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피플 애널리틱스 분야 컨퍼런스인 People Analytics World 2024가 지난 4월, 영국 런던 Queen Elizabeth II Centre에서 열렸다. 올해 10년차를 맞은 2024년 컨퍼런스는 이틀 간의 일정으로 40가지가 넘는 세션들과 55명의 연사, 그리고 20여 곳의 파트너 기업들이 스폰서로 참여하였다. 총 참여인원의 경우, 현장티켓이 매진된 것을 보면 오프라인은 적어도 400명이 넘었고, 온라인 참여도 적지 않았다고 전해 들었다. 올해도 직접 참여하다보니 작년에 비해 분명 양적으로, 질적으로 확장되었음이 느껴졌다.
이 글에서는 2024년 피플 애널리틱스 (people analytics; PA) 컨퍼런스에서 어떤 것들이 논의 되었는지, 그리고 피플 애널리틱스의 최근 트렌드도 소개할 겸, 그 주요 내용을 나눈다.
주요 키워드: 신뢰trust, 민주화democratisation, 그리고 공정성fairness
이번 컨퍼런스는 피플 애널리틱스의 흐름과 조직의 특성 변화, CHRO의 전략적 우선순위, 피플 애널리틱스에서의 기술 투자, 이를 극대화하는 방법, 전략 계획, 팀 역량, 개인화, 직원 경험, 급여 투명성, 데이터의 품질, 대쉬보드 구축, 생성형 AI의 활용 등의 전략들을 피플 애널리틱스 관점에서 심도 깊게 논의하고 토론하는 시간들로 꾸려졌다. 여러 주제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번 컨퍼런스의 주요 키워드를 세 가지만 꼽아보라면, 신뢰(trust), 민주화(democratisation), 그리고 공정성(fairness)을 꼽을 수 있겠다. 추상적인 단어들을 키워드로 꼽은 이유는, 실용적인 적용들이 논의되는 가운데 이 세 가지 키워드가 그 저변에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피플 애널리틱스의 도입과 적용, 활용, 어려운 점들에 대한 논의, 기술 솔루션을 활용한 개선과 확장 등, 지난 수년간 이 과정을 거쳐온 기업들은, 이제 더 구체적인 상황들에 직면하고 있다.
첫번째로, 신뢰trust는 HR에 대한, 혹은 피플 애널리틱스 팀에 대한 조직 전체의 직원들이 바라보는 관점을 의미한다. 기술의 도입 등으로 피플 애널리틱스 기능을 초기에 구축하고 적용해 가는 단계가 진행되다 보니, HR 및 직원 데이터 자체에 대한 신뢰 이슈에 다시금 봉착한 경우가 많아 보였다.
두번째로, 민주화democratisation는 데이터의 민주화를 뜻한다. 즉, 직원/피플 데이터에 대하여 직원들의 접근access를 보다 원활히 자유롭게 함으로써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조직 내 전체적으로 확산되게끔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의 데이터는 직원 프로필이나 직원 개인 고유의 특성 데이터가 아닌, 이미 한 차례 이상 분석되었거나 가공된 데이터를 의미한다. HR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과거 몇 개년의 이직률 변화, 직원 1인당 채용에 따른 비용, 지난 수년간 승진한 시니어 레벨 리더들의 특성 과 같은 데이터를 예로 들 수 있다.
세번째로, 공정성fairness은 스킬 기반의 조직변화(skill-based organisation transformation)과 연동된다. HR 의사결정에 있어서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함으로써 직원들의 인식 수용을 높이려는 시도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채용이나 성과평가, 보상, 직원 배치 등에 있어서 해당 포지션에 필요한 스킬을 측정하여 이에 걸맞은 수준의 스킬을 보유한 사람을 매칭하는 등의 접근은 이해관계자들로 하여금 보다 공정한 의사결정 절차라고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피플 애널리틱스 리더들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가
컨퍼런스 주요 참석자들의 피플 애널리틱스에 대한 핵심 발언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주요 내용을 모아보았다.
David Green (Insight222) “People Analytics라는 분야가 계속해서 긍정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Microsoft는 사티아 나델라가 CEO로, 그리고 캐서린 호간이 CHRO로 취임하면서 문화 변화의 중심에 people data를 두었습니다. (…) 투자investment와 가치value를 각각의 축으로 나누어 두 가지가 모두 잘 이뤄지는 피플 애널리틱스 기업들을 leading group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기업은 어느 사분면에 속해 있습니까?”
Richard Rosenow (OneModel) “HR에 GenAI를 적절하게 도입하려면 데이터를 미리 정리하고 직원 데이터에 더 원활히 액세스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곧 전략, 기술, 운영, 데이터를 분석으로 연결하는 피플 데이터 공급망 (people data supply chain)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HR에서는 이것을 수행할 새로운 역할, 즉 Workforce Systems Leader가 필요합니다.”
Ian Cook (Visier) “우리는 이제 일반적인 데이터 관리management에서, 최상위 수준의 데이터 리터러시를 아우르는 데이터 스튜어드쉽stewardship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HR 경영진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S&P 1500에 속하는 기업의 경영진 중 가장 임금을 많이 받는 상위 5%에서의 HR 비중을 살펴보면, 1992년 0.5%에서 2022년에 13%로 대폭 증가하였습니다.”
Sue Lam (Coca-Cola) “훌륭한 피플 애널리틱스 프로제트를 수행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은 회사의 재정 흐름에 따라 전략적으로 베팅betting하고, 그 지점에서 피플 애널리틱스 관련된 모든 노력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Pietro Mazzoleni (IBM) “데이터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창출하느냐가 중요합니다.”
Henrik Håkansson (Volvo) “Talent Intelligence, People Analytics 그리고 Strategic Workforce Planning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 의존적입니다. 회사 내에 피플 애널리틱스에 관한 강력한 브랜드와 함께 데이터 통합의 단일 지점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Lei Pan (Shell) “피플 애널리틱스는 중간 계층의 보고와 데이터 거버넌스, 데이터 품질 및 시스템의 견고함을 기반으로 하는 피라미드 구축 과정에서, 맨 위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Amit Mohindra (People Analytics Success) “수십년간 다양한 기업에서 PA 기능을 구축하며, 몇 가지 중요한 인사이트 학습을 했습니다. 첫째, 조직의 맥락과 정책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에서 우선순위와 예상하는 기대를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안 될 때는 안된다고 이야기 해야 합니다. 셋째, PA팀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고, 넷째, HR 내부적인 것이 아닌 비즈니스에 직접적으로 초점을 맞추어 일해야 합니다.”
Alexis Saussinan (Merck) “AI를 모든 곳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게 아니라, 실제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사용해 보세요. AI를 통해 내부 인재에 집중하고 사람들에게 경직된 커리어 경로가 아닌 커리어에 대한 자발적인 선택권을 제공하세요. 그러면 새로운 관점과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Fatma Hedeya (Holcim) “고성과자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우리는 desk research, focus groups, questionnaires를 결합한 내부 모델을 구축하고 4가지의 서로 다른 특성 요인을 식별하였습니다. 이것을 통해 고성과자에 대한 이해 뿐만 아니라 직원 경험과 그들의 업무 사이클 전체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주관적인 인식에 데이터를 통한 객관성을 추가로 부여하면 강력한 직원 역량/행동 모델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상황, 맥락, 그리고 조직문화입니다. 맞춤형 결과를 얻으려면 직접 참여해야 합니다.”
Dirk Jonker (Crunchr) “생성형AI를 활용한 상품화productisation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픈소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직접 해볼 수도 있고요. 그런데 정작 우리가 간과하는 부분은 프라이버시와 윤리적 이슈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전에 대처하고 방지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Rob Briner (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 “증거 기반의 HR (evidence-based HR)은 커리어 개발의 핵심입니다. 증거 기반의 HR이 반드시 PA와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만, HR 분야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실 증거에 초점을 맞추는 다중 소스 접근 방식이라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여러가지 자료를 통합하고, 구조화된 프로세스에 집중하며, 신뢰할 수 있는 증거에 집중해야 합니다.”
Adam Tombor (Julius Baer) “AI의 과대 광고 외에도 PA 팀은 여전히 기본적인 사항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민주화data democratisation하게 되면, 타 부서나 다른 팀으로부터의 불규칙적이고 산발적인 데이터 분석 업무 협조 요청을 거의 제로로 줄이고, 더 가치 있는 데이터 작업에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Isabel Naidoo & James Fenlon (Wise)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과 직원 분석people analytics를 함께 제공하는 새로운 기능을 설정하면, 교차 기능 협업 시에,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게 됩니다.”
Nicole Lettich (Nasdaq) “제가 이끄는 PA팀은 조직 내 승진promotion 기준에 대한 직원들의 관점을 통합하고 일치시키기 위해 하나의 분석 방법이 아닌 다음과 같은 다양한 분석 방법을 사용합니다. Content analysis, Repertory grid, Network analysis, Open-text surveys … ”
2024년 피플 애널리틱스 월드 컨퍼런스 회고 - 7가지 인사이트
이틀 간의 컨퍼런스 일정을 회고하며, 그리고 참석자들의 발언과 주요 내용을 리뷰하는 과정 가운데 깨닫게 된 몇 가지 정리된 생각은 다음과 같다.
1. 피플 애널리틱스의 가치는 여전히 높고, 더 높아지고 있다. 작년(2023년) 컨퍼런스에 참가했던 한 사람이 “이제는 컨퍼런스 연차가 오래 누적되다 보니 새로운 자료가 별로 없고 다소 지루하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이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일부 피플 애널리틱스 전문가들에게는 그다지 새로운 것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외부 환경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불확실성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고, 깊이 논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피플 애널리틱스 월드 컨퍼런스는 그러한 포럼의 최전선에 있음이 분명하다.
2. 기업의 피플 애널리틱스 기능이 수년간에 결쳐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몇몇 회사의 경우 거의 매년 발표자로 참석하고 있다. 비록 이들 회사 소속 발표자가 때때로 바뀌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러한 연속성을 통해 회사의 피플 애널리틱스 전략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해 가는지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네슬레Nestle는 현재 스킬 중심의 전략적 인력 계획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사안을 있는 그대로 발표하였다. 이러한 유형의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단순한 성공 사례보다는 진행 중인 전략과 방향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세션에 참가한 사람들은 문제를 함께 식별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는다.
3. 스킬 기반의 작업은 기술을 활용하는 솔루션 공급업체가 펼치는 제품화 전략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스킬 기반의 조직 변화는 현재 대부분의 회사에서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는 전략 중 하나이다.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스킬 기반 접근 방식이 필수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기업에서는 스킬 숙련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느 시점에 어떤 기업이 이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다면, 피플 애널리틱스 마켓에서 매우 파괴적인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 매년 보다 보면, 컨퍼런스 참석자 중 70~80%가 신규 참석자이다. HR, Technology 외에 마케팅, 재무 분야의 참석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또한 피플 애널리틱스 기술 솔루션 공급업체의 숫자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16/17년에 해당 컨퍼런스에 참석했을 당시, 소규모 스타트업이었던 Glint, Peakon과 같은 솔루션 업체들은 그동안 눈에 띄는 성장과 성공을 거두었으며, 일부는 대기업에 인수합병 되었다. OneModel, Visier, Crunchhr, Revelio labs, Claro, Techwolf와 같은 기업들은 단순한 솔루션 판매자가 아니라 피플 애널리틱스의 생태계 확장에 필수적인 파트너라는 생각이다.
5. HR에서의 생성형 AI는 현명하게, 그리고 신중하게 탐색해야 한다. 이 주제에 대하여 Adam Gibson 그리고 Dirk Jonker와 같은 세션에서 깊은 토론의 시간이 있었고, 실제 프랙티컬 사례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시간도 있었다. 이는 분명히 기존에 없던 혁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Christian Otto의 세션에서 강조되었던 것처럼 강력한 거버넌스와 윤리적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Jordan Pettman과 Michael M. Moon은 생성형 AI를 만병통치약으로 보는 것에 매우 큰 반감과 회의감을 보였다. 생성형 AI의 올바른 활용 사례를 정확히 찾아내고, 잠재적 리스크와 비즈니스 영향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진행해야 함이 중요해 보인다.
6. 피플 애널리틱스의 영향력 극대화는 재무finance와의 파트너십에 달려있다. David Green, Ian Cook, 그리고 Amit Mohindra는 각자의 세션에서 피플 애널리틱스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부, 특히 재무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HR 전문가가 “우리는 HR 전문가가 아니라 비즈니스 전문가이다”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하였다. 비슷한 관점에서 Richard Rosenow는 인력 데이터 공급망의 개념을 강조하면서, 피플 애널리틱스 분야의 전문가들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재무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업스트림을 찾는 데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
7. 피플 애널리틱스에서 여전히 중요한 포커스는 "피플(사람, 직원)"이다. 지난 수년간 기술의 발전에 따라 분석의 장벽이 낮아지고, 피플 애널리틱스 진입장벽 역시 낮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자연스레 분석에 먼저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우리는 분석 과정과 결과를 적용하는 과정 등 피플 애널리틱스의 A부터 Z까지 모든 요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Peter Cheese는 기업의 책임과 투명성, 그리고 책임 있는 비즈니스에 대한 직원의 몰입도가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것을 발표했고, 마찬가지로 Abigail Gilbert, Aizhan Tursunbayeva, Alexis Vergani는 피플 애널리틱스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사람의 내면 동기motivation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 내용은 국내 HR매거진 '월간인재경영' 2024년 6월호에 기고한 글의 일부가 반영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