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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여자 Nov 13. 2020

코로나 시대에도 계속된다.




코로나 19가 우리와 일상을 함께하고 있다. 당분간은 우리의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코로나 19 시대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소개팅을 임해야 한다. 물론 코로나 19 초기에는 코로나 핑계로 약속을 미뤘으나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계속 미루지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진짜 코로나가 심한 올 초 소개팅을 앞두고 언제 시간 괜찮냐는 상대방에게 난 코로나로 인해 조금 상황이 잠잠해지면 만날 수 없는지 양해의 말과 함께 부연설명을 하였다. 코로나가 심한 단계일 때는 업무 특성상 개별 약속을 거의 잡지 않을 때도 있었기 때문에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 답으로는 알겠다고 그러자 했지만 그 뒤로 만남을 정하자는 연락은 없었다. 코로나 초기에는 이런 적도 있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식사보다는 커피 한잔으로 가볍게 소개팅을 하는 편이다. 주말보다는 퇴근하는 길에 잠시 만나 커피 한 잔 후 그 자리를 마무리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대화 주제는 더 다양해졌다. 코로나 19로 인해 일상의 변화도 많아졌기 때문에. 어떤 날은 코로나 이야기한 것 밖에 생각이 안나는 경우도 있다.               

       

점차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지 상대방분들도 문자나 톡으로 간단하게 인사 후 만날 약속을 바로 정하고, 그냥 그날 바로 만난다. 당일에도 '도착했어요'란 말과 함께 문자나 톡으로 연락을 하게 됨으로 전화통화 1도 없이도 만남이 성사된다. 마스크를 쓰고 소개팅이라 처음에는 그 상황이 불편했지만 그것도 익숙해지더라. 마스크 끼고 인사하고, 주문한 커피가 나오면 그때 마스크를 벗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다. 만남 몇 분 간은 마스크 낀 채 얼굴을 맞이해야 한다.                   

  

소개팅은 진짜 희한하게 한 번에 몰려 들어온다. 비수기와 성수기가 있기라도 하듯이. 보통은 여름철은 뜸하다가 가을이 되면 조금 몰리는 듯하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겠지.        

             

이번에도 역시나 3건이 한 번에 들어왔다. 조금의 시간차를 두고 말이다. 엄마를 능력자라고 해야 할지 어디서 그렇게 자리를 만들어온다. 이번 3건도 모두 엄마의 작품이었다.     

               

이 만남들은 해도 해도 어색한 건 어쩔 수 없다. 특히 처음 인사를 나누고 커피를 주문하고 커피가 나오는 그 시간이 참 어색하다. 마실 게 나오면 그나마 조금은 나아진다. 서로 어색하게 몇 가지 질문들을 던진다. 최근에는 다들 상대방들이 '너무 이 자리가 불편해요'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 같아 덩달아 더 어색해졌다. 처음이기 때문에 불편한 건 당연하지 않은가. 나도 어색하다. 하지만 그냥 이 자리는 모르는 두 사람이 만났는데 어찌 안 불편하겠는가 그냥 불편할 수밖에 없는 자리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그냥 덜 불편하게 된다. 근데 상대방이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나 불편해요' 하고 있으면 도리어 나까지 불편하게 된다.     

     



소개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항상 왠지 모를 허함이 찾아온다. 그냥 소개팅을 안 했으면 잠잠이라도 할 텐데 괜히 소개팅을 해서 허함이 남는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번 주엔 '궁금한 거 있으면 질문하세요', '어떤 사람이 나와 맞는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나를 불편해하던데 이 자리가 불편하세요?'라는 멘트를 날리는 님과의 만남이 있었다. 그분과의 무진장 길게만 느껴진 한 시간으로 인해 허함이 더더욱 남는 주다.   


집에서는 과년한 처자이기 때문에 엄마가 연결해주는 소개팅이라 해야 하나 선이라 해야 하나 암튼 이 만남을 거부할 순 없다. 한 번 만나면 어떻게 아느냐며, 사람만 착하고 그러면 몇 번 더 만나보라는 잔소리를 매번 듣는다.         


그래도 같이 있는데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갈까'란 생각이 드는 건 아닌 것 같다. 적어도 그런 생각이 안 들었다면 다음번 만남을 기약할 수 있지 않을까. 근데 한 시간도 길게 느껴지고, '여기는 어디, 나는 왜 여기 앉아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면 그 만남은 쿨하게 바이 바이 해도 된다는 나름의 기준이 생겼다.   

       

짧은 만남을 통해 다 알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아닌 거는 아니더라. 이전에는 설사 아니더라도 두세 번 만나보기도 했고, 최선을 다하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굳이 아닌 것 같으면 100% 노력은 안되더라.     


눈을 낮추라고 다들 한다. 괜찮은 남자들은 벌써 누가 다 채갔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다들 괜찮은 여자들은 많은데 남자들은 없단다. 사람을 만남에 있어 눈이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닌듯한데 사람들은 눈이 높아서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고 한다.         


사람만 좋으면 된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지 않을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결혼을 하는 거지 더 불행해지거나 힘들어지기 위해 결혼을 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맞는 사람을 선택하는 부분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단순히 사람만 좋으면 된다는 게 아니라는 거다.


결혼을 당장 해야지 하는 생각도 물론 없고, 결혼을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물론 없다. 그냥 좋은 사람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을 생각해보려는 것뿐이다. 친구들은 내가 저런 마음이기 때문에 결혼을 못하는 거라고 한다. 결혼해야지 하는 마음 가짐이 중요한 거라며.  이런 마음이라면 앞으로도 나의 소개팅은 쭉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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