업이 많은 시대이다 보니, 같은 회사 내에 우크라이나 출신의 직원과 러시아 출신의 직원이 함께 일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러시아 출신의 직원들은 갈등 촉발의 근원이 된 나라의 국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누군가로부터 보복을 입을까 두려워할지도 모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작업 루틴이나 팀/조직 구성을 일시적으로 변경하는 것도 합리적인 조치일 수 있다. 몇몇 회사들은 회사 내 집단 따돌림이나 괴롭힘과 관련된 HR정책/지침을 재정비하고 있기도 하다.  



마치며


여러분의 기업에는 우크라이나 혹은 러시아 출신 직원이나 동료가 있는지? 아니면, 그 인접국,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벨라루스, 루마니아, 핀란드, 스웨덴 그리고 그 밖에 유럽에서 온 동료나 친구가 있는가?

국내 미디어는 지난 3월 대통령 선거와 더불어 감염자 수 역대 최고치를 매일같이 갱신하고 있는 코로나 이슈로 가득했다. 물론 뉴스에서 러시아의 진격 상황과 우크라이나의 피해상황, 난민 이슈와 반전시위 등에 대한 기사를 다루고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지구 반대편의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반면 영국과 유럽 전역의 미디어는 한 달 내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쟁에 대한 실시간 상황 전달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유럽이 워낙 국가간 이동이 많다 보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출신 사람들 뿐만 아니라 유럽 내 다른 국가 사람들 역시 간접적으로 많은 연관이 있고, 그래서 염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금은 한 국가와 다른 한 국가 간의 분쟁이지만 언제 어떻게 확장되거나 변화할 지 모른다. 이렇게 계속되는 불확실성 속에서 직원들을 안정적으로 케어하고 비즈니스가 영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HR의 역할은 쉴 틈이 없다. 오히려 더욱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때다.   





* 주요 참고문헌

- Yale School of Management (2022). 400 Companies Have Withdrawn from Russia. Retrieved from https://som.yale.edu/story/2022/400-companies-have-withdrawn-russia-some-remain

- Reuter (2022). Estimated losses from 2022 Russian invasion of Ukraine. Retrieved from https://www.reut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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