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진 Mar 02. 2024

박사Ph.D. 학업과정에 대한 묵상

Personal Reflection on Ph.D. Study

# 실력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 실력과 호칭의 갭을 줄여나가는 과정

# 지식의 끝자락에서 0.0001mm만이라도 더 밀어내려는 과정




데이터홀릭 경력자 이직 관련 주제의 방송을 듣다가 문득 아카데믹도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력직으로 특히 연봉을 점프해서 입사한 사람들의 가장 큰 부담감은 즉각적인 성과와 뛰어난 실력을 기대하는 주변의 시선이다. 학계는? 박사PhD 과정의 경우, 일반 사람들은 그냥 박사 과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박사님~’이라 호칭한다. 


호칭이 아무려면 어떠냐 싶지만 ‘박사PhD’라는 호칭은 아무래도 무게값이 있다. 전문가로서 충분한 지식과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 같은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이 있다. 물론 전문성은 상대적인 개념이어서 상대방보다 지식의 깊이가 조금만 깊거나, 아는 범위가 조금만 넓어도 그 차이를 바탕으로 전문성을 주장할 수 있긴 하다. 

그럼에도 이제 막 박사과정을 시작한 사람들은 본인을 ‘박사님~’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 심리적 부담감을 느낀다. 남들은 잘 몰라도 본인은 자신의 수준을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사과정 중반이 되면 실력이 쌓여 가면서 이런 부담이 덜 할 것 같지만 여전히 마찬가지다. 지식의 깊이는 끝이 없고 외부 사회의 발전속도는 언제나 개인의 학습능력 속도보다 빠르다. 어느 정도의 실력과 수준을 갖추어야 비로소 ‘박사님~’이라 불릴만 할까? 기준을 잡기 힘들다. 호칭에 대해 여전히 심적 부담감이 있다.


박사과정이 끝날 때가 되면, 원래 박사PhD 과정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임을 깨닫게 되면서, 실력에 대한 외부 평가 부담감을 스스로 내려놓기 시작한다.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현실적으로 하기 어렵거나 못 하는 것을 구분한다. 하지만 낯선 주제이더라도 부담감이 이전처럼 크지는 않다. 학습 방법을 아니까. 이런 박사 과정에서의 부담감과 깨달음은 이후 학계에서 교수나 faculty로 일하는 경우에도 계속해서 이어진다. 


비단 ‘박사님~’이라는 호칭 뿐이랴. 이름 뒤에 붙는 사회에서의 모든 호칭은, 그에 따른 외부적 기대감이 있다. 변호사, 의사, 목사, 교수, 대표, 선생, 아나운서, 가수, 스포츠선수, 행정 직군, 예술 직군 할 것 없이 모두 포함된다. 호칭의 계단식 상승 과정에서 느껴지는 부담감. 즉, 자신의 실체와 실력이 외부에 드러났을 때 냉정한 평가를 받을 것에 대한 불안감은 누구나 있다. 피할 방법이 없다. 각 호칭에 따른 마땅한 책임이기 때문에 그저 묵묵히, 조금씩, 쌓아 가는 수 밖에 없다. 시간이 걸린다. 실력과 호칭의 갭gap을 메꿔 나가는 과정은 스트레스를 주긴 하지만 실력을 쌓게 만드는 동기motive이기도 하다.





위 이미지는 국내 도서인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의 00페이지에 나오는 박사 과정에 대한 도식화 이미지이다. 

# 해당 도서에는 reference가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실제로 저 아이디어는 "The Illustrated Guide to a Ph.D." 라는 타이틀로, University of Alabama at Birmingham 대학 소속 Matthew Might 교수가 처음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의 링크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https://matt.might.net/articles/phd-school-in-pictures/


도식화 이미지의 핵심은 박사 과정이라는 연구와 지식 학습이 거창한 것이 아니고, 어느 한 분야에서 인류가 가진 가장 앞선, 발전된 지식 수준을 아주 약간 더 향상 시키는 수준의 결과물을 추구하는 과정이라는 내용이다. "a little bit"이라고 표현된 advanced knowledge 그 자체도 의미있겠지만, 그것을 위해 계속해서 학습하고 고뇌하고 부딛치는 과정이 훨씬 더 의미있지 않을까.


박사Ph.D. 학위 과정은 어느 지역, 어느 곳에서, 어떤 단계에 있든 그 과정을 경험하는 것 자체에 많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이제 막 시작하신 분이나 한창 진행중인 분들, 그리고 마치신 분들에게도 모두 축하 축복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작가의 이전글 HR/피플 애널리틱스 글로벌 컨퍼런스 소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